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몽골 여행기 [여행]

반짝이고 선명했던 몽골에서 느낀 것들
글 입력 2024.06.1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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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몽골이었더라. - SNS에서 몽골 사진을 봤었다. 단 4장의 사진. 그게 시작이었고 끝이었다. 마침 같이 게시된 몽골 여행 정보들이 눈에 들어왔고 바로 동행을 찾기 시작했다. 날짜가 맞는 팀에 합류해 항공권을 사고 예약금을 보내고 나니 준비는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공항 게이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22개의 눈을 보면서 생각했다.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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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화장실과 쾌속 샤워 - 원체 비위가 강한 편이라 몽골 여행 전 상당수를 고민하게 하는 초원 화장실은 큰 문제까진 아니었다. 물론 우산을 챙기고 마이비데를 한 아름 준비해 갔지만. 걱정 없다 했지만 처음 우산을 들고 적당~한 자리를 찾는 것은 꽤 뻘쭘하고 웃음이 나왔다. 몽골에서 우산을 들고 멀리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모른 척해주길. 의외의 복병은 샤워였다. 게르는 물탱크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어 다른 이용자들을 위해 절수는 필수. 하지만 졸졸 나오는 물로 속전속결 씻기는 전략이 필요했다. 바가지에 물을 담아 신중하게 조준해서 헹구기. 끝. 진리를 깨닫고 나니 화장실처럼 샤워도 익숙해졌다. 5분 만에 머리를 털며 샤워장을 나올 때는 목욕탕 다녀왔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개운할 정도였다. 이 초원 화장실과 쾌속 샤워는 몽골에서보다 집으로 돌아온 후 영향을 발휘했다. 인천공항 공중화장실에서 이렇게 생경함을 느끼다니. 이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달 없는 날이 뭔지는 몰랐어도 - 몽골 여행 성수기는 6-9월, 그중 별이 잘 보인다는 달 없는 날은 더욱 인기 있다. 무계획과 무정보로 몽골의 별이 유명한 것도 몰랐지만 첫날 현기증에 올려다본 하늘을 잊지 못한다. 사나운 바람에 실눈으로 본 별들은 너무 많고 빛나고 경이로웠다. 별을 헤아릴수록 이 순간 이곳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토록 놀라워서 계속 눈을 감았다 떴다. 별은 여전히 반짝였다. 이곳이 트루먼쇼 세계관이라면 별 역할 조명을 달다가 천장이 무너졌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하늘을 쳐다봤지만 질릴 틈이 없었다. 대자연을 만나면 인간이 겸허해진다던가. 나 또한 그랬다.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심장이 묵직해지는 기분을 몽골에서는 매일 밤 느꼈다.

 

몽골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 - 9박이라는 시간은 12명의 성인이 부대끼기에는 꽤 길다.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다 각자의 꽤 깊은 부분까지도 나누게 됐다. 텐트에서 잠을 잔 날은 오늘 아니면 말하지 못 할 것처럼 새벽까지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았다. 서로의 고민을 듣고 진지해지기도 하고 마냥 웃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돌아가지 않을 듯이 솔직한 심정을 꺼내놓았고 누구도 비웃지 않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렇게 낯선 사람들과 이 정도로 편안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가. 생경했다. 당연히 모두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크고 작은 다툼도 있었지만, 몽골을 생각하면 대자연과 사람들이 함께 떠오른다. 자꾸 마음이 메마르고 서운해질 때 불 앞에서 대화를 나누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의 가뭄은 좁은 지하철 탓을 해본다.

 

몽골에서 만난 몽골 사람들 - 운이 좋았을까. 여전히 몽골팀은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난다. 만나서 할 이야기는 8할이 몽골 이야기지만 그중 5할은 그곳에서 만난 몽골 사람들이다. 내비게이션도 없이 어떻게 길을 아냐는 물음에 하늘과 땅의 모양을 보고 간다던 기사님. 고비 사막에서 노래를 불러준 가이드. 서로의 언어를 나누던 시간들. 말은 안 통해도 서로가 아는 최고의 표현으로 한 마지막 인사. 모두가 각자의 기억 속에 조각조각 남아있다.

 

다시, 몽골 - 나는 다음 달에 또 몽골로 떠난다. 전혀 모르던 곳이었던 몽골은 좋아하는 곳이 되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시작한 몽골 여행에 예상보다 큰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자연과 사람, 이 두 가지의 힘이 또 앞으로의 여행을 기대하게 만든다. 무수한 선택이 만드는 이런 순간들에, 나는 꺾였다가도 살아나고, 웃고 떠든다. 시원하게 외칠 수 있겠다. 이 삶을, 이 지구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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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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