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사이드아웃> '나'와 바로 마주하기의 중요성 [영화]

글 입력 2024.06.1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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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보고,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감정이란 것은 미묘하고, 섬세하다가도, 때로는 굵직하고, 가끔은 감정이 내 자신을 점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슬픔이나 우울과 같은 소위 ‘어두운’ 감정들을 제대로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본인의 감정에 솔직하다는 사람들 또한 슬픔에 빠지게 되면 내가 왜 슬퍼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일도 많다. 응달 밑에 숨은 감정들이라 그럴까. 굳이 들춰볼 생각을 하지 않고, 내게 찾아오지 않았으면 싶은 어두운 감정들. 알게 모르게 항상 빛이 비추는 행복과 기쁨만을 추구하는 것. 이러한 태도는 과연 우리가 우리로서 존재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을까.


<인사이드 아웃>은 ‘라일리’라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10대 초반의 아이로 성장하기까지의 생애별 주기에 맞춰 함께 그 긴 여정을 떠나는 라일리의 감정 본부를 담당하는 ‘감정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라일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 느낀 첫 감정은 ‘기쁨’이었다. 기쁨이는 그렇게 태어났다. 신생아인 라일리가 배가 고프거나, 잠이 쏟아지거나, 불편한 감정을 느낄땐 여느 아이와 다름 없듯이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두 번째로 생성된 감정인 슬픔이를 마주한다. 라일리가 위험을 감지할 땐, ‘소심’이가 제 역할을 수행했고, 화가 나거나 흥분된 감정을 느낄 땐, ‘버럭’이가 제 몫을 다 했다. ‘까칠’이는 위생상 깨끗하지 않는 상황과 마주할 때의 역겨움과 불쾌한 감정을 담당했다. 그렇게 라일리의 감정 본부는 다섯 감정들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라일리는 감정들에 의해 가족과 행복하기도 했다가, 친구와 즐겁게 놀고, 먹기 싫은 브로콜리를 먹고 울기도 하는 등 여러 상황을 마주하며 성장해간다. 그렇게 라일리는 10대가 된다. 가족섬, 우정섬, 엉뚱섬이 라일리의 주된 가치관을 형성하며 라일리의 삶을 장식하고 있다. 이렇게 즐거운 일만 가득한 듯 보이는 라일리의 삶처럼 감정본부 또한 기쁨이가 리더를 맡으며 행복한 한 때를 보낸다. 하지만 행복한 줄만 알았던 시절은 생각처럼 영원하지 못하다.


라일리가 열 두 살이 되었을 무렵, 라일리네 가족은 미네소타에서 센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가게된다. 라일리 아빠의 새로운 사업 때문이다. 그때부터 라일리는 스스로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감정적 요동을 느끼게 된다. 절친한 친구와 물리적 거리가 멀어져 서운한 마음에 친구를 괜히 밀어내고, 낯선 학교와 새로운 친구들에게서 느끼는 소외감. 모든게 완벽하던 미네소타에서의 생활을 두고 센프란시스코로 자신을 데려온 부모님이 라일리는 원망스럽기만 하다. 어떻게든 부모님 앞에선 밝고, 잘 적응하고 있는 척하지만 사실은 아닌 라일리의 복잡한 상황과 마음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겪어봤을 이야기다. 그때부터 <인사이드 아웃>은 라일리라는 아이만의 이야기가 아닌,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의 이야기이자 삶으로 확장된다. 


<인사이드 아웃>은 기쁨이란 감정은 슬픔이 있을 때 진정한 빛을 발한다는 말을 건네온다. 매번 기쁠 수도 없고, 기뻐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고. 기쁨이가 이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꽤나 쉽지 않은 여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쁨이는 라일리의 행복을 목적으로 슬픔이를 감정 본부에서 은근히 배제하거나, 슬픔이가 핵심 기억 구슬을 만지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동그란 선을 그어놓고 그 영역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기쁨이의 모습에서 슬픔이는 한 층 더 라일리에게 필요 없는 감정으로서 낙인 찍힌다. 슬픔이 자신조차 자신의 무기력하고 우울한 모습 때문에 라일리의 핵심 기억들이 슬픈 기억으로 바뀐다는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이렇듯 자연스럽게 영화는 기쁨과 슬픔의 대립구조를 연출하는데, 이는 단순히 기쁨이와 슬픔이 두 캐릭터의 갈등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라일리 본인의 복잡한 마음 상태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 친구와 행복했기에 노란빛으로(기쁨이의 상징색) 빛나던 핵심 기억이 파랗게(슬픔이의 상징색) 물드는 것은 과거를 끊임없이 반추하며 그리워하는 인간의 숙명을 보여준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모든 시간은 지나간 후, 더 아름다워보이고 다시는 오지 못할 시간이란 사실에 괜히 서글퍼진다. 라일리는 이러한 복잡한 감정을 처음 경험해본 것이다. 그러므로 기쁨이와 슬픔이가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감정의 주체는 감정들이 아닌 라일리이기 때문이다. 


