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캐니: 나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우리 내면의 불안과 공포 [시각예술]

글 입력 2024.06.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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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캐니: 나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우리 내면의 불안과 공포”

 

개봉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 THE SHINING>(1980)은 눈 오는 호텔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고립된 상황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는 있음직한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으로 하여금 관람객이 느끼는 공포를 더욱 깊고 오래가도록 만든다. 한껏 무서운 것들이 가득한 터무니없는 상황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에서 다가오는 불안과 공포가 ‘나’를 서늘하게 한 경험은 미술관에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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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 Mueck, Mask Ⅱ, 2001-2002,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전시장면, 2021

 

 

2021년 재개장한 리움 미술관의 재개관 기념 전시 ⟪인간, 일곱 개의 질문⟫에서 가장 처음 마주한 작품이자, 가장 오래 여운이 남는 작품은 론 뮤익(Ron Mueck, 1958-)의 <마스크 Ⅱ Mask Ⅱ>(2001-2002)였다. 남성의 자고 있는 두상인 이 작품은 머리카락, 눈썹, 모공, 주름, 수염 자국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실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따로 마련된 공간의 좌대에 올려진 머리는 거대한 크기로, 이것이 현실이 아님을 즉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작품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관람객이 이 공간에서 보내는 매우 긴 시간과 그 반응을 통해 알 수 있다. 대게 처음에는 발을 멈추고 주춤하는 자세를 보이며, 그 뒤 조각의 디테일을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거나 뒤의 모습까지 살피기 위해 조각을 한 바퀴 돌기도 한다. 일부는 조각을 대면한 뒤 이내 곧 빠르게 그 곳을 나간다. 이 공간에 가득한 당혹과 불안의 감정은 마주하기 어려운 불편함으로 그들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사색에 잠겨 보내는 관람객도 존재한다. 무엇이 이들의 생각을 이끌어 낸 것일까? 우리가 마주한 낯선 감정은 무엇일까?

 

이러한 상태는 프로이트의 개념 ‘언캐니 uncanny’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친숙한 것이 낯설게, 혹은 낯선 것이 친숙하게 되는 상태로, 오랫동안 잊었던 억압된 공포가 표면으로 올라온 심리 상태”이다.  미술 작품에서 마주하게 된 이런 감정을 설명하기위해 미술사학자 전영백의 글을 참고하겠다. 『전영백의 발상의 전환』(2020)에서는 인간 심리의 미묘함을 설명하며, “불안과 공포는 평범함 일상에서 마주할 때 강도가 더 커진다.”고 말한다.  이 이중 심리는 일상의 영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로버트 고버(Robert Gober, 1954-)의 침대, 안락의자 등 유년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정교한 조각에서도 이 감정을 찾아볼 수 있다. 고버의 작품에서 흥미로운 것은 관람객이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그 내부의 트라우마를 보게 되는 것이다.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할 수도 있는 나에게 중요했던 기억 혹은 사고와 고통 등 억압된 것을 다시 불러오는 것은 일상에서 드문 일이다. 작품은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작품을 보면서 상기된 우리가 덮어둔 트라우마의 존재는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고통이 혼재하는 어떤 것으로 다가온다.


언캐니로 드러난 억압된 부분의 고통은 우리가 치유하고 싶은 부분일 것이다. 어린 시절, 과거에 대한 치유의 욕망은 현재 한국사회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오은영 박사는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라는 프로그램은 진행한다. 보통 그가 하던 어린이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 방송은 게스트의 현재 상태, 강박증, 증상에 대해 오은영 박사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게스트가 10대 혹은 그 이전에 겪은 일들로 인해 받은 상처를 인지하고 당시 본인의 내면을 이해하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청소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가 있다. 위의 두 프로그램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20대 시청자의 관심이 높은 것이다. 한국 사회의 결혼 연령이 30대에 가까운 상황에서 아직 미혼이라 볼 수 있는 20대는 왜 육아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것인가. 이 프로그램의 리뷰에서는 과거 나에게 있던 일과 그에 대한 부모의 대처 등의 잘못된 부분을 알 수 있어 좋았고, 그것이 문제임을 알게 되자 마음이 편해졌다는 말하며, 이는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 우리가 바라는 이 치유 과정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불편하고 낯선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고, 이것은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가능하겠다.

 

한편 언캐니로 드러난 억압된 욕망은 쾌락과 연관이 있다. 이것이 솔직한 욕망을 드러내기에, 상징계로 진입하기 위해 억압하고 지나간 것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경험은 ‘내가 이런 사람인가’라는 당혹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우리는 통합된 주체라는 환상을 갖고 살게 되지만 이것은 문자 그대로 환상이기에 깨질 수 밖에 없다. 한편, 사회 전체에서 드러내는 억압된 욕망의 현상으로‘먹방’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유튜브와 방송을 켜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형태로, 주로 많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은 가학적인 쾌락의 모습이다. 이것이 억압된 욕망인 것은 여성에 대한 미의 기준이 작동하는 사회이기때문이다. 마르고 날씬한 것을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놓고 이를 위해 다이어트하는 것이 일상인 사회에서 먹방의 유행은 억압된 욕망의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전시장에서 작품을 통해 직접 마주한 언캐니의 감정 상태, 이와 관련된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의견을 서술하였다. 언캐니는 삶과 가까운 곳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이 이중 구조의 상태에 놓여있지만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작품과 가까이함으로써 느낀 이 경험은중요한 순간 중 하나라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이 주제를 개인, 사회적 맥락을 넘어 구체적으로 미술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언캐니를 통해 초현실주의 이미지를 읽는 할 포스터(Hal Foster, 1955-)의 연구가 흥미롭다. 초현실주의는 당대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1924)에서 말하는 자동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연구되었다. 브르통은 “순수하게 정신적인 자동기술로서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말이나 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생각의 실제 흐름을 표현할 수 있다. 모든 미학적 또는 도덕적 성찰을 넘어서서 이성에 통제 받지 않고 생각을 받아쓰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서구 근대의 이성중심주의 전통에 대한 반발한다.  이런 맥락에서 초현실주의는 자동기술에 의한 우연, 꿈의 이미지가 주요하게 작동했다. 브르통을 중심으로 연구하던 기존의 연구와 달리 포스터는 프로이트의 개념을 접목시켜 초현실주의를 연구한다.


포스터는 정신분석학의 이론 중 언캐니를 강조한다. 전영백은 포스터가 이 개념을 통해 “초현실주의의 무질서를 밝히는 질서의 원리로 작용한다”고 보며, 이를 통해 “초현실주의는 우리에게 트라우마를 끔찍하면서 아름답고, 두려우면서 쾌락적인, 그리고 붕괴되면서도 숭고하게 조직되어 있는 어떤 것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포스터는 정신분석학에서 ‘강박’을 미술 표현의 ‘반복’과 연결한다.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은 죽음 충동을 기반으로 하며, 이는 다음의 두가지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1)프로이트의 집착적충동 행위의 개념에서 반복 행위를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하고자 하는 기능과 2)마조히즘적 쾌락의 개념으로 주체를 트라우마에 더 노출시켜 반복을 통해 고통에 취하는 기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초현실주의를 새롭게 바라보는 것은 당대의 전쟁이라는 트라우마에 대한 증상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의 증상 또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론 뮤익의 <마스크 Ⅱ Mask Ⅱ>(2001-2002)에 대한 질문들, 왜 이번 전시에서 이 작품에 관람객이 가장 많이 반응하고, 작품이 회자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전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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