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전자음악 세계로 접속한, 음악 프로듀서 스윔래빗

“음악은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들이 소리로 구현됨으로써,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마저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줘요.”
글 입력 2024.06.21 13:10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접속, 순수, 유토피아, 치유’ 등 이러한 추상적인 단어들에서 풍기는 에너지는 비극적인 현실감을 반대로 치환하려고 하기에 나오는 메타포들이에요. 저는 불안을 강하게 느끼고 우울이라는 감정을 잦게 느끼는 인간이라서, 제가 표현하고 싶은 음악 세계에서는 일종의 주술과도 같아요.”

 

스윔래빗(swimrabbit) 인터뷰 中

 


불안과 우울은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으며, 때로는 이 감정들로부터 벗어나고자 자신만의 안식처를 만들게 된다. 그곳은 실재할 수도, 상상만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특히 무한으로 뻗어나가는 상상 속의 세계는 스스로 생각하는 긍정의 모습들이 떠다니며 자유를 느끼고, 무엇이든 가능하게 해준다.


프로듀서 스윔래빗은 이러한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음악을 통해 넘나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추상적 감정과 모순을 이야기한다. 명쾌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 추상과 모순이 담겨있어 그런지, 그의 음악은 누구에게나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정해진 규칙 없이 본인만의 길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또한 낯섦과 익숙함, 평화와 혼란의 조화를 느껴볼 수 있는 경험도 제공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그의 진심이 곳곳에 담겨있었다. 서면으로 주고받은 대화 속에는 진솔한 문장들과 함께 정성이 가득했고, 음악에 대한 깊은 열정이 느껴졌다.


전해 받은 그의 언어를 통해, 지난 6월 13일에 발매된 EP [접속 CONNECT]의 자세한 소개와 음악 전반에 걸친 심도 있는 그의 생각들을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

 

 

swimrabbit profile photo 01 (main).jpg

사진 제공=EMA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자음악을 기반하여 다양한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 스윔래빗이라고 합니다. 하고 싶은 여러 이야기들을 소리로 표현하고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글로써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먼저, 활동명을 ‘스윔래빗’이라고 정하게 된 이유를 여쭤보고 싶어요.


크게 세 가지의 이유가 있어요.


우선 활동명을 정할 당시,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의 이름에 동물이 들어간 경우가 많았어요. '썬더캣(Thundercat), 보노보(Bonobo), 토키몬스타(TOKiMONSTA), 리틀 드래곤(Little Dragon)' 등등. 저도 동물 이름을 넣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제 음악 스타일로부터 느껴지는 이미지가 엄청 강인하거나 너무 무거운 건 아니기에 직관적으로 토끼가 떠올랐어요. 이 동물만의 묘한 느낌도 좋았고요. 그리고 수식되는 무언가를 붙여야 했는데요. 안온함을 소망하는 제게는 자연스럽게 조용한 연못에서 유영하고 있는 토끼가 그려졌어요. 추가로 제 본명인 '지인구'의 성씨 한자가 '연못 지(池)'인데요. 이는 제 첫 번째 EP 앨범의 제목인 [POND]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저는 듣기에도 만들기에도 익숙한 듯 익숙지 않은 음악을 지향해요. 모순적이죠. 살면서 음악 외적으로도 정신적인 많은 부분에서의 모순을 경험하는 것 같아요.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사고인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설명하기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요. 이와 유사하게, 어딘가에 검색해 보면 분명 물에서 수영하는 토끼의 모습을 찾아볼 순 있지만 사실 토끼는 섭취하는 수분과는 별개 삼아 물과 친숙한 동물이 아니거든요. 몸에 물이 닿으면 큰 스트레스를 받거나 매우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 면에서 'swimrabbit'이라는 단어는 말장난에 가깝고, 제 모순들을 표현하기에 적합했어요.


세 번째로, 제가 초등학생도 되지 않던 어린 시절에 실제로 토끼를 키웠던 적이 있어요. 작은 박스에 두고 키웠었는데요. 부모님이 여행을 가서 하루를 집에서 홀로 있었던 적이 있는데, 보통 저희는 잠을 잘 때 불을 끄고 자니까 이 친구도 잠을 잘 때 어두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박스 위를 덮어두고 밤을 보냈었어요. 박스에 숨구멍도 안 내고요.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던 나머지 말도 안 되는 일을 한 거죠. 당연히 그 토끼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다음 날 일어난 저는 큰 충격과 슬픔을 느꼈어요. 지금도 절대로 잊을 수가 없죠. 그 친구를 깊은 마음으로 추모하는 의미도 있어요.

