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크루즈 디에즈(Carlos Cruz-Diez, 1923-2019)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프랑스 예술가이다.

 

색채 현상에 대한 연구에 몰두한 이 작가는 20세기의 마지막 색 사상가로서의 위상을 보여준다. 그는 작품을 통해 공간을 침범할 수 있고 형태의 도움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진화적인 실제로서의 색을 보여준다.

 

색 포화 Chromosaturation - 1965년 처음 고안된 공간 설치 작품이다. 빛의 삼원색인 빨간색, 녹색, 파란색의 조명이 켜진 세 개의 방으로 구성된 이곳에 들어서면 완전한 단색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인간의 눈은 빛의 파장에 따른 넓은 색 영역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순수한 원색만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색 포화>에 들어가 단일한 원색으로 구성된 공간에 둘러싸이면 다양한 색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망막에 일시적인 장애가 일어난다.

 

강한 빛으로부터 망막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으로 색을 희미하게 느끼게 되고, 곧 방 전체를 흰색으로 인식하게 되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평면 작품 Bidimensional Artworks - 디에즈가 평생 동안 연구한 색채에 대한 결과물을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세 가지 연구 시리즈 <색 추가>, <색채 유도> 그리고 <공간의 색>이 바로 그것이다.

 

평면의 화면이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표면에 반사된 색상들이 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혼합되기도 하면서 새로운 색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착시를 일으키기도 한다.

 

오묘하고 아름다운 색과 기하학적 형태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내 작품에서 색은 공간과 현실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 속에서 나타나고 사라집니다.”

 

색 간섭 환경 Environment Chromointerferent - 1965년부터 구상하고 1974년에 처음 제작된 이 작업은 일정한 간격의 수직선 빛들이 움직이는 영상이 네 면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가득 채우는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선들의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채우는 빛의 변화와 모호함을 제시하고자 했다. 다양한 색의 직선들이 교차하며 온 공간을 압도하는 이 작업을 체험하며 빛의 방향에 대한 착시를 온몸으로 경험해 보자.

색채 경험 프로그램 Interactive Random Chromatic Experience - 1995년에 처음 제작된 소프트웨어 컨셉의 독특한 작품이다. 이 프로그램은 작가의 언어에 따라 다양한 색상 행동을 관객들 또한 경험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관객이 화가의 도구를 직접 활용하여 스스로 화면을 구성해 볼 수 있다. 자신만의 색과 패턴을 조합하여 시각적인 색상의 변화를 살펴보자.

 

 

 

 

디에즈는 “예술과 삶은 하나이기 때문에 분리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에 걸친 색채와 빛에 대한 탐구를 통해 이 말을 증명해 냈다. 우리의 시각이 늘 마주하는 색과 빛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그 신비한 효과를 예술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다.

 

디에즈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었기에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