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은의 '이지은씨 승리 일지' 감상에 관해

IU의 앨범, <The Winning>
글 입력 2024.06.1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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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나의 시작은


 

올해 1월 1일 스페인에서는 스물셋을 맞아 내 여러 친구들이 그러했듯 나도 아이유의 [스물셋]을 들었다. 2015년 중학생일 때 들었을 땐 그냥 흥얼거리기 좋은 노래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스물셋 여자가 되니 역시 다시 들을 때의 느낌은 다르다. 비슷한 나이에 하는 고민들은 다들 비슷한가 보다. 그러고도 지금까지 한동안 듣지 않던 [스물셋]이 수록된 앨범, 를 줄곧 듣는다. 아이유를 제일 상처 입혔으나 모순적으로 또 제일 강하게 만들었던 앨범이라고 생각하니 괜한 애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들여다보면 나는 늘 그런 것들과 그런 사람들을 제일 좋아한다. 상처 입고 어떤 마음의 모양이 삐뚤어져본 적 있을지언정 툭툭 털어내고 다시 단단해졌다는 이야기를 가진 것들. 장동선 뇌과학자님의 갑각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것도 여태껏 그런 마음에서 그런다.

 

이번 아이유 앨범 이 발매되기를 기다렸던 건, 그때의 생활이 매우 무료해서였으나, 선공개된 [홀씨]에 푹 빠졌기 때문도 있다. 모두들 홀씨의 설명글을 읽어보셨나요?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공식 채널에서 사전 공개한 아이유 인터뷰 영상을 보면, 이번 앨범의 가장 커다란 키워드는 "승리"로, 어렸을 때부터 꿈이라는 세계로 표방되었던 우리의 욕망과 욕구, 그리고 그런 것들을 점점 표현하는 것에 껄끄러워 하는 이 세상에 '좀 더 자신 있게 말해도 돼. 네 꿈, 너의 욕망이라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너무 허무맹랑하고 욕심이 많다고 말해도 그냥 그대로 꾸는 사람이 되어도 돼'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나는 아이유가 승부사라는 것도, 과거에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던 스스로와 매일 승부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그리고 그 승부에서 매일을 이기고 있다는 말도 모두 우주가 나에게 보내는 메세지라고 감히 과대해석한다.

 

내 꿈은 매일을 죽기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 재림하고, 내 안에서 군림하지만 너무 허무맹랑하기도 해서 그 무게는 가볍다. 그래서 내 꿈들은 늘 두둥실 떠있고. 사람들이 네 꿈은 어디 있어? 하고 물어보면, 나는 떠있는 것들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드는데. 사람들은 그 행동을 내가 꿈이 없어 생각하고 있는 것인 줄로만 안다. 그 후에 건네받은 조언이나 위로에는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그냥 어색하게 고개만 몇 번 끄덕거리고 사람들이 건네준 것은 길거리에서 무심하게 받았던 전단지들 대하던 듯 대충 접어서 가방에 넣었다. 어차피 그 사람들도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며 내뱉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열아홉 살 이후로 꿈이 없어졌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나도 꿈이 있다. 다만 직업 자체가 아닐 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당신이 꼭 필요했어요'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내 이름을 가진 것에 걸맞도록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과 물질로 은혜를 갚는 사람이 되고 싶고,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았어도 책과 잉크 펜을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들은 모두 내 꿈이고 내 가장 오래된 욕망이다. 누구한테는 시시해 보이고 누군가에겐 욕심이다 싶고, 누군가에겐 철없다 싶을 수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니 이제 그런 건 모두 인정하기로 했다.


사람은 모두 자기 꿈을 먹으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작은 꿈, 큰 꿈, 무거운 꿈과 가벼운 꿈, 향이 좋은 꿈과 촉감이 좋은 꿈. 크고 원대한 꿈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꿈- 그러니까 필요되는 욕구와 욕망을 충족하려고 한 걸음 두 걸음 떼어가며 살아가지 않나? 우리는 모두 꿈에게 생명을 꾸며 사는 거다. 각자의 꿈이 모두 다르니 꿈을 먹어 만들어지는 소화의 산물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내 꿈을 먹어왔기에 가질 수 있는 승리와 당신의 승리가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아이유가 자신만의 승리를 여러 각도에서 정의한 후 그것들을 각각의 노래에 기워 붙였다고 생각했다. 나의 허망한 욕심 된 꿈에 대한 승리가 붙여진 노래. 나를 나로 만들었던 여러 조각의 내 꿈들이 나로부터 가져간 승리가 붙여진 노래. 나의 초라했던 사랑의 승리가 붙여진 노래. 나를 사랑해 주던 사람들이 가진 꿈의 승리가 붙여진 노래. 그리고 난 결국 내 꿈이 세상이 정의한 꿈의 의미와, 세상의 잣대에 맞서 싸워 승리했음을 표방한 곡이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홀씨]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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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hh..], [홀씨]라는 걸 인정하고, 마침내 난 [Shopper]