 

 


현실과 상상 세계 속의 연결, EP [접속 CONNECT]


 

swimrabbit 접속 cover (fin).jpg

사진 제공=EMA

 

 

이번에 새 EP [접속 CONNECT]가 발매되었습니다. 앨범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전반적으로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하면서 고유의 스타일을 가진 7곡이 유기적인 서사 구조로 엮여있는 앨범이에요. 만화 '디지몬 어드벤처'의 '디지털 월드'라는 세계를 포함하여 많은 키워드를 영감의 원천 삼아 만들어졌고요. 현실과 누구나 개인적으로 상상하는 어떠한 세계의 연결을 큰 주제로 두어, 현실로부터 그 세계까지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이번 앨범과 수록곡 제목이 '한글-영어' 형식으로 적혀있는데, 따로 이유가 있나요?)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제가 지금까지 발매했던 음악의 제목은 모두 영어였는데, 이번엔 도전적인 의미로 넣어봤어요. 개인적으로 가끔씩 어떤 단어들은 모국어인 한글이 주는 직관적임과 영문으로 보았을 때의 느낌이 다를 때가 있는데요. 이 앨범에서는 '기억나지 않는 표정', '과포화' 같은 제목에서 확실히 한글로 썼을 때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100%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rabbit's bolero'는 '토끼의 볼레로'가 크게 와닿지 않아서 영문으로만 썼고요.



곡마다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 같아요. 1번 트랙부터 7번 트랙까지 간단한 설명과 감상 포인트를 소개해 주세요.


일단 서두로 말하자면, 모든 곡의 제목은 큰 이야기가 정해짐과 동시에 함께 다 정해놨었습니다.

 

 

 

 

1. 접속 CONNECT

 

앨범 제목이기도 한 '접속 CONNECT'는 단어 그대로 현실이 아닌 어떠한 다른 세상으로 접속함을 의미하는 인트로 역할을 해요. 이 앨범의 영감이 되기도 한 '디지몬 어드벤처' 속 '디지털 월드'로 포탈을 타고 입장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곡이에요. 제가 음악으로 만든 세계에 입장할 감상자에게 열어준 포탈인 셈이죠. 이 곡이 이번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처음으로 시작한 테마이자 마지막으로 완성된 트랙이에요.

 

 

 

 

2. 신기루 정원 MIRAGE GARDEN

 

'신기루 정원 MIRAGE GARDEN'에는 접속한 세상의 이미지를 담아냈어요. 본인은 본인으로서 계속 존재하지만, 그 밖의 어떤 세상이든 간에 항상 평화로울 수도 혼란스러울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를 표현하기 위해 곡의 메인이 되는 테마 룹(loop)을 만들었고, 그것을 기초해서 여러 소리들이 튀어나오며 듣는 내내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줬어요. 그만큼 다채롭고 묘한 조화와 함께 가장 다이내믹하게 진행돼요. 그렇다 보니 앨범 내의 가장 긴 러닝타임을 가지게 된 곡이에요.


여담으로, '디지몬 어드벤처' 내에서 주요 캐릭터들이 매 에피소드마다 상황을 설명해 주는 내레이션이 나오곤 하는데요. 이 곡 중간에 나오는 괴상한 톤의 짧은 내레이션도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 세계의 디지털한 크리처 목소리라고 상상하며 사운드를 디자인했어요. 스크립트는 제가 좋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인 'Maniac'에서 아주 살짝 영감을 받아 직접 써봤어요.

 

 

 

 

3. 기억나지 않는 표정 FACE (feat. 죠지)


'기억나지 않는 표정 FACE'는 새로운 세계에 접속한 뒤, 떠나온 현실 세계와 그곳에서의 기억에 대한 회상적인 분위기를 담았어요. 그리고 이 곡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기에, 자연스럽게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를 썼어요. 이제는 지나간, 혹은 멀어진 인연들과의 좋았던 시간과 그 모습에 대한 기억이 흐려짐을 느낄 때가 가끔 있잖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난 기억인 것이고요.


