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탈을 영원히 기록하는 법 -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 [도서]

글 입력 2024.06.21 16: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여행과 사진은 서로 멀리할 수 없는 일종의 하나의 세트 같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 새로움을 찾기 위해, 누군가와 추억을 쌓기 위해 등 사람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그 기간 경험했던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한다. 사진은 버튼을 누르는 동작 하나로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분명 정지된 한순간이 기록된 것임에도 우리는 언제든지 그 사진을 길 삼아 그 시절로 떠나 울고 웃게 된다.

 

이번에 이야기할 책은 이처럼 흩어져 가는 추억을 다시 가져오는 것인 ‘사진’에 집중을 한 여행책인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이다. 이 책은 다른 여행책과 조금 색다르게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에 집중하고 있다. 보통의 여행책이라면 관광명소와 주변 맛집 등이 소개의 주를 이루고 있는데, 여기서는 여행 장소의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해둔 사진과 함께 이 장소에 언제 가면 사진을 찍기 좋은지, 사진사들 사이에서 어떤 점이 유명한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남는건사진뿐일지도몰라_평면표지.jpg



 

가벼운 일탈


 

사람이 훌쩍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누구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누구는 새로운 자극이나 추억을 얻고자 떠나기도 한다. 그렇게 여행에 대한 욕구가 생기게 되면 이번엔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게 된다. 아예 새로운 경험을 얻고자 훌쩍 해외로 떠날 수도 있고 부담 없이 편안하게 가는 것이 좋아 국내에서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는 이런 포인트를 잘 살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사람 중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풍경이 아름다운 여행지 71곳을 소개해준다. 다만, 다른 여행책과 조금 다르게 여행지에 대한 소개를 ‘사진’으로 한다. 물론, 장소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가는 길, 위치 등 알아야 할 필수적인 정보들을 모두 소개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행지에 대한 설득을 페이지 내에 크게 걸어놓은 ‘사진’을 통해서 진행하는데, 계절마다 개성적으로 변모하는 자연의 모습과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의 모습이 몇 줄의 글보다 더 매혹적이게 유혹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여행하기 상당히 좋은 나라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산과 바다, 호수 등 자연의 경치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 오랜 역사의 흔적을 지닌 장소가 있는 한편, 반대로 도시의 화려한 모습을 갖춘 장소 또한 존재하니 그때그때 마다 가고 싶은 분위기로 훌쩍 떠날 수 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아름다운 자연환경, 즐거운 축제 등 그 장소에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함을 접하다가 마침내, 누군가가 그 장소에서 보낸 추억의 장면을 마주하게 되면 결국 완전히 패배해 버린 것처럼 나도 모르게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책이 다른 여행책과 비교했을 때 글이 적음에도 어떤 책보다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것은 분명, 다른 사람의 행복한 추억을 사진을 접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일탈을 영원히 박제하는 법


 

평소의 모습에서 벗어나 일탈을 즐기게 되면 평소에는 얻을 수 없는 추억을 얻게 된다. 이 추억은 반짝이는 기억이 되어 우리가 힘들 때 다시 일어나게 해주거나, 과거로 다시 시간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되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추억이란 것이 마치 모래알과도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감정, 풍경, 사건들이 점차 잊혀 가기에, 사람들을 이를 영원히 보관하고자 사진을 찍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 사진을 많이 찍는 것이고, 이 책의 제목 그대로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에 충실하기 위해 ‘사진 찍기 좋은 여행지’란 주제를 가지고 장소가 소개되고 있다. 설사 단 한 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여행지를 찾아가더라도 전혀 아쉽지 않은 특별한 인생 사진 스폿이 알차게 선정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의 작가인 서영길 사진작가가 얼마나 사진의 진심인지를 느낄 수 있는데, 어느 장소가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가야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지 정보를 글에 꾹꾹 눌러 담았다. 또한, 책 한구석에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찍으면 좋은지 방법 또한 함께 적어놔 ‘인생 사진’을 건지고 싶은 초보 사진가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진을 찍다’를 영어로 번역하면 ‘총을 쏘다’와 같은 ‘shoot’이 된다. 어떻게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무기와 기록을 위한 도구가 같은 단어가 될 수 있는지 의아할 수 있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가 버튼을 누르는 동작 하나로 대상의 한순간을 탈취하여 박제한다는 점에서 이런 무시무시한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소형1.jpg

 

 

[정소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7.0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