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삶에 다가온 음악이라는 빛, Novelbright [음악]

감정을 깨우는 노래에 관하여
글 입력 2024.06.1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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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알고리즘의 선택으로 우연히 보게 된 노벨 브라이트의 콘서트 영상을 통해 나는 그들의 음악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새로운 빛’이라는 의미의 그룹명처럼 언어의 벽을 넘고 내게 다가온 jpop 밴드 '노벨 브라이트'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일본 가수 아이 명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 라이브 영상에 좋아요 5천 개를 받은 댓글이 있다. ‘좋은 노래는 언어의 장벽이 없구나’ 언어는 소통의 장벽이지 감정의 장벽이 될 수 없다. 감정을 깨우는 음악은 언어의 장벽을 뚫고 마음 안쪽까지 들어온다.


보컬 유다이가 가진 부드럽고 강한 목소리의 힘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취미가 없던 내게 퇴근 후 노래를 들으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었고, 눈물이 올라올 때마다 삼켜버리는 게 습관이었던 나를 펑펑 울게 만들었다. 나는 억누르는 게 습관인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노래는 억눌러져 있던 나의 무언가를 계속 깨웠다.

 

 

 

Novelbright / 달맞이 꽃


 

 


사람이 인생을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울고 싶을 때 우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고, 슬픔을 매번 누르고 살다가 병이 난 적이 있었다. 그런 습관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슬픔을 꺼낼 수 있는지 도통 방법을 알 수 없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노래로 안쪽의 슬픔을 꺼내게 만드는 사람은 흔치않다. 비록 그가 노래하는 가사의 의미는 알지 못했지만, 노래에 담은 감정이 느껴져서 일까, 그의 노래는 내가 묻어두고 사는 감정을 쏟아내게 만든다. 그냥 가만히 듣고 있다가 인정받는 일이 너무나 절박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 누구에도 인정받을 필요가 없음을 나를 채워주는 노래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Novelbright / Walking with you


 

 

 

하트시그널 4에서 민규가 지민이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민이는 내 안을 떄려서 깨우는 느낌이야' 나는 walking with you 라이브 영상을 보고 그가 말한 느낌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마치 억누르는 것을 깨부수는 느낌. 노래 하나로 이런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회가 정한 이상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해 고분군 투하며 사는 내 모습은 가짜의 것 같았고, 이 노래를 듣고 채워지는 느낌을 받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서는 무기력증의 원인을 삶의 타자화라고 말한다. 남이 바라는 나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신경증인 것이다. 한 조직에서 옳다고 여겨지는 규범들을 따르며 살다 보면, 사람은 자연스레 자신의 감정을 숨기게 된다. 먹고사는 밥그릇이 있는 곳에서 쉽게 감정과 의사를 내비치는 일이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일지도 모른다. 바깥으로 표현될 수 없어 잠식되는 감정들이 쌓이다보면 인간은 어느샌가 무감각해진다. 감정을 느끼는 것을 포기하는 삶이란 얼마나 무기력하고 비극적인가.


무기력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억누르는 행위를 멈추고 올라오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는 감정을 스스로 받아들임으로써 인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감정을 깨우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나답게 산다는 것, 살아있다 느끼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유다이가 부르는 노래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내면에 잠든 감정을 깨워주는 것을 만나게되면, 그것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쾌락이 아니라 위로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어떨 땐 세상의 장난처럼 느껴지다 어떨 땐 한줄기의 빛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살면서 나의 선택으로 만 삶을 이어오지 않고, 세상의 장난으로 우연히 선택되는 것도 꽤 재밌는 일이다. 만약 노벨브라이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내 삶의 어둠을 밝혀준 고마운 빛이다. 그들이 부르는 음악의 빛이 더 많은 세상에 닿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김세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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