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여름이 설레는 이유

두 전설의 내한, 트래비스와 스웨이드
글 입력 2024.06.1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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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밴드 음악팬들의 통장 잔고가 남아나질 않는다. 한국을 찾는 전설적인 밴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락(Rock) 음악의 작은 가지 하나까지 파고드는 리스너인 나로선 이 상황이 낯설다. 슬로다이브(Slowdive) 등 내한을 생각지도 못했던 아티스트들이 이곳을 찾는 것도, 그들의 공연이 순식간에 매진을 기록하는 것도 믿기지가 않는다. 더군다나 페스티벌의 계절이다. 지난해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역대 최다인 15만 관람 인원을 기록했다. 펜데믹 이후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난 탓일까. 올해 여름에도 잭 화이트(Jack White), 카사비안(Kasabian)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락스타들이 라인업에 등장했다. 설레는 마음을 뒤로하고 후회없는 소비를 위한 취사선택을 할 시간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올 여름 꼭 봐야할 밴드 두 팀을 뽑아보았다.

 

 

 

‘기대고 싶어지는 사운드’, 트래비스(Travis)


 

대표적인 친한파 밴드 트래비스가 해브어나이스트립 2024(Have A Nice Trip 2024) 헤드라이너로 한국을 찾는다. 지난 2016년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트래비스는 ’서정성‘을 상징하는 밴드로 항상 거론된다. 출신지인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는 일년 중 절반 이상이 비가 내리는 도시다. 덕분인지 촉촉한 감성이 기저에 깔린 음악이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트래비스를 좋아하는 이유라면 ’포근함‘을 들 수 있다. 어떤 노래든 귀에 타격감이라곤 하나 없는 부드러운 사운드를 선보인다. 때문에 락 입문자에겐 오아시스(Oasis)보다도 추천하기 좋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아티스트의 전성기를 가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의 경우는 ‘창작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티스트의 음악적 욕심이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드러날 때, 더욱 미래가 기대되기 마련이다. 트래비스의 전성기로는 흔히 브릿 어워드 수상을 안긴 2집 ’The Man Who’(1999) 활동기를 이야기한다. UK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커리어 하이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은 97년 데뷔해 올해 7월 발매 예정인 정규 10집에 이르기까지 창작을 멈춘 적이 없다. 곡 작업은 메인 송라이터인 프론트맨 프랜시스 힐리(Francis Healy)가 주도한다. 하지만 창작에 있어 독재란 없다. 결성 30년을 바라보는 연차에도 불화설 한번 없이 원년멤버가 모두 함께하고 있다. 밴드가 얼마나 음악을 즐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동물적인 밴드‘, 스웨이드(Suede)


 

스웨이드는 영국의 세기말을 화려하게 장식한 상징적인 밴드다. 오아시스(Oasis), 블러(Blur), 펄프(Pulp)와 함께 이른바 ’브릿팝 4대 천왕‘으로 불린다. 이런 빅네임이 오는 8월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는 소식은 국내 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스웨이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표곡 ‘Beautiful Ones’였다. 음악에 담긴 모든 요소가 ‘감질났다’.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의 중성적인 보컬부터 적절히 고막을 찌르는 기타 리프, 은은히 깔리는 배경음들의 조화를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다. 때문에 아직도 스웨이드를 수년째 들었음에도 반복재생을 참기란 정말이지 힘들다.

 

많은 리스너들이 이같은 매력에 빠져들었듯, 밴드의 음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본능‘이다. 스웨이드를 스타덤에 올린 싱글 ”Animal Nitrate”에는 당시 브렛이 중독되어 있던 마약과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랑, 섹스, 약물 등은 음악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스웨이드의 음악에서 우리는 인간의 여러 얼굴을 관찰할 수 있다. 평생 쾌락만을 좆을 수 있을까.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퇴폐미 가득한 프론트맨은 인간이 “하나같이 물러터졌으며, 바람에 휘날리는 쓰레기일 뿐(We're the litter on the breeze)”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면서 느낀 것은 삶의 덧없음이 아니었을까.


공교롭게도 두 밴드는 같은 영국계이자, ‘브릿팝(Britpop)’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다. 스웨이드는 브릿팝 시대를 열어젖힌 장본인으로서, 트래비스는 브릿팝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각각 ‘전설’로 통한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들 한다. 두 전설의 음악을 번갈아 듣고 있으면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한 상황에 따라, 만나는 사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나 자신의 여러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올 여름 이들을 눈앞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크나큰 행운이다. 화목한 에너지에 기대었다가도, 도파민의 끝을 경험해보고자 한다. 두 공연을 모두 즐기고 나서 어떤 음악에 더 끌리는지를 고르는 것도 흥미로울듯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알아가는 과정에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임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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