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준비생을 준비했던 사람 [사람]

그러나 자만만큼 겸손도 나를 묶어두고
글 입력 2024.06.21 04:5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KakaoTalk_20240621_163213853.jpg

 

 

바지런한 준비생. 나이 2X살, 출발선 앞에서 동동거린다.


- 자만하지 말자. 아직 부족하니 많은 걸 겪으며 빼놓지 말고 흡수하자.


오랜 기간 가져온 생각이며 나라는 사람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세이다. 세상은 너무 넓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는 무수하며, 내 생의 시간을 다 꺼내어 쓰더라도 나는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러니 난 항상 배우겠다.


자만을 독이라 생각하고 경계한 나는 평생이 준비생이었다. 참 잘 배우는 사람 - 항상 외부로 시선이 머물며 끊임없이 관찰했다. 그러나 자만 단 한 가지를 피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 준비하는 걸까. 세상에 대한 질문만 너무 많고 나 자신이라는 세계에게는 궁금한 점이 적었다. 어느 순간 나만의 중심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상같은 ‘이상적 목표’를 찾기 위해서 이야기 보따리를 채우려 또 타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배와의 만남에 가니 누군가는 끝없는 대기업 자소서 난사 끝에 자소서 깎는 장인이 되었다고 하고, 그 바로 뒤 발표자는 자신이 원하는 곳 딱 3군데만 집중 지원을 했단다.


아트인사이트 글이 계기가 되어 창작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다소 생소한 경험도 했는데, 또 각자의 창작의 이유가 모두 다르다. 어떤 이는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안한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창작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다.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평생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한다.

 

*

 

세상 사는 방법 참 여러가지다. 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바라보고 있는 도착점이 달랐던 것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달리는 방법을 보고 체득해도 그 페이스는 나에게 맞는 페이스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문득, 멈춰 생각해보았다.


나는 왜 달려왔고, 앞으로 내가 달리는 이유는 무엇이어야 할까.


이런 잡다한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 찼을 때, 길을 가다 어떤 대화를 듣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같이 하게 됐는데 좋은 어른이었으면 좋겠어. 배울 점이 있는 그런 어른?”


나 역시 수많은 질문들과 관찰로 임하며 “좋은 어른”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머리는 타인들의 이야기로 무겁게, 출발선 뒤에서 동동거리기가 자주였다. 하지만 결국, 나를 구해줄 “좋은 어른”은 앞으로 내 자신이 되어야 한다. 대기 시간이 길었다. 이제는 준비생에서 나아갈 시간이다.


나에게 있어 “좋은 어른”들은 질문이 자신으로 향했던 사람들이었다. 자기가 가는 길을 수없이 자신에게 되물어본 사람들. 좋은 어른으로의 첫걸음으로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출발선을 지나, 우선 걷고 싶다. 나 자신을 옆에 세워두고 함께 건네는 질문들과 함께.

 

 

 

김수진 에디터 태그.jpg

 

 

[김수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0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