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술관의 지속가능성은 경험을 통해 실현된다 [전시]

MMCA <가변하는 소장품>전을 보고
글 입력 2024.06.1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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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MMCA 특별전시 <가변하는 소장품>은 올해 3월달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들을 선정하여 ‘가변크기’와 같은 소장가치 혹은 작품자체가 변화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현대미술의 특징을 보여주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상시 진행중인 여타의 보이는 수장고 소장품전들과 비교했을 때, 이 전시는 소장품전 중에서도 학예사의 주관이 돋보였다. 사실상 소장품전은 주로 근현대사와 많이 연관된 혹은 작가 그 자체로 근현대사의 역사적인 인물의 작품을 보여주는데 이번 소장품전은 다른 외국작가 특히 서유럽의 백인 작가뿐만아닌 제3세계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띌만한 큰 장소에 전시되었다. 또한 어떤 특정 작가나 시기를 다루기 보다는 현대미술/동시대 미술의 한 특징을 전시의 주제로 삼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전시장의 환경


 

이 전시는 무엇보다 ‘환경적인 요소’가 계속하여 상기되었는데, 이는 전시품을 통해 전시장의 온도, 습도, 전시요원, 더욱 넓은 의미로 나아가면 기후위기나 재난상황 등의 안정성도 재고했기 때문이다. 전시되는 장소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이었고 의외로 그렇게 많은 전시실을 차지하지 않았는데 관람시간은 꽤나 길었다. 해당 전시실은 층고가 상대적으로 높고 빽빽한 백색의 led전등으로 대형작품 혹은 높이가 높은 작품이 적당하게 활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바닥에 넓은 크기를 차지하는 작품들도 꽤나 있었다. 특히 오인환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 은 향을 소재로 작업한 작업은 그 소재가 매우 약하고 작품(소장품)의 형태가 완전히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향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큰 부피를 차지하는 구성을 내어준 것이 흥미로웠으면서도 전시장 온갖 곳에 향이 퍼진 것을 느끼며 핵심적인 자리에 배치될 수밖에 없었음을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또한 전시장 서문, 각각 작품 앞의 설명 앞에 QR로 된 오디오가이드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관람인구가 늘어난 것을 인식한 것이었는지, 소장품전이니 만큼 학예사의 선택과 해석을 부각하고 싶었기 때문인지 설명문 자체가 작품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작품의 위치선정, 구성 등은 학예사의 몫으로 매일매일 향에 불을 붙여주고 항상 옆에서 그 냄새를 감내하는 지점이라던지, 전시실에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냉동기기에 붙은 얼음을 작품으로 내세운 한스 하케의 <아이스 테이블>은 보이지 않는 학예사, 냉동기 전문관리인, 이외의 많은 미술관 관리인의 존재를 작품을 통해 가시화했고 추상적이지만 미술관의 미술품 보관제도에 대해 상상하게끔 한다.

 

 

 

체험하는 미술관


 

그렇다면 왜 환경적인 요소를 서문에서든, 작품자체에서든, 마무리 영상에서든 자꾸만 상기시키려 한 것일까? 현대미술관 바닥에서는 에어컨이 작동하고, 앞서 언급한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과 같은 파손주의의 소재를 가진 작품은 거대한 습도기가 작품 옆에 떡하니 존재한다. 이는 올해 3월 31일까지 진행되었던 <올해의 작가상 2023>의 작가 중 한명이었던 갈라 포라스-김의 <신호 예보>(2021)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갈라 포라스-김은 당시 리움미술관에서 동시에 <국보>전을 열었고 그와 연관자료들이 대부분 2023-24년대인 것을 분석하면 미술관의 환경, 그것을 넘은 제도에 대한 접근이 대중적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반응이 꽤나 활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점을 학예사들 또한 인지한 상태로 전시를 꾸리지 않았을까 하는데, 이에 대한 근거 지점을 보충하자면, 그것은 미술관에서 체험해야만 하는, 미디어로 보는 이미지와 다를 수 있는 가능성, 미술관의 가변성이다. 이벤트, 해프닝, 퍼포먼스와 같은 종류의 미술은 형태는 남지 않지만 그 행위의 참여자들이 ‘현존’함을 강력하게 느낀다. 이를 형태는 존재하는 물질인 소장품에 가변적 성격, 현존성이라는 개념을 합체한다. 이렇게 체험과 경험의 형태로 진화한 예술의 바탕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을 통한 문화현상들이 하나의 큰 전환점이다. 굳이 전시장에 직접가지 않아도 작품에 대한 정보를 SNS를 통해 얻는 편리함이 존재한다. 체험하지 않아도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근본적 이유는 작품의 형태를 미디어를 통해 거의 비슷하게 개념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미디어가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향, 습도, 온도, 유기체)이 존재하며 이는 텍스트 혹은 이미지로 전달되며 실제 현장에서 작품을 관람한 사람과 미디어로 관람한 사람 간의 해석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격차의 발생의 원인은 전시장에 있는 예술품 혹은 데이터들이 언제 어디서든 클릭 한 번으로 열람이 가능하며 실물 또한 전시가 진행중인 상황 한에서는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믿음을 정면으로 논점을 삼은, 이번 전시의 마지막에 위치한 영상인 권태현, 최이다, 주현욱, 장성건, 최수빈, 박유진<영구소장>(2021)은 수장고의 제도를 솔직하게 보여주며 위기상황을 상정하며 적정 상태에서 보관/소장되던 미술품의 안전성 붕괴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술품(혹은 물질자체)의 유지 지속가능성에 대한 절대적 신화를 회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억의 미술관


 

관람한 날짜 당시(5.19) 2,3,4 전시실에서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가 함께 진행되고 있어, 같이 관람했는데 두 전시가 연관되는 지점을 꽤나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미술관, 전시관이 환경에 미치는 문제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2022년 히토 슈타이얼의 개인전에서도 미디어와 환경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현장의 전시는 굉장한 미디어와 전기소비가 발생했다. 경험과 체험을 위한 전시는 관람객의 참여를 수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스펙타클할수록 그 반응과 참여가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팝업스토어의 전시는 거대한 조형물과 같은 아이콘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뜨겁게 모았다가 사그라들 때 즈음 사라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지만 그에 대한 문제는 쉽게 재고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질의 온전한 형태조차 불확실한 이 지점에서 미래는 어떻게 구축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안은 <가변하는 소장품> 팜플랫 뒷면에 있는 교육, 워크샵(<작품사용설명서>)과 같은 과정이다. 단순히 이 전시가 끝나는 순간 전시에 대한 경험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경험을 한 관람객들과 그 경험과 기억을 이어 나가는 것에 전시 저변에 깔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절대적 관념과 신화에서 가변적 상황에 대면하여 지속가능한 연결고리를 미술관을 통해 구축해 나가는 것으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될 수 있음을 ‘가변’이라는 상징으로 말한다.

 

 

[변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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