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사이드 아웃 2, 안을 꺼내보기 [영화]

글 입력 2024.06.1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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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그러니까 내가 학생 때 <인사이드 아웃 1>이 개봉했다. 적어도 5번은 봤지만, 볼 때마다 눈물이 나오는 이상한 영화였다. 울고 나올 정도의 영화는 아닌데- 라는 말을 많이도 들었지만.... 나에겐 눈물 버튼 그 자체랄까.

 

픽사 특유의 세심하고 풍부한 표정 묘사와 <인사이드 아웃>의 가장 큰 포인트인 감정선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내가 유독 이 영화에만 약한 편이긴 했다. 그러니 <인사이드 아웃 2>의 2024년 6월 개봉 소식을 듣고 작년부터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이상하진 않겠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6월 12일, 개봉 당일 집 근처 CGV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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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분이 지나자. 역시 픽사는 배신하지 않지- 라는 생각과 함께. 바지를 털고 빈 팝콘통을 챙겨 일어났다. 너무나 감정 이입이 되는 나머지. 보기 힘들 정도였다. 결국은 해피 엔딩으로 잘 끝날 것이라고 스스로를 재차 다독여서 감상해야만 할 정도의 몰입도였달까.

 

왜 유독 <인사이드 아웃>에만 내가 이리도 진심인지 생각해보자면... 라일라에서 나를 너무도 많이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업에 성실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라일라. 나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아니 전 세계의 모든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1>에서는 슬픔도 필요한 감정임을 알려주었다면, 이번에는 '불안'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넘어 자아의 모순성 자체를 긍정한다.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제어판은 민감해지고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한다. 그중 불안이는, 지금껏 기쁨이와 친구들이 지켜오고 만들어왔던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자아를 송두리째 뽑아버린다.

 

그러고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본인이 생각하는 계획에 따라 자아를 급조해 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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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만들어낸 라일라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다. 과도한 불안은 안정을 만들어낼 수 없다. 분명 더 잘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것 일지어도. 불안이 재촉한 마음은 계속해서 급해지고, 답답한 가슴을 내리치게 만든다. 불안한 마음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라일라를 보며, 기쁨이는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낸다.

 

불안을 배제하고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예전의 자아를 다시금 세울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는다. 기쁨이도 <인사이드 아웃 1>에 비해 성장했기 때문일까. 기쁨이는 불안이에게 라일라를 네 멋대로 하려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본인의 지난 행동 또한 불안이와 다를 바 없음을 깨닫는다. 기쁨이도 자신이 생각했을 때의 '최고'의 기억들만 남겨두고 그 나머지 어색하거나 민망하고 머쓱한 기억들은 저 기억의 저편으로 날려버렸던 것이다.

 

필요하지 않은 기억, 경험은 없다. 마치 슬픔이가 라일라에게 꼭 필요했던 것처럼. 삶의 모든 순간은 필요하다. 기쁨이는 결국. '나는 부족해'라는 불안의 자아도 모두 함께 포함된. 시시각각 그 모습이 변화하는 입체적인 형태의 자아를 형성한다. 그것이야말로 라일라가 삶을 살아가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모양일 것이기에.

 

라일라가 겪은 부정적인 혹은 긍정적인 혹은 그 사이의 모든 경험이 곧 '라일라'를 완성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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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건가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

 

 

요즘 들어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엄마는. 나와 함께 영화관을 나오며 이 대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하셨다. 새로운 감정들에 밀려 유리병 속에 갇히게 된 기존의 감정들은. 라일라에게 더 이상 우리가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혼란을 겪는다.

 

특히 기쁨이는 본인이 물러나야 할 때라는 사실을 어렵게 어렵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속상해하는 기쁨이의 모습이 낯설지만, 기쁨이도 항상 기뻐하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9년이 지나서 다시 보는 기쁨이는 그다지 기뻐 보이지 않았고, 슬픔이도 그다지 슬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기쁨이 줄어든다기보다는, 기쁨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마치 내가 기쁨이의 빛나는 노란색에 익숙해진 것처럼. 사소한 기쁨을 잡아내지 못하고 보다 더 세고 자극적인 불안과 부러움, 당황과 같은 감정을 크게 느끼는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이런 작품이, 특히 이런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거나, 나쁜 악당을 무찌른다든가 하는 내용의 것들보다는. 대립적으로 보이는 것들의 사이 공간을. 극대화하여 보여주는 이런 작품들. 불안이와 함께 어우러져 라일라의 일상을 이끌어가는 모습까지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면 더욱 좋았겠다. 혹여나 어린아이들이, 불안이를 '악당'이라고 자칫 잘못 이해하지 않도록 말이다.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불안에 잠식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보다 보면, 그런 마음은 더욱 솟구쳐 올라온다. 나이가 들수록,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불안은 더욱 커진다. 과도한 불안은 우리의 마음과 삶을 힘겹게 하지만, 안정적인 삶을 위해 어느 정도의 불안은 필수적이다. 자신의 위치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미래를 위해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은 건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불안이 나를 잡아먹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기쁨이와 슬픔이, 그리고 더 다양한 감정들을 잊지 말고. 그들에게 익숙해지지 말고. 더 크고 다양하게 향유하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연습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잊고 살아가는 감정의 모양들을 다시금 새겨보는 작업. 그 작업이 누군가에게는 산책이, 혹은 여행이, 혹은 춤이나 노래가 될 수도 있겠다.

 

무엇이 되었든 마음을 오래도록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을, 시간을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기쁨이나, 슬픔이가 혹은 불안이가 익숙해지지 않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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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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