기쁨이와 슬픔이는 파랗게 변한 핵심 기억 구슬로 인해 실랑이를 벌이다 라일리의 핵심 기억들을 보관하는 거대한 공간으로 떨어지고 만다. 한번도 본부 바깥으로 나가본 적 없는 기쁨이와 슬픔이는 어떻게든 본부로 돌아가려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빙봉’을 만나게 된다. 라일리의 동심을 책임지던, 라일리의 영원한 친구(일줄로만 알았던) 빙봉. 기쁨이는 빙봉의 ‘빅 팬(big fan)’이라며 반가움을 드러낸다. 하지만 빙봉은 라일리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억 뒤편으로 밀린 존재다. 빙봉은 자신의 존재를 라일리가 기억해주길 원한다. 라일리를 달로 데려가줘야 한다면서. 기쁨이, 슬픔이, 빙봉은 감정 본부로 가기 위해 다시 먼 길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슬픔이의 존재의 이유를 부정하던 기쁨이는 벌이라도 받듯, 빙봉과 함께 무의식 속으로 떨어진다. 오래되고 사소한 기억들이 사라지는 공간인 무의식에서 기쁨이는 슬픔이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된다. 기쁨은 슬픔이 있어야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기쁨이의 존재론적 이유 또한 슬픔이가 공존해야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은 슬픔을 제대로 응시해야만 건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단 작지만, 중요한 진실을 우리에게 건넨다. 깨달음을 얻은 기쁨이는 빙봉과 함께 무의식에서 빠져나오려 하지만, 결국 빙봉의 희생으로 기쁨이만 빠져나오게 된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라일리는 이미 성장했고, 또 성장 중인 청소년이기에 어렸을 적의 친구인 빙봉은 더 이상 라일리에게 필요하지 않는 존재다. 이 씬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울음을 터트렸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라일리가 직접 빙봉의 존재를 삭제하는 것이 아닌, 빙봉 스스로 희생이라는 선택을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형태는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 마음 속의 빙봉이 존재했고, 우리들의 빙봉 또한 기쁨이를 위해 희생한 빙봉처럼 성장하는 우리를 위해 희생했을지도 모른다. 기쁨이의 성장과 빙봉의 희생. 이 두 지점은 라일리가 건강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이다.


모든 것을 깨달은 기쁨이는 슬픔이와 함께 본부로 귀환한다. 컨트롤러에 슬픔이의 손길이 닿는것조차 허용하지 않던 기쁨이는 슬픔이에게 라일리가 너를 필요로 한다는 말과 함께 슬픔이의 존재를 인정한다. 슬픔이가 컨트롤러에 손을 대는 순간, 자신의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여 가출을 선택했던 라일리는 울음을 터트린다. 엄마아빠에게 괜찮다고 했던 말들은 사실 척이었다고, 지금 너무 힘들다고. 그렇게 한참을 엄마아빠 품에 안겨 울던 라일리는 노란색과 파란색이 혼합된 핵심 기억을 만들어낸다.


슬픔을 통해 기쁨은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보통 잊고 지낸다. 슬픔에 더 집중해보자. 물론 슬픔에 빠져 있자는 말이 아니다. 슬픔이란 감정을 느낄 때, 왜 지금 내가 슬픈지, 그 원인이 무엇일지에 대해 찬찬히 들여보잔 의미다. 우리는 스무 살이란 법적으로 성인인 나이를 너머서까지도 모두 성장해가는 존재다. 내 감정을 솔직하고, 제대로 바라보게 될 과정을 거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인사이드 아웃>은 응원을 보내는 것만 같다. 우리의 빙봉이 라일리를 달로 데려가진 못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라일리는 스스로 달을 향해 가는 힘을 키우게 되지 않을까. 매 순간 달려나가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이선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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