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 도박에 미쳐봅시다! [만화]

그 무엇보다 자극적인 만화, 카케구루이
글 입력 2024.04.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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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 가장 고되고 힘든 하루, 오늘은 지친 당신을 위해 무엇보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만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MZ식 표현으로 이야기하자면 ‘도파민 터지는’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인 카케구루이다.

 

카케구루이마쇼! 직역하자면 ‘도박에 미쳐봅시다’라는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이 만화는 겜블, 즉 도박을 다룬 만화이다. 도박에 미친 주인공 ‘쟈바미 유메코’가 도박으로 계급과 서열을 정하는 사립 햣카오학원에 전학을 오며 생기는 일들을 그린 만화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 ‘스즈이 료타’의 독백으로 시작하지만, 그 이야기는 ‘진짜 주인공’ 쟈바미 유메코의 도박 일상을 그리고 있다. 도박에 참여하기만 하면 흥분하는 광기의 소유자로, 이 만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도박 중독자이자 도박광이다. 쟈바미 유메코는 학교의 도박판을 휩쓸고 다니며 승리를 거둔다. 만화의 에피소드 대부분은 쟈바미 유메코의 ‘도박 기행’으로 가득 차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싫어하더라도 매 에피소드마다 기상천외한 도박이 등장하며 스릴감 넘치는 연출과 지루하지 않은 전개를 선보인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쟈바미 유메코도, 스즈이 료타도 아닌 ‘겜블’, 즉 도박 게임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호불호가 있을법한 ‘도박’이라는 주제의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카케구루이가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설정’과 ‘캐릭터 디자인’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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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를 볼 때마다 진 주인공 ‘쟈바미 유메코’의 캐릭터 디자인에 항상 감탄하고는 한다. 돈이 많은 것도, 승부욕이 센 것도 아닌 그녀가 도박광이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스릴. 큰돈을 거는 게임도, 명예를 거는 게임도, 심지어는 ‘목숨’을 거는 게임도, 그녀는 그 어떤 게임도 거절하지 않는다. 그저 우수에 찬 눈빛으로 도박의 스릴을 즐긴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되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면모에서 작품 중 최고의 행운아인 쟈바미 유메코는 도박을 좋아하는 동시에 항상 승리를 쟁취한다. 교내의 도박광들을 제치고 언제나 승리를 거머쥐는 그녀의 ‘먼치킨’스러운 면모에 대리만족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누구나 돌아볼 법한 미모를 가진 여자,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미쳐있는 사람을 본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것이다. 비록 그것이 도박일지라도 말이다.

 

또한 만화에 등장하는 ‘명문 사립 햣카오 고교’역시 웃기면서도 대단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의 교복은 겜블러들이 입을 법한 복장을 개조하여 만든 것이며, 학교 자체는 도박을 통해 흘러간다. 도박에서 지는 이는 최하위 계급인 ‘가축’이 되며,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빚을 가지게 된다. 반면 도박에서 이기게 되면 상위 랭킹에 올라가며 ‘상류층’이 된다. 도박 전반을 운영하는 학생회와 돈을 벌어들이는 학교라는 설정이 비현실적이면서도 참신하다. 그 점 때문에 더 만화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만화의 재미를 이끌어가는 진짜 주인공은 바로 ‘겜블’이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등장할 때마다 새롭고 자극적인 게임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가 잘 알고 있을 법한 트럼프 게임과 러시안룰렛부터 공공재 게임, 연기력 게임까지, 만화에서만 볼 수 있는 명장면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도박에 미친 학교인 만큼 다양한 게임들이 수도 없이 나오며, 돈 대신 신체나 명예를 거는 ‘통 큰’ 게임 역시 이 만화에서만 볼 수 있는 셀링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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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게임을 다룬 유명한 작품으로는 1996년 작 도박묵시록 카이지가 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서는 도박에 빠진 주인공의 어두운 인생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카케구루이는 쟈바미 유메코, 즉 도박에 미친 사람의 광기를 그려내고 있다. 내용과 다루고 있는 ‘도박’이라는 주제에 대한 무게가 다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작품이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는 비슷하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는 카이지와 '자신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자신'이라는 쟈바미 유메코의 말에 어딘가 의문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도박은 운으로 이루어졌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을 다룬 만화들에서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 돈, 명예, 그 무언가가 달린 게임 속 선택이 아닌,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고, 이상이 커질수록 리스크도 커지게 되는 것이 바로 도박이다. 도박 게임 속에서의 선택이 아닌 도박판 그 자체에 발을 들이는 것이 아마 이들이 말하는 '신중해야만 하는 선택'아닐까.

 

도박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된다. 현실 속의 도박은 드라마, 만화, 영화 속 승리의 연속이 아닌 패배와 빚의 연속이다. 재미와 유혹에 이끌려 실제로 시작하게 된 도박판에서 마주할 것은 절망과 중독밖에 없다. 스릴 넘치는 게임과 엄청난 담보는 눈으로만 보는 것에서 만족하는 것이 가장 좋다.

 

가끔은 희극처럼 보이는 비극이 있다. 그건 어쩌면 도박과 닮아있다. 도박을 통해 큰 돈을 만졌다는 이야기는 실체 없는 소문처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도박에 미치는 것은 만화 카케구루이의 주인공 쟈바미 유메코의 몫이다. 우리는 그저 이 만화에만 미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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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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