마냥 우울한 분위기보다는 그저 회상에 대한 감정이에요. 분명 너무 개인적이지 않게끔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계속 말하게 되는 '디지몬 어드벤처' 내에서 각 캐릭터가 고유의 가치와 이어지는 문장을 가지고 있는데, '한소라(국내판 이름)'라는 캐릭터에게서 키를 얻었어요.

 

  

 

 

4. rabbit's bolero


'rabbit's bolero'는 앨범 내의 인터루드(interlude)예요. '디지몬 어드벤처 극장판'에 삽입된 것으로도 유명한 클래식 곡 'Maurice Ravel - Bolero'를 전자음악으로 편곡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곡가이기도 해서, 이 아이디어로 작업을 시작할 당시 어떻게 건드려야 하나 막막하기도 했던 기억이 나요. 이걸 건드려도 되는지조차 참 어렵게 느껴졌었고요.


앨범 이야기의 영감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떠올리게 하면서, 유머러스한 장치로서 잠깐 환기 시켜주는 역할도 해요. 이쯤 되니 '디지몬 어드벤처'에 대한 얘길 너무 많이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웃기기도 한데, 존경과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하게 될 겁니다. 하하.

 

 

 

 

5. 진화 EVOLUTION (feat. HUNJIYA)

 

'진화 EVOLUTION'은 제목부터 대놓고 '디지몬 어드벤처' 세계관에서 따왔고요. 우리의 현실에서 시간이 흐르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성장하고 습득해나가는 모습. 즉, 진화하는 과정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죠. 그런 몰두의 순간이 느껴지길 의도한 만큼, 가장 경쾌하고 댄서블한 트랙이기도 해요. 만화 내의 캐릭터들이 빌런들과 전투하는 장면에서 어울리겠다 싶은 곡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어요.

 

  

 

 

6. 과포화 SUPERSATURATION (feat. Faver)

 

'과포화 SUPERSATURATION'은 직전 트랙에 이어 성장과 경험의 시간 속에서 느낀 혼란의 일부를 과감하게 여러 장르의 혼합으로 만들었어요. 진화 과정 속에 숨 막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고 과중하다는, 어려움의 뉘앙스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앞서 말했듯이, 어떤 구석도 항상 평화로울 수는 없으니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는 것이죠. 불안함과 혼돈 역시 마찬가지고요.

 

  


 

 

7. 고요 QUIET (feat. 신해경)

 

혼란을 인지하고 난 뒤의 허무함, 하지만 평온해진 상태를 그려낸 '고요 QUIET'로 이 앨범의 이야기 서사가 마무리돼요. 사실 평온함보다는 초연함에 더 가까운 감정선인 것 같지만요. 대체적으로는 평화로운 분위기이지만, 조금씩의 긴장이 함께 느껴지게끔 만들려고 했어요. 평화롭기를 바라지만, 부정적이고 불필요한 감정들을 완전히 다 털어내진 못하니까 그걸 표현한 일종의 의도적인 장치죠. 어떻게 보면 이야기의 마무리로서도, 가사로서도 가장 추상적이고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에요.


1번 트랙 '접속 CONNECT'를 제외한 모든 곡에는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할 수 없는, 동등하고 연결된 미묘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요.



트랙 순서대로 들었을 때, 제목과 음악적 분위기에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흐름이 자연스레 떠올랐어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러한 서사가 그려질 수 있도록 의도하신 건가요?


아주 잘 들어주신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생각한 이 앨범 속 화자의 시간과 감정선의 흐름 순서대로 배치가 되어있어요. 앨범 작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이런 구조를 처음부터 두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작업 과정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은 있었어도 처음부터 풀 스토리로 완벽하게 짜인 내러티브는 아니었던 만큼, 각 곡의 내용을 큰 서사와 싱크시키고 조정하는 과정도 당연히 있었고요. 앞서 말한 대로라면 앨범 속 화자가 사실은 저일 수도 있고 이 앨범을 듣고 느끼는 청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자주 언급하신 것처럼, 만화 '디지몬 어드벤처' 속 '디지털 월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앨범이라는 점이 신선했어요. 현실과 상상 세계 속 연결을 주제로 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스윔래빗 님이 상상한 세계 속에는 어떠한 세상이 펼쳐져 있나요?