 

나는 내 꿈만 먹으면서 삶을 이어왔지만 가끔은 어떤 오해로 꿈을 통해 상처를 받았다. 재수 없는 소리겠지만 나는 살면서 친구가 필요한데 친구가 없었던 적도 없었고, 그렇게 성적이 부진한 적도 없었고, 이상한 사람에게 찍혀 오랜 시간을 시원하게 말아먹은 적도 없다. 사교성이 좋지는 않았지만 고맙게도 학창 시절 줄곧 리더의 역할도 경험해 봤고 대학교 와서까지 국제학생회 부회장을 맡았다(대감투 쓰기 무서워하는 건 여전했다). 나는 애초부터 무던하고 심드렁한 포커페이스에 재주가 있었으므로 특별히 잘난 게 많지는 않았어도 특별히 모나거나 부족해 보이는 게 별로 없어 보이는 아이였겠고, 그러니 가끔은 또래들에게 뭔가 많이 쥐고 태어난 애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한에는 내 인생의 각 시기마다 모두 내가 가진 걸 못 가져서 내가 밉다고 말하던 애들이 있었다. Y, O, A 등등. 이름을 뚜렷하게 기억하는 건 이 셋이다. 모순적이게도 이들은 그 누구보다 나를 좋아해 줬던 친구들이다. 그들은 각 시기마다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되어줬다. 그런데 종국에는 그들 모두 내가 그들의 꿈을 먹어버려서 자기들이 먹을 꿈이 없는 거라고, 그래서 내가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했다.

 

아무개는 나에게 누가 널 시기하고 미워하는 것도 잘난 탓이니 그런 거 아니냐고들 할 때도 있었고, 즐기라고 할 때도 있었다. 우스운 소리다. 억울한 건 난 그렇게 특출나게 잘난 면이 없다는 거였다. 나는 이렇게 초라한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배부른 소리를 하고 그들은 우스운 소리를 한다. 나는 그들을 정말 좋아하고 소중히 했다. 나 혼자 쓰는 일기에도 적을 수 없던 그들의 가장 아프고 생경하던 비밀을 나는 그들로부터 들어왔고, 그들은 내가 없으면 안 될 것처럼 굴었고, 세상에서 나를 제일 아끼는 사람으로 대하듯 했다. 그러고는 모두 나를 미워하고 나를 아프게 하는 데로만 무릎이 향해있는 사람들이 되었다. 스물이 되고 그간의 꿈이 없어지자 나는 엉뚱하게 그 애들은 그런 사람들이 맞았다는 걸 인정했다. 너희는 복수를 참 잘하는구나. 나에게 소중해지려 노력했고 소중해지자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고 떠나는구나. 나는 내가 이름 따위도 모르는 내 죄로 이렇게 주기적으로 벌을 받는구나. 세상에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복수를 재주로 삼고 태어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인정했다. 그렇게 나는 원치도 않던 곳에서 이름도 모르는 대회에 대한 승리와 패배를 가지며 어른이 되었다.

 

대학에 와서도 가끔 그렇게 나에게 복수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사람들은 나에게 소중하지 않아서 괜찮았다. 다만 내 꿈을 먹음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 말마따나 그 꽃을 피우려고만 하면 꼭 주변 사람들 중 누군가의 밑바닥을 봐야만 하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거라면 나는 하고 싶지도 않던 개화를 하려고 어거지로 노력하지도 않았을 거다. 나는 살면서 너희들보다 더 크고 화려한 꽃이 되기 위해 노력한 적 없어. 그런 건 니네가 해. 애당초 내 꿈은 날개도 없으면서 감히 날아다니며, 정착할 곳을 스스로 고르려는 교만한 홀씨였으니 말이다. 홀씨로 살겠다고 공표한대도 어차피 나를 밟을 사람들은 그런 나라도 밟을 것이다. 내 소중한 부분이 되어놓고 자살하여 나는 괴사한 부분을 뜯어내면서 또 울 테고 말이다.

