[Opinion] 예술의 대중화인가, 대중의 예술화 인가? - 대중문화의 겉과 속 [도서/문학]

글 입력 2024.04.2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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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포용하는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영화의 한 장르로 ‘범죄물’이 있을 정도다. 한편, 그러한 범죄를 예술화하고, 소비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피해자의 인권모독과 범죄미화가 도를 넘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내 궁금증은 이로 부터 출발하여 예술의 상업화에 대한 오점과 바람직한 기준에 대한 필요성으로 이어졌고, ‘대중과 문화의 관계를 통해 본 예술의 상업화’를 탐구하기에 이르렀다. 향후 문화산업에 종사하기를 희망는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가치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위의 주제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 기본지식을 알아야 했다. ‘대중문화의 겉과 속’은 대중문화에 대한 다각적 이해를 돕고 특히나 ‘예술의 대중화인가, 대중의 예술화인가’하는 나와 공통된 의문점을 나누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귀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한국은 대중문화 공화국이다’.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라를 빼앗긴 일제치하에서도, 민주주의를 박탈당한 군사 독재 정권 치하에서도 엔터테인먼트 문화는 전혀 주눅들지 않고 내내 번성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을 ‘호모루덴스’의 전형이라고 할 만큼 내재되어온 문화적 감수성을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에는 역사적 배경이 존재했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자원이 없어 살기위해서는 근면과 경쟁에 매달려야 했다. 그렇게 ‘삶의 전쟁화’를 선포하게 된 것이다. 이 전쟁같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것이 바로 대중문화였으며, ‘유행’인 대중문화는 그 속도가 빨랐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삶의 속도도 빠르다. 문화는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중은 무엇이고, 문화란 무엇이며, 대중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는 ‘마음의 경작’으로 지식, 예술, 법,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의해 획득된 능력 및 습관등으로 정의한다. 대중문화는 185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보통사람들로 구성된 중산계급이 지배적 위치를 형성한 ‘대중사회’와 함께 도래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중문화는 우리 생활에서 대단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대중문화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이는 대중문화를 지칭하는 두 용어 ‘매스컬쳐’와 ‘파퓰러 컬쳐’에서 파악해 볼 수 있다. 매스 컬쳐에서 ‘매스’는 한 집단의 성원이나 개인보다는 무차별적인 집합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속성, 획일성, 상업주의 등 부정적인 인식이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에 반에 파퓰려 컬쳐는 ‘인기있다, 민주적이다’라는 뜻을 담아 긍정적인 의미임을 알 수 있다. 매스컬쳐나 파퓰러 컬쳐는 모두 대중문화를 지칭하는 말로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단지 그 시각이 조금 다를 뿐이다. 대중문화를 사회악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있다. 그들의 논리가 이해는 가지만, 그 목적이 기존 엘리트 문화의 사회문화적 권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데에 있어 난 그들의 주장에 동의할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문화가 마냥 긍정적이었다면 내가 문제를 이렇게 심도있게 다룰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대중문화의 한계는 ‘대중성’에 있다. 예전에는 소수 귀족만이 이러한 대중문화를 향유하였으므로 예술가들은 소수인 그들의 취향만을 만족시키며 비교적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하였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의 사회적 권리가 신장 됨에 따라 보통사람들도 예술활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는 곧 그들의 수입원이 관객의 입장료로 결정난다는 뜻이었다. 이른 바 ‘시장논리’의 지배를 받게 된 예술활동은 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예술적 수준이 낮은 사람의 취향도 만족시켜야 했으므로 예술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렇듯 문화활동의 주체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문화·예술계는 변화를 겪게 된다. 첫 번째로는 세계화의 흐름에 동승한 것, 어쩌면 주도한 것이다. 가장 유력한 대중문화 강국인 미국은 1. 세계 제 1의 국력에서 비롯된 경제 2. 국가적 지원 3. 영어 제국주의 4. 부문간 시너지를 토대로 대중문화계에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였다. 이로써 이루는 굉장히 광범위한 문화권 노출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세계화를 통해 알 수 있었던 한 가지 속성은 대중문화는 미적 아름다움이나 내재적 가치로만 온전히 평가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발달 과정에서도 자본의 영향을 받고, 발달이후의 산물 역시 경제적 이익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대중문화는 광고의 발달을 가져왔다. 광고는 대중,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 활동이 되어 문화격차를 해소시켰다. 뿐만 아니라 광고는 역으로 대중문화의 환경을 조성하고 새 지평을 여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제는 예술의 상업화를 넘어 상업의 예술화가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싶다.

 

아직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대중문화에 바람직한 기준이란 무엇인가? 명확한 답은 내지 못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사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대중문화에 대한 바람직한 기준에 대한 합의에 도달할지, 대중문화의 진정한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인지 고려해 봐야 함은 분명하다. 또한 문화산업 종사를 희망하는 입장에서 문화의 영역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가져다 주었을리는 만무하나 문화와 대중문화에 대한 다각적 이해와 열린 시각을 가능케 했음은 분명하다. 나는 대중문화 이전의 ‘문화’ 자체로도 인류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것이라는 믿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제 남은 것. 세계에 던져진 화두에 대한 논의는 나를 포함한 독자들과, 문화계 여러 주체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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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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