우선 환상이라는 것은 현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에 유토피아에 가까운 세계일 텐데, 무엇이 유토피아냐고 물어본다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파고들면 사회적인 메커니즘까지 생각해야만 하니까, 결국 현실적이고 불편한 것까지도 상상하게 돼요. 전 꽤나 겁도 많고 불안함도 많은 사람이라 항상 평화로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니, 제 상상은 모두 환상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철학적 개념을 깊게 알지는 못하지만 '가능세계 이론'도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상과 현실의 괴리나 어긋남을 두려워하기에, 제 상상 세계는 그저 악의 없는 순수한 세상이에요. 질문과 멀어져 너무 진지했으니 가볍게 말하자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만큼 마셔도 건강 이상 없고 여기저기 토끼들이 뛰어다니는 세상이면 좋겠네요.


(여담으로, '디지몬 어드벤처' 속 최애 캐릭터도 여쭤보고 싶어요. 그리고 평소에 만화를 즐겨 보시나요?) 인물 캐릭터는 '장한솔', 디지몬은 '피요몬'을 좋아해요. 이유를 설명하자니 배경지식까지도 말해야 해서, 과해질 것 같아 생략해 보겠습니다. 하하. 평소에 만화를 즐겨 보진 못하지만, 주변에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은 많이 받았어요. 스스로 정말 좋아하는 건 '기생수', '릭 앤 모티'가 떠오르네요. '디지몬 어드벤처'는 당연하지만, 이 두 개도 정말 최고의 작품들이에요.



이번 앨범에서는 '죠지, HUNJIYA, Faver, 신해경'의 피처링 또한 돋보여요. 곡 만들기 전부터 피처링 아티스트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시는 편인가요?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요. 만들기 전부터라기보다 정확히는 곡을 디벨롭 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나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이번 앨범은 원래부터 염두에 둔 분들이 거의 그대로 들어왔고, 이 자리를 빌려 또 감사함을 전하고 싶네요. 심지어 작업 과정에서도 큰 걸림돌이 없었어요. 어떤 것들을 표현하고자 하고 함께 이런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대화를 하고 나서부터, 작업 과정의 마무리까지 그냥 그 자체로 쭉 구현이 되었어요. 제 스스로의 부족한 정도가 느껴지는 것 외에는 참여진분들의 훌륭함이 더할 나위 없이 제 곡을 채워준 것 같아요. 아주 신통방통한 사람들이에요.



'기억나지 않는 표정 FACE'와 '진화 EVOLUTION'이 더블 타이틀곡으로 포함되어 있어요. 모든 곡들에 다 애착이 가겠지만, 그중에서도 타이틀곡을 정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꽤 간단해요. 너무 개인적이지 않고 포멀하게 들리는지 생각하고, 최대한 가깝게 충족시키는 트랙을 타이틀로 선정하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 곡들 중에선 질문에 말씀해 주신 두 트랙만 반복되는 보컬 파트, 드럼 파트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그리고 어쩌면 추상적인 이 세계관에서 그나마 긴밀한 공감을 청자들에게 불러올만한 트랙인 것 같고요.

 

 

 

어디서든 다채롭게 빛나는 스윔래빗의 색깔


 

스윔래빗 님은 주로 일렉트로닉과 하우스 기반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 장르의 음악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인터넷 키드입니다. 대부분의 것을 능동적인 디깅으로부터 얻었어요. 처음에는 힙합을 들으며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의 취향으로 굳어진 전자음악 형태와는 조금 다른 결이지만 큰 페스티벌을 타깃으로 한 DJ들의 EDM 장르도 즐겨 들었어요. 그러다가 '사운드클라우드'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고 메인 스트림 격이 아닌 하위 장르를 기반 삼거나 본인만의 작법들로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접하게 되었었는데요. 당시 첫 입문은 한창 '퓨처'라는 말로 불리며 계속 쏟아져 나온 서브 장르들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 흐름의 일부였지만 본질적으로는 제 취향에 몇 퍼센트 모자랐어요. 더 스스로를 고취 시킬 수 있는 새로운 소리들이 필요했는데요. 'Brainfeeder', 'Ninja Tune', 'Ed Banger'등의 레이블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비트뮤직, 전자음악에 대한 이해를 빠르게 확장시켰고, 'NTS radio', 'The Lot Radio', 'Boiler Room' 등의 믹스 스트림 채널에서는 댄스 플로어 음악들을 들었어요. 'Bjork', 'Floating Points', 'Aphex Twin', 'Four tet', 'Rei Harakami', 'Kraftwerk'를 알고 나서부터는 지금의 제 세계가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Daft Punk', 'Disclosure', 'Flume'은 제게 전자음악 이상의 음악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해준 이름들이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아 적어봅니다.



