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순간을 담은 한 장의 사진만으로 가보고 싶어지는 곳 - 도서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

인생사진 찾아 떠나는 이색 국내 여행지 71
글 입력 2024.06.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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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애드 시런의 노래 Photograph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We keep this love in a photograph

우린 이 사랑을 사진으로 간직해야 해


We made these memories for ourselves

우리 자신을 위해 이 추억들을 만들었으니까


Where our eyes are never closing

우리의 눈이 감기지 않는 이 곳에선


Our hearts were never broken

절대 상처받지 않을거야


And time’s forever frozen, still

사진 속의 시간은 멈춰있을테니까, 영원히

 

- Ed Sheeran, Photograph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하늘이 예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서 시킨 당근케이크가 귀여워서, 여행지에서 마주친 풍경이 예뻐서. 그렇게 일상 속에서 문득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평범한 현대인의 삶을 살고 있다. 솔직히 평범보다는 조금 더 사진 찍는걸 좋아하는 편이다. 가끔은 새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지극히 행복하고 즐거운 어떤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찰칵, 또 찰칵 사진을 찍는다.


한때는 그렇게 찍어둔 사진을 돌려보며 그 순간을 간직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진 속 순간이 추억이 될 때가 되어서야, 사실은 그 빛나고 찬란했던 순간이 나를 붙잡았었다는걸 깨닫는다. 순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산다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사진이란 참 신기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사진 속의 어떤 순간은 영원히 그 순간에 멈춰있으니까. 순간을 붙잡고 추억하는데 사진만큼 확실하고 간단한 건 없다. 기술의 발달로 우린 그저 버튼 하나만 찰칵, 누르면 된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술도 얼마나 발전했는지 모공 하나도 보일 정도로 선명하다.


가끔 갤러리에 쌓이고 쌓인 사진을 정리하다보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이 순간의 햇살, 시간, 함께했던 사람들, 마침 그때 그 순간의 공기까지. 사진이 찍힌 그 순간은 영원한 과거가 된다. 잘 찍힌 사진이든 못 찍힌 사진이든 모든 사진엔 사연이 있고 시간이 담겨있다. 유채꽃밭 앞에서 아직 어렸던 우리 자매를 안고 활짝 웃고 있는 엄마의 사진은 여전히 따뜻하다. 손에 들고 있던 솜사탕이 떨어져 잔뜩 울상인 얼굴로 한참이나 젊었던 아빠의 등에 업혀있는 동생의 사진에선 여전히 웃음이 터진다.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는 작가가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만난 특별히 좋아하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국내 여행지 71곳의 아름다운 장면을 꾹꾹 눌러 담은 책이다. 그 중 작가의 이력이 조금은 특별하다. 작가는 거제도 섬에서 태어나 10대와 20대 초반, 10여년을 운동선수로 보냈고 국가대표 운동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여행과 사진이라는 취미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운동선수 은퇴 후 현재 취미를 넘어 7년차 전문 사진작가가로 활동중이라고 한다.


작가가 소개하는 이색 국내 여행지 71곳, 함께 가면 좋은 곳을 포함하면 120곳 중에는 내가 가봐서 반가운 곳도 있었고,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라며 놀랐던 곳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도별로, 여행가기 좋은 시기별로 정리되어 있을뿐더러 장소 한곳한곳마다 유독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시간, 가장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일명 ‘인생사진 스팟 tip’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었다. 작가가 직접 발로 뛰며 얻은 꿀팁들과 함께 사진에 대한 작가의 진심(?)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


산과 바다, 자연친화적 풍경을 유독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서 우리 가족은 강원도로 가족여행을 자주 가는 편인데, 그 중에서 작가가 소개했던 대관령 양떼목장의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가족은 화창한 여름에 갔던 기억이 있는데, 책 속에서 작가가 소개한 겨울의 양떼목장 풍경도 몹시 아름다운 설원 그 자체였다. 도심 속 여행지, 서울의 노들섬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풍경도 반가웠다. 노들섬의 지는 해를 바라보며 친구와 함께 걸었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름다운 국립공원들과 전망대, 꽃밭, 산과 바다의 풍경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낸다. 책을 볼수록 우리나라에도 참 아름다운 여행지가 많구나,라는 마음과 함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또 멋진 추억을 만들고 사진 한 장 찰칵, 찍고 싶어진다.

 

다가오는 화창한 7~8월의 여름휴가 ‘남는 건 사진뿐이야’라는 마음으로 추억 한 조각 남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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