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 [도서]

시선과 마음이 있다면
글 입력 2024.06.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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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모른다고 믿으며 산 적이 있다. 가는 곳곳마다 포즈를 바꿔서 사진을 찍고 파도타기도 하는 등 바쁘게 SNS를 하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20대 중반 모든 연락처와 사진첩을 삭제하고 다른 삶을 선택한 후로는 사진을 딱히 찍은 적이 없다. 여행은 물론이고.

 

그러다 ‘한국에서 지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 어디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으면 좋을까?’ 중얼거리며 여행과 사진에 대해 찾아봤다. 마침 이색 국내 여행지 71곳을 소개한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 책이 보여 읽었다. 여행지는 지역별, 계절별, 테마별로 구성되어 한눈에 이해할 수 있었고 어느 페이지를 펴든 멋있는 자연 경관이 펼쳐졌다. 각 장소로 가는 법, 인생 사진을 찍는 팁, 근처에 위치한 좋은 곳 등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어 여행을 계획하는 독자들에게 정말 어울릴 법한 책이었다.

 

사진도 좋고 설명도 좋지만 나는 윌리를 찾아라처럼 사진 속 모델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더 컸다. 사진 중간중간 같은 여성분이 등장했는데 처음에는 여행 관련 모델인가 했다가 사진에 담긴 어떤 애정 어린 시선을 봐서는 작가와 특별한 관계일 것 같았다. 작가 본인이 사진에 담겼을 때에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서로를 향한 시선이 따뜻해 보였다. 모든 사진은 저마다 장점이 있지만 나는 작가의 반려견 보더콜리가 등장했을 때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반려견을 친자식처럼 여기고 예뻐하는 모습이 사진에서도 보였다. 사랑스러워서 이리 보고 저리 봤다. 특히 서울 하늘공원 단풍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나 강원도 화암사 성인대 소개 글의 사진은 단연 최고였다. 사랑하는 여자와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며 추억을 남기는 작가의 삶에 비하면 덜하지만.

 

 

131.jpg

(책 80쪽 / @im0gil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 캡쳐함)

 

 

프롤로그에 따르면 작가는 10여 년을 운동선수로 보냈고 평범한 삶에 사진이란 취미가 생겼다고 한다. 이후 여행을 다니며 좋은 사진을 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사진작가로 활동한지 7년이 되었는데 이 직업을 평생 업으로 삼고 싶다고 한다. 그의 활동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인스타를 방문했더니 오스트리아, 파리, 스위스 등 해외에서 남긴 흔적도 많았고 웨딩, 데이트, 가족 스냅 사진을 촬영하는 일도 하고 있었다. “좋은 사람과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사진을 남기기 바라는 마음과 비록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지 못하더라도 풍경이 아름다운 사진들을 통해 잠시나마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는 소개 글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젊음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작가 본인이 먼저 기뻐하기에 주변에 전달되는 것 같았다. 팔로우를 누르려다 참았다.

 

기쁨이 전달되어서인지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참고해서 국내 어딘가로 가야지 했으나 다녀온 듯 생생해서 결국 기차표를 사지 않았다. 그래도 작가처럼 움직여야겠다는 마음에 멀리는 아니지만 당장 갈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모임에서 추천받았던 안국역에 갔다. 마침 안국역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한국의 1세대 조경가이신 정영선님의 조경 활동에 대한 전시가 있어 둘러봤다. 근처 맛집에도 가고 구석진 골목을 다니며 사진작가가 된 것처럼 찍었다. 건질 사진은 없었지만 잠시나마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다르게 보여 좋았다. 좋은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빛, 각도, 심지어 바람까지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반복되는 찰칵 소리를 들은 듯 관광객으로부터 사진 촬영 요청을 받았다. 한 번은 커플, 한 번은 가족이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때 셔터를 여러 번 누르고 좋은 비율을 만들기 위해 무릎을 땅에 대고 길게 찍는 등 열심히 찍어드렸다. 사진을 보고 웃으며 그레잇 땡큐하는 사람들 덕에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의 순간을 포착하여 추억을 남겨줄 때 따라오는 뿌듯함이 이런 것이구나 이 맛을 아는 사진작가들은 촬영을 계속 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누군가에게는 기다렸던 여행지라는 것, 꼭 해외나 국내의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어도 여행이 될 수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했다.


사진만을 위한 사진은 남는 것이 없을지 몰라도

아름다운 시선으로 순간을 포착한다면 그것이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라면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

 

사진을 다시 찍고 싶다.

 

 

남는건사진뿐일지도몰라_평면표지.jpg

 

 

 

김윤 컬쳐리스트 명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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