EP [POND]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애플뮤직 '최고의 음악 100선'에 두 곡이 선정되기도 했어요. 이렇게 음악적으로 인정받아 선정 명단에서 본인의 이름을 마주했을 때, 어떤 기분과 생각이 공존하나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제 개인적인 표현에 더 큰 가치를 입혀주신 거잖아요. 최우수라든지 최고라는 말이 '나에게 맞나?' 하는 부끄러움도 있지만, '내가 아예 틀리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 다행스럽기도 해요. 어쩌면 제가 음악을 해도 된다고 허락받은 느낌이죠. 한국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되었을 때는,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썼었는데 "한국", "대중", "음악"이라는 세 단어의 나열이 저를 정말 벅차게 하더라고요. 제 마음에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큰 화학 반응이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스윔래빗 님 음악을 '실험적인', '예측 불가능한'과 같이 표현하기도 해요. 이러한 표현들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앞으로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꾸밈없이 순수한 생각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해서? 하하.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하지만 분명히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제가 듣는 음악들도 마찬가지고요. 취향에는 하나의 결이 있어도 들어오는 input은 안 가리며 다 듣고 느껴보려고 하거든요. 그것들로 제가 만드는 음악을 사람들이 말하는 팝까지 치닫게 하고 싶어요. 수식어는 모르겠지만 "스윔래빗 색깔로는 아무 곳이나 칠해도 예쁘네?" 그런 뉘앙스의 말을 듣고 싶어요.



현재까지 나온 앨범들을 살펴보면 '접속, 순수, 유토피아, 치유' 등 특정 단어로부터 발현되어 곡 전체를 아우르는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추상적인 단어들을 음악에 녹이기 위해, 특정 사운드로 구현해 내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나요?


일단 말씀해 주신 추상적인 단어들에서 풍기는 에너지는 비극적인 현실감을 반대로 치환하려고 하기에 나오는 메타포들이에요. 저는 불안을 강하게 느끼고 우울이라는 감정을 잦게 느끼는 인간이라서, 제가 표현하고 싶은 음악 세계에서는 일종의 주술과도 같아요. 생각하는 것도 처음의 특정한 단상들을 포착하고, 의도 자체를 더 확장시키고 연계시키는 편인 것 같아요. '이건 미니멀하게 해야지, 이건 헤비하게 해야지' 같은 작법의 메커니즘을 말하는 건 아니고요. 정해진 방식보다는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의 우연과 직감을 믿는 거죠.

 

 

 

 

스윔래빗 님의 앨범은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심미적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앨범 아트와 뮤직비디오에 '자연'이 많이 등장하는데, 스윔래빗 님이 추구하는 음악과도 연결되어 있는 걸까요?


보이고 싶은 방향을 의도하면서 포장하진 않았음에도, 음악을 만들다 보면 머릿속에 '자연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긴 하는 것 같아요. 말장난 같아서 웃기지만 사실이에요.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기술적 한계 혹은 구조 때문에 완전히 자연에 가까운 것을 구현하기가 어려워도, 심상적인 부분에서는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적절한 조화로움을 생각하게 돼요.

 

 

 

한계 없는 음악과 삶을 향해,


 

음악 프로듀서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람들에게 예술적 체험을 시켜주는 모든 직업을 동경해요. 그중에서도 음악 프로듀서의 일은, 청각적 표현으로 누군가에게 일정 시간 동안 영향을 주는 것이에요. 음악은 시간 예술이니까요.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들이 소리로 구현됨으로써,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마저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줘요. 제가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청각적인 반응이 있을 때 꽤나 구체적이고 자유로운 사고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요. 타인에게 다양한 사고의 흐름을 만들어주는 건 신비로운 일이고 심지어 작업을 하고 있다 보면 자신까지도 그렇게 되죠.


(음악 프로듀서로서 가지게 된 직업병도 있으신가요?) 순수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한 리스너로서 대하는 것과 이 일을 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건 다르긴 하지만, 분명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예컨대, 목적 없이 음악을 편하게 들을 때마저도 문득 '이 소리를 이렇게 연주하면 어떤 소리가 날까?', '이 소리에 저런 이펙팅을 넣어서 들어보면 어떻게 될까?'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피어오르기도 해요.



