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김희수 선생의 정신을 실천한 ‘아트페스티벌 숲’ [전시]

글 입력 2024.06.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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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에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인생의 하(下)이며, 사업을 물려주는 것은 중(中), 사람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상(上)으로 최고의 인생이다.

 

- 2002. 2. 4. 경향신문 피플&피플

 

 

동교 김희수 선생이 남긴 어록이다. 그리고 2024년 6월 8일에 개최된 ‘아트페스티벌 숲’은 이를 실천한 행사였다.

 

등록 데스크를 거쳐 지하 1층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수림 오락실이 보인다. 수림 오락실에는 어린이들이 놀 수 있도록 소소한 보드게임이 준비되어 있었다. ‘문화재단’인 만큼 예술에만 총력을 다했어도 되었다. 그런데도 전시가 자칫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오락실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김희수 선생을 닮은 그런 사소한 차이가 진정한 ‘배려’ 아니었을까.

 

과장님? 아니면 가장님. 연희집단 The 광대의 ‘당골포차’ 대사처럼 가족 단위가 많았다. 가장님이 만든 가족이 하나둘 ‘아트페스티벌 숲’으로 모인다. 비단 20·30대만이 아닌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가족 단위였기에 오락실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원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예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할 수 있는 어린이들에게 오락실을 제공함으로써 부모들이 마음 편히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어둠 속 작은 빛


 

수림 오락실에서 발걸음을 옮기면, 두 개의 전시를 마주하게 된다. ‘아카이브 秀林: 작은 빛으로’와 ‘작은 빛’ 전시다.

 

필자는 먼저 ‘작은 빛’을 둘러보았다. 어둠을 밝히는 모든 빛이 반드시 크고 찬란할 필요는 없다.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가치다. 어둠을 밝히는 빛이 찬란할 필요는 없다. 더불어 ‘빛’이어야만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울이 심해 정신까지 파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 문득 한 생각이 들었다. 팔목에 난 상처는 장미로 피어나겠지. 빛일 수도 있고, 장미일 수도 있다. 해소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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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시절이 있어 어느 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꽃들 속에 있는 빨간 뼈. 이 빨간 뼈는 피를 의미하는지 혹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의미는 작가만 알 뿐이다. 하지만 그림은 무척 아름답고 꽃들과 이질감이 들지 않고 조화롭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빨갛게 피어오른 것은 공포가 아닌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다른 전시 ‘아카이브 秀林: 작은 빛으로’는 동교 김희수 선생이 살아온 삶을 한눈에 보여준다. 벽면에는 삶의 여정과 재단의 지난 발자취가 기록되어 있었다. 과학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을 담은 수림문화재단의 융복합 전시 프로그램인 Artists’ View of Science(이하 AVS)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현재 경계가 굉장히 모호한 실정이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임과 동시에 문화예술계 종사자이자 서비스 기획자인,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 하지만 기획하고 있는 서비스는 예전에 생각했던 서비스면서 ‘학생’이라는 신분이 걸려 제대로 취업이 안 되는 처지. 그런 처지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AVS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전시는 모든 것이 융합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으며, 그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The 광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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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이 끝난 뒤에는 1층으로 향했다. 야외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던 아티스트들을 볼 수 있었다. 연희집단 The 광대였다.

 

연희집단 The 광대는 학위 논문에도 이름을 올릴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21년 JTBC에서 방영된 ‘풍류대장’에서 강태관은 “국악이 대중화됐으면 ‘미스터트롯’을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비록 국악은 대중화되지 않았더라도 이미 그만한 걸 누리고 있는 연희집단 The 광대다. 리허설을 본 공연처럼 직접 소리 내면서 준비하는 이 집단은 참으로 ‘광대’스럽다.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아가는 ‘광대’들이 포차처럼 소소한 순간도 함께 즐기기 바란다는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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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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