 

정말 한 번은 꼭 하고 싶던 이야기인데,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봄에 엄마가 벚꽃나무들을 보며 했던 말이 있다. 지은아, 너도 이렇게 예쁘게 필 거야. 너의 봄은 아직 오지 않은 것뿐이란다. 엄마. 엄마의 말은 내 인생에서 거의 대부분 다 옳았는데, 이번엔 엄마가 틀렸어. 엄마 이름에는 예쁜 꽃이 들어있고 엄마는 나에게 이미 만개한 아주 근사한 장미 다발이지만 미안하게도 엄마 딸은 꽃이 아닌가 봐. 나는 개화하지 않아, 지고 싶지 않으니까. 내게 그런 알록달록한 꽃잎들이 있는지도 정말 모르겠고. 내가 거울을 들고 내 겉피를 슬쩍 들어서 안을 들여다볼 때 볼 수 있는 건 새파란 하늘과 곧게 딱딱한 초록의 으석거리는 무언가뿐이야. 엄만 내 태몽으로 아주 커다란 나무의 꿈을 꿨다고 했지? 그럼 난 아마 이렇게 슬금슬금 날아다니다가 그런 나무가 되려나, 아니면 하늘에 뿌리내린 못생기고 큰 바오밥 나무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니 내가 이름도 모르는 내 죄로 나를 응징하려는 사람들이 있거든 제발 내게 소중한 사람이 되지 말고, 이미 소중한 사람이라면 구태여 나를 응징하려 하지 말기를 바란다. 옆에서 봐서 알 거 아니야? 난 내 이야기도 버벅거리는 머저리에 햇살 좋은 날 공원에서 책 읽는 것 정도를 인생의 행복으로 여기는 시시한 사람이란걸. 나 따위는 그렇게 무식하게 크든 말든 내버려두고, 너는 꽃이 되고, 삼림이 되고, 위대한 재목이 되어 세상을 제패하시기를. 그저 당신의 승리와 나의 승리가 다르다는 것에 별 흥미 없다는 눈을 하고 당신의 꿈을 먹으면 된다. 내 꿈은 당신의 꿈이 될 이유가 전혀 없으니 말이다.

 

나는 원하는 게 아주 많다. 내 가장 큰 꿈은 저 세 가지이지만 난 그 밑에도 줄줄이 작은 꿈들을 달고, 꿈을 방금 먹었대도 금세 허기를 느끼는 주린 배를 가지고 살아가도록 태어난 사람이다. 그건 어떤 사람들 말마따나 욕심이 아주 많다는 말이 맞고, 그래서 난 가지고 싶은 게 아주 많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지 않나? 물론 당신들이 갖고 싶은 것과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매일매일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내가 더 잘나서도 아니고 당신이 더 잘나서도 아닐 거다. 가지고 싶은 게 많은 만큼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도 많은 걸 안다. 내 진실한 좌우명이 '욕심만 많고 능력이 없는 것은 죄'인 이유다. 그래서 나는 빠르진 못해도 하나씩 가지기 위해 노력하며 살 거다. 그러니 당신들도 당신의 꿈을 배부르게 먹고 다음 것을 먹기 위해 나와 함께 아주 많은 힘을 내기를. 이건 함께 꿈을 이루자는 응원의 말이다. 나는 나 혼자만 꿈을 잘 먹는 어른으로 자라나고 싶지 않다. 나만 잘 먹으면 뭐해? 콩 한 쪽도 나눠먹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말하던 게 한민족이다. 나는 당신의 꿈을 응원한다, 그게 작든 향이 나든 무겁든 말이다. 잘난 체하는 게 아니라 난 정말 그렇다. 여러분이 잘 되어야 사회도 잘 되고 국가도 잘 되고 그래야 내가 가성비로 내 꿈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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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는 당신의 [관객이 될게] 그리고 당신을 사랑한 모든 [Love wins all]


 

나는 원체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응원에는 재주가 없다. 그래서 나는 함부로 남의 인생에 개입하는 걸 잘 못한다. 버석버석한 말투로 당신이 겪어낼 모든 싸움에서 승리할 것을 응원한다는 말 같은 걸 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 중 가장 객관적인 타자로서, 그저 눈동자 말똥말똥 뜨고 그들이 행하는 모든 것을 응원하는 건 잘한다. 너를 사랑한다는 말보다 너를 응원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하는 사랑은 보통 축축하고 눅눅한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내 방법으로 사랑하겠지만, 내 사랑이 힘을 발휘할 일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그저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고만 싶은 이유다. 당신에게 그 어떤 일말의 간섭도 없이 한 걸음마다 응원하고 있다고 말해줄게. 당신을 재단하지 않아, 그 건강하고 눈부시게 바들거리고 비틀거리던 모든 걸음을 응원해.