작곡, 편곡뿐만 아니라 작사에도 참여한 적이 있으신데, 세 가지 중 어떤 과정이 가장 어렵다고 느껴지시나요? 각각을 대하는 마음가짐 또한 궁금합니다.


스스로는 작곡과 편곡을 따로 명확하게 나누진 않고 묶여 있다고 보는 편이에요. 100이 완성이라고 뒀을 때, 저는 0에서 50 정도까지의 순수한 창작을 하는 과정이 가장 즐겁다고 느껴요. 한 80부터 100까지의 과정은 고통과 함께 합니다. 많은 것을 고려해야만 하는 디테일과의 싸움이거든요. 작사는 제가 쓰고자 하는 말이 명확해도 가창자와 함께 곡에 맞춰야 하는 작업이에요. 문장 자체를 제안한 적도 있고, 키워드가 되는 단어나 큰 주제를 공유하고 나온 것으로부터 검수하고 첨삭하는 경우도 있어요. 텍스트가 잘 나왔다 한들 결국 작업 과정에서는 사소한 음절이나 발음 같은 가창에서의 사운드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하고요. 제가 줄 수 있는 소스들을 흩뿌려주고 그들의 영역에서 구현해야 하는 것이니까 이것도 꽤나 어려운 거죠. 쓰다 보니 100이 어느 기준에 맞춰져 있으며, 대체 어떤 게 '완성'의 형태일까라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최근에 블로그를 새로 시작하셨더라고요. 블로그라는 소통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음악을 시작하기 전, 어렸을 때 문예 창작을 하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여전히 다양한 글을 쓰고 기록하고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요즘 SNS 상에서는 그런 글을 쓰기에 마땅치 않다고 생각했고, 과한 비유를 해보자면 마치 쾌락 전시장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전 우울함이 짙게 깔려있는 사람인데 인스타그램에 그걸 마음껏 표현한다고 사람들이 편히 받아주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물론 순기능이 너무나도 많지만 역기능도 따라서 존재하는 것 같아요. 휘발성 짙고 도파민들이 가득한 곳에서는 제 글의 표현 폭이 한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블로그라는 공간의 성격은 그래도 적합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찰나, 이번에 피처링으로도 참여해 주신 해경이 형의 추천이 큰 이유가 되었어요. 실제로 블로그에서 많은 것을 해소하고 팬들과도 잘 소통하고 있는 해경이 형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했어요.



블로그 글 중,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어들을 메모하기도 한다'며 그 예시로 '인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능력'을 언급하셨어요.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궁금한데, 혹시 그 능력에 대해 살짝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메모했던 그날로부터 앞으로도 제가 가지고 싶은 능력이에요. 하하. 운명론을 깊게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깊은 인연이 궁극적인 운명처럼 느껴지고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인 거죠. 혹시나 그런 능력이 있는 분이 실제로 있다면 공유 받고 싶은 능력이네요.



마지막 질문이 다가왔네요.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가 있으신가요?


이제는 개인적인 표현에 집중하기보다 조금 더 다양한 작업을 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한 작업이나 특정한 목적을 위한 작업들이요. 다른 음악가의 곡 프로듀싱으로 참여한다든지, 영상에 필요한 싱크 음악을 만든다든지, 특정한 바운더리 없이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앞서 말했듯 저는 제 음악이 어느 한 프레임에만 있지 않다는 걸 스스로는 자신 있게 아는 사람인데, 그것을 다른 작업물들로 보여줘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 것도 더 많아질 테니까 이런 점도 참 좋을 것 같아요. 무엇이든 환영하며 귀 기울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사실은 앨범이 나오기 직전의 시점부터 지금까지도, 스윔래빗으로서의 모습 이외에 개인적인 상황에서 많은 힘듦과 부침의 시간을 겪고 있어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하나도 감이 안 올 정도로 스스로는 과포화 상태입니다만, 그런 와중에 제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과 제게 힘을 주는 분들 덕에 사는 것 같아요. 요즘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이 제가 가진 표현력의 한계치를 초과한 것 같아요.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니 어려운 세상이지만 계속 헤엄쳐 나아가야만 해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거라고 믿어요.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1
  •  
  • 신새벽
    • Pond 정말 잘 들었습니다,,,
    • 1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7.0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