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이 알고 있는 색, 진짜 그 색이 아닐 걸요? - 크루즈 디에즈: RGB, 세기의 컬러들

색의 역사를 새롭게 쓰다
글 입력 2024.06.1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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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디에즈는 20세기 최고의 '빛의 예술가'다.

 

전시에 대한 감상을 전하기에 앞서 아티스트로 평범치 않은 그의 생애를 잠깐 언급해보려 한다.

 

그의 삶만 놓고 보더라도 많은 배움이 있었다.

 

 

 

말 잘 듣던 학생이 난생처음 저지른 반항


 

크루즈 디에즈는 1923년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17세에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미술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아침에 가장 먼저 등교를 할 정도로 미술에 열정적인 학생이었다고 한다. 졸업 후 전통적인 미술로 성공한 화가가 되었고, 삽화가로 일하며 그림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전통적인 화가로 크게 성공한 그였지만, 늘 목마름을 느꼈다. 스승이 알려준 관습적인 미술에서 벗어난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충동을 마구 느꼈다.


마침내 크루즈 디에즈는 마침내 전통적인 화법을 내려놓고, 미술사에 관한 책을 읽으며 집중적인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색채이론가, 과학자, 문인, 예술가의 작품을 공부하며 그가 깨달은 것은, 지금껏 자신이 그리던 그림이 '창작'이 아니란 것이었다.

 

그저 기존의 예술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예술의 '역사'에서 무언가를 창작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연구에 빠져있던 중, 그는 '색'이 예술적인 담론의 주제가 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항상 단순한 형태의 일부로 치부되던 색을 주인공으로 삼아,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연구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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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눈으로 춤을 춘다고요?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다양한 색채의 향연이었다.

 

크루즈 디에즈는 색채와 빛의 상호작용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그의 작품들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색채의 물리적 특성과 시각적 인식의 관계를 새롭게 했다.


특히 '평면작품' 시리즈가 인상깊었다. 단순한 선과 색으로 이루어진 작품인데,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색상이 변한다. 작품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자아냈다.

 

작품 앞에 서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색의 변화와 함께 작품이 새롭게 다가왔다. 마치 색채와 함께 눈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살짝 어지럽기도 했다. 2차원의 평면작품이지만, 정교한 계산으로 의도된 3차원의 공간감이 주는 풍성함이 느껴졌다.

 

크루즈 디에즈가 색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을지 와 닿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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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경험 프로그램도 인상적이었다.

 

색을 모듈화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관객이 직접 사용하며 색의 물리적 변화를 체험했다. 색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면 작은 색채 패널들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고, 멀리서 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상대적이며, 색채 인식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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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고 나오면서, 일상에서 색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았다. 같은 색상도 물리적 공간의 간섭에 변화하는 경험을 하니, '내가 알고 있는 색이 진짜 그 색이 맞을까?' 하는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거리의 간판, 떨어진 나뭇잎, 일상의 작은 사물들의 색이 새롭게 느껴졌다. 눈으로 찬찬히 곱씹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일상 속 주변 환경이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기존의 관습적인 미술을 거부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로 마음먹은 크루즈 디에즈. 그의 열정은 결국 먼 나라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한 여성에게도 색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그의 작품은 잘 짜여진 정교한 프레임 같아 보이지만, 실은 기존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혁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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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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