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각형 안에 담긴 소중한 순간들 -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

글 입력 2024.06.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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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겨울에 카메라를 하나 샀다. 흔히 '사진 좀 찍어야지' 하거나 사진 찍기를 좋아하거나 카메라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살 법한 카메라(가령 K사 카메라, C사 카메라, H사 카메라를 말하는 것)는 아니다. 그런 것은 나에게는 무게감이 있고(실제로 무겁다는 말이 아니다) 감성과 유행에 기반하여 잠시 알려졌던 비교적 저렴한 키즈카메라다. 실제로 사이즈가 아주 작고 사용법도 간단해, 아이들이 쓰기에도 좋을 뿐더러 사진이 흐릿하여 그야말로 '감성적인 사진 찍기'에 아주 용이하다.

 

처음 카메라를 사고 무엇을 찍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휴대폰으로도 많이 찍는 사진들보다는 특별한 걸 찍고 싶었고, 동시에 너무 본격적인 걸 찍고 싶지는 않았다. 본격적인 건 어차피 잘 나오는 휴대폰으로 찍고 있을 게 뻔했다. 그렇게 혼자만의 기준을 내세워 놓으니 결국 찍고 있는 것은 집 근처 공원의 강가나 녹으며 더럽혀진 눈, 찐빵 가게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 정도 되었다. 사진을 다 합쳐 백 장도 찍지 않은 채 상자 그대로 서랍 속에 들어갔다.

 

사진이라는 건 기록의 목적, 기억의 목적, 오락의 목적 등 다양한 의미에서 가치가 있다. 나에게 사진은 기록용으로 찍는 것이 가장 큰데, 막상 찍은 사진을 보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기록이 하고 싶은 건지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사진작가'라는 직업은 나에게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직업이다. 찍기 어려운 사진을 찍고 아릅다움을 담아내는 것도 있고, 찍고 싶은 것을 위해 십 년 이상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고, 사진을 통해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표현한다는 것이 매우 신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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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는 그렇게 담아낸 사진들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작가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으니까.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 책은 단순히 사진을 나누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의 여행지들을 소개하는 책이라는 점이다. 어느 여행지에 가면 그곳에 대한 안내서가 있다. 한편으로는 그 안내서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모아 놓은 것이라 느껴지기도 했다.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는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만난 특별히 좋아하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국내 여행지 71곳의 아름다운 장면을 꾹꾹 눌러 담은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사진과 글을 통해 많은 독자가 국내 여행지의 아름다운 장면을 조금 더 쉽게 마주할 수 있길 그리고 잠시나마 여행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길 바란다.
 

 

해외라면 모르는 곳이 많았을 테지만 국내의 장소들을 주제로 하고 있어서 익숙한 곳이나 가 보고 싶었던 곳들이 많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순천만습지'이다.

 


여의도 면적의 약 2배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갈대밭과, 그 5배에 달하는 광활한 갯벌로 이루어진 순천만습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생태적인 곳이다. 덕분에 순천만습지에서는 국제적인 희귀조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주변에 가려지는 건물이나 산이 없어 갈대밭 너머로 저물어가는 일몰을 구경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참고로 가끔 억새와 갈대의 차이를 모르는 분들이 있는데,억새는 흰색 또는 은색을, 갈대는 진한 갈색을 띈다. 또한, 산에서 보이는 것들은 억새, 습지에서 보이는 것은 갈대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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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사진 출처: 순천만습지 공식 홈페이지)

 

 

나는 억새와 갈대의 차이를 고등학교 때 처음 알았다. 가을 노을과 함께 보면 억새가 얼마나 예쁜지도 안다. 갈대밭이나 풀이 많은 곳 같은 벌레가 많으리라 추측되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데, 순천만습지의 넓게 트인 대지를 보고 있자면 벌레 정도는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후련함이나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되면 꼭 가 보고 싶다. 순천만국가정원 추천 포토존으로 호수정원과 코스모스밭, 네덜란드정원, 봉화 언덕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외국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할 듯하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좋아할 것이다.

 

다음은 '평창'이라는 곳이다. 평창은 2018년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면서 관심이 갔다. 책에는 '평창 대관령 하늘목장'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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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사진 출처: 대관령 하늘목장 공식 홈페이지)

 

 

책에서 소개된 것은 겨울의 하늘목장 모습이다.

 

 
국내 최초의 자연 순응형 체험 목장이다. 먹이 주기 체험을 통해 다양한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으며 여러 배경의 포토존이 있어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린 날 꼭 방문하곤 한다. 또 하나의 장점은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늘목장 어디든 반려동물과 함께 움직이며 체험할 수 있으며, 반려견 운동장과 반려견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얀 눈이 가득 펼쳐진 모습을 보니 그 위에 눕고 싶어진다. 눈은 모든 것을 덮어 하얗게 만들곤 하는데, 그러면서 보는 우리의 마음도 순수하게 해준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겨울에는 강를을 비롯한 강원도에 한 번은 가 봐야 한다는 말을 누군가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현재의 원픽은 평창이 되었다.

 

근처에 운유쉼터라는 신기하게 생긴 작은 카페도 있다고 한다. 썰매를 탈 수도 있다고 하니 이곳 또한 언젠간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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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찾아서 첨부했지만(책 사진을 찍으니 내가 원하는만큼의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책에는 작가가 각 장소에 애정을 담아 찍어낸 사진이 매 페이지마다 있다. 더불어 각 여행지에 대해 알아두면 좋은 잠이나 입장료, 특이사항 같은 게 적혀 있어, 여행 안내서로 활용하기에도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각 계절마다 좋은 곳이나 지역별, 취향별로 작가가 직접 알려주고 있는 게 퍽 친절하다. 국내에 있는 여행지들을 한 눈에 보기 좋은 것도 있고, 여행을 가려 할 때 어디에 갈지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법하다.

 

사진들을 보면서 정말 남는 게 사진밖에 없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는 것은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것은 그것을 찍기까지의 과정이나 찍을 때의 마음, 그때 함께 했던 것들이 기억에 있기에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 작가가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여행의 즐거움이나 국내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요즘은 굳이 어떤 장소에 찾아가지 않아도 그곳의 모습을 볼 수 있다지만, 누군가가 찍은 사진을 보며 나 또한 그곳에 갈 계획을 세워 보면 어떨까.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니 말이다.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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