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을 비추는 작은 빛, 아트페스티벌 숲

글 입력 2024.06.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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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공적인 일들은 간략한 물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믿는다. 어쩌면 수림문화재단 또한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끝나 수많은 사람들을 한데 모으기 전, 이의 설립자인 김희수 선생의 마음을 따라 본질적인 물음을 항상 던져 왔을지도 모른다. 일상과 예술을 잇는다는 것,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곧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지점을 말이다.


페스티벌은 모든 이들이 하나의 감정을 공유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번 김희수 아트센터에 모인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기에, 나는 이들이 '즐거움'을 공유했다고 생각한다. 예술로부터, 예술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다시 그림으로, 글로, 몸짓으로 재생산, 다시 공유하는 모습은 아마도 김희수 선생이 남긴 유산의 가장 긍정적인 작용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나 또한 아트페스티벌 숲의 여러 프로그램을 즐기며 느꼈던 다양하고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답해보며 축제의 의미를 재생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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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온 걸까?


 

'아트페스티벌 숲'에서 두드러진 가장 큰 특징은 세대를 불문한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놀랍도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 보통 전시회를 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2030 연령층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부터 초등학생이 뛰놀고, 중장년층이 전시를 관람하고, 노년층이 공연을 관람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하나 되어 축제를 더욱더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희수 아트센터 곳곳을 탐험하며 도장을 찍는 스탬프 투어는 어린이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으며, 기념품, 각종 체험 부스, 푸드트럭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먹거리는 행사장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었다.

 

특히 주사위와 윷놀이 같은 전통 놀이를 통해 남녀노소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했으며, 야외 잔디밭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관람하는 경험은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드로잉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는 '드로잉'의 개념을 떠올릴 때 즉각적으로 수채화, 유화 등을 생각한다. 이는 모두 채색까지 완료된 완벽한 그림만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억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속에는 사유, 고뇌, 절망, 고요, 폭발이 존재하고 종이에 끌어내고자 하는 찰나의, 혹은 영원의 기억을 반추하게 한다.


김희수 아트센터에서 체험하고 관람한 두 개의 드로잉 세션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깬, 관념적인 형태의 드로잉을 보여준다. 해당 시간으로 우리는 드로잉이라는 개념을 드로잉과 드로잉의 과정을 분리하지 않은 채 동시에 체험하게 된다.


첫 번째로 지희킴 작가의 '드로잉의 정원'은 그녀가 영국, 대만, 일본 등 다양한 장소에서 드로잉을 매개로 세계의 시민들과 소통한 기록을 공유하고, 해당 경험을 한국의 새로운 참여자와 확장하고자 하는 워크숍이었다. '기억 여행'을 통해 기억의 종착역을 고민하여 이를 펜, 스티커, 색연필 등 다양한 매개체로 드러내고자 하였고, 10명의 인원이 각기 다른 기쁨, 슬픔, 즐거움의 감정을 내보여 주었다.


그 이후 관람한 세션은 크로키키 브라더스의 '드로잉 서커스' 공연이었다. 서커스처럼 화려한 퍼포먼스와 코미디 같은 익살스러운 요소를 더해 결과물뿐만 아닌 드로잉 과정에서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쇼였으며, 뜨거운 햇빛에도 관객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열정적으로 무대를 펼친 노력에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모든 콘텐츠는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감상이 완성하듯, 드로잉의 주체가 되는 예술가의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일은 소중하다. 사유하는 과정이 표출되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예술이라고 느꼈다면, 우리 또한 일상에서 다양한 예술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작은 빛'으로 남아도 괜찮을까?


 

아트페스티벌 숲에서 진행된 두 가지의 전시 프로그램 제목에는 모두 '작은 빛'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그는 생전 "태양과 같은 찬란한 빛은 아니더라도, 호롱불같은 '작은 빛'으로 사회의 어두운 한구석을 밝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작은 빛'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은은한 밝기로 어떤 누군가를 밝히고, 그렇게 은은한 불빛이 필요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결국 자신의 밝기를 되찾아 다른 이를 밝혀줄 수 있게 된 불빛들이 모이고 모여 커다란 빛이 된다.


그렇기에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여전히 작게 남아 있다 하더라도 누군가를 비출 수 있는 빛이라는 본분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확신을 견고히 해주는 데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준다면, 크기는 작아도 그 무엇보다 따스한 빛일테니.


 

 

페스티벌을 숲으로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수림문화재단의 본질은 '커다란 나무와 아름다운 꽃, 그리고 이름 없는 여러 가지 작은 들꽃들이 어우러져 성장하는 숲처럼 예술가와 함께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데 있다. 크고 작은 작품이 모여 거대한 현대 미술의 담론이 되듯이, 다양한 특색을 가진 예술가와 사람들이 모여 상호작용했기에, 이 페스티벌은 모두를 수용하는 안락한 숲이 되었다.


'아트페스티벌 숲'은 단순히 예술을 관람하는 자리를 넘어, 일상에서 예술이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스며들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 축제였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는 물론 체험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었으며, 이 축제를 통해 예술이 특정 공간이나 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수림문화재단과 김희수 아트센터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덕분에, 아트페스티벌 숲은 많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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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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