 

당신과 내 인생의 장르가 무엇일지 고르고, 그걸 실제로 삶에 입히는 건 철저히 우리 각자의 영역이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그것들에 대해 받아온 응원의 말들을 상기해 보면 늘 푸르고 깨끗한 향기가 난다. 그렇지만 가끔은 분명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건네받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에 나는 꼭 노래의 힘을 빌린다. 당신의 관객이 되겠다는 응원을 노래하는 이 노래는 나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꼭 들어맞는 응원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당신의 관객이 될게, 여러분이 내 초라한 걸음마다 가장 청명하게 빛나던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주었던 걸 절대 잊지 못하니까.

 

그럼에도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는 걸 양손으로도 막을 수 없는 날들도 오겠지. 그럴 때 나는 꼭 사랑의 힘을 빌린다. 아이유가 전하는 사랑의 노래들은 꼭 내가 받았던 편지들 같다. 나는 내 힘든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데에 영 형편이 없어서, 꼭 다 무너지고 가장 어둡고 깊은 곳에 등이 닿아야만 나 좀 구해달라고 그런다. 그래서 내가 지금껏 살면서 받아온 편지들을 보면 하나같이 다들 나를 구하는 데 바쁘다. 어떻게든 나를 끌어올리려고 기꺼이 상반신을 수렁에 욱여넣고 손을 허우적거린다. 그럼 난 그걸 잘 못 잡았다. 사랑하는 사람들 손에 생채기 내고 싶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은 그런 건 아무 상관도 하지 않고 내 손을 단단하게 잡아주었다. 그래서 내가 배워온 사랑은 그런 거다. 아무리 깊은 파도에 휩쓸려도 절대 손을 놓지 않는 사랑, 내가 파괴되고 내 마음의 일부가 사라지게 될 걸 알아도 기꺼이 맞닿아 온몸을 다잡는 사랑. 나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덕에 살 수 있게 되어서 결국 그런 사랑을 잘 하는 사람이 되었다. 달콤하고 다정한 사랑을 잘하는 사람도 되고 싶었지만, 이게 내 쓰임이라면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사랑으로라도 어떻게든 무너지게 울고 있는 누군가를 구하고 싶었다.

 

천천히 곱씹어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형태이든 상관없이 나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언제든 기꺼이 상처 입을 걸 알면서도 꺼내어 구해주고 싶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 사람들은 상처 입으면서까지 나를 구해줄 사람들이기도 하고. 내 사랑은 축축하게 어두운 상황에서 곧잘 빛을 발한다. 나는 그런 사랑을 배워왔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큼은 구하는데 실패해서 같이 끝이 없는 어느 곳으로까지 낙하한대도 그 손을 절대 놓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는데, 난 내가 그럴 거라는 것만큼은 눈 똑바로 뜨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구원받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고 믿는다. 다만 사랑을 어디까지 스스로 정의하고 있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랑을 넓게 이해하고 사용했으면 좋겠다. 겁 없이 저무는 사랑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해사한 햇빛같이, 푸른 멍이 든 황혼같이, 내 모든 끔찍함을 알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당신의 모습같이.

 

아이유의 승리 일지에 관한 내 감상은 여기서 끝이다. 이제는 당신들의 이야기다. 아이유라는 사람의 노래에서 파생되는 당신들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눈 꼭 감고 천천히 들어주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아이유의 노래들이 동화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여럿 봐왔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하는 편이다. 동화라는 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내가 가장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던 내 꿈과 욕망, 그리고 사랑들을 끌어올려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고 지금은 어떤 꿈을 먹고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당신이 가진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는 원체 궁금한 게 많아서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데도 혼자 묻고 혼자 답하는 걸 잘한다. 그렇지만 나에게 답하지 않는데도 스스로에게는 그 답을 들려주는 시간을 가지게 되기를. 많이 사랑하고 많이 꿈꾸는 어른들이 되기를.

 

 

[황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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