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삶을 바꾼 중요한 순간 - 도서 '결정적 그림'

책, '결정적 그림'과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보고
글 입력 2024.06.2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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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든 결정적 순간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보통 그 순간을 가슴에 남기지만, 예술가들은 글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영상에 담곤 한다.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과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 <결정적 그림>은 이 ’결정적 순간‘에 관한 내용이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지난 5월 4일에서 6월 9일까지 방영한 드라마다. 특별한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주인공이 운명의 상대를 만나 끝내 구해낸다는 설정이다. <결정적 그림>은 '거장'들의 삶을 단편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낸 연재물 '후암동 미술관'의 일부를 엮어낸 책이다.

 

내용도 성격도 너무나 다른 두 콘텐츠는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메세지를 전한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귀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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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초능력을 상실해버린 초능력자들이 모종의 사건들로 인해 초능력을 되찾는 소동을 그린다. 어디에서 많이 본듯한 히어로물의 클리셰들을 보기 좋게 비틀어 신선함은 물론 재미도 있다. 특히, 정재형 음악감독의 손을 거쳐 탄생한 OST들이 하나같이 명곡이다.


각설하고, 드라마에는 도리어 자신의 능력에 갇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첫번째는 극의 주인공인 ‘복귀주’다. 장기용 배우가 연기한 ‘귀주’는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초능력자다. 단, 과거로 돌아가도 귀주는 철저하게 유리되어 관조만 할 수 있을 뿐 과거를 바꾸지도, 소통하지도 못한다.


이 능력은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장 불행한 방식으로 저주가 된다. 소방관이던 귀주가 자신의 첫 아이를 안아보던 순간 근처 고등학교에서 대형 화재 사고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존경하던 동료와 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에 빠지고, 행복한 순간으로의 회귀 능력도 이내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귀주는 현재를 상징하는 캐릭터인 '다해'를 만나 과거에서 벗어난다. 천우희 배우가 연기하는 '다해'는 어려운 형편에 조실부모하여 살아남기 위해 뭐든 '다해'야하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제 몫과 감정에 충실하다. 그래서인지 회귀의 능력이 있지만 과거를 바꾸지 못했던 귀주도 다해와 관련된 것들은 듣고 만질 수 있다.

 

그는 잘못된 것들은 사과하고 타이밍을 바로 잡으며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아간다.

 

 

 

<결정적 그림>과 뭉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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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그림>은 그림으로 세상을 바꾼 22인의 화가를 6가지 챕터로 나누어 소개하는 책이다.

 

챕터는 거장들이 겪은 인생의 변곡점들을 순간에 빗대어 이름붙여졌다. 각각 고개 빳빳이 들고 맞선 순간, 마음 열어 세상과 마주한 순간, 나만의 색깔을 발견한 순간, 내일이 없는 듯 사랑에 빠진 순간, 삶이 때론 고통임을 받아들인 순간, 그럼에도, 힘껏 발걸음을 내딛은 순간이다.

 

하나같이 멋진 이름들이지만, 서로 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저 목차를 펼쳐서 끌리는 인물 순으로 찾아봐도 좋을듯 하다.


인상적인 인물들이 많았지만, 요즘 같은 병으로 고생하고 있어서인지 뭉크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뭉크의 삶은 그야말로 박복하다. 어린 시절 그는 어머니와 큰 누나를 결핵으로 잃고 머지않아 막내 동생도 정신병 진단을 받는다. 이 고통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는 뭉크를 정신적으로 학대했다. 스스로는 병약한 몸 때문에 여러 지병을 앓았다.

 

뭉크는 박복한 삶을 살았지만 무너지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무너지면 무너진대로 현재의 그림을 그렸다. <절규>의 명성에 가려졌지만, 사실 뭉크는 좋지 않은 몸을 이끌고 80 넘게 살며, 유화, 판화, 드로잉, 조각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약 2만 점의 작품을 남겼다. 아마도 그는 인류 역사 상 가장 성실하게 절망한 사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살아가라


 

소개한 드라마와 책은 주제도 내용도 다르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만큼은 분명히 같다. 바로 ”현재에 충실하라는 것".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는 귀주 외에도 사람의 마음을 즉시 읽을 수 있지만 그것에 매몰된 사춘기 '이나', 예지몽을 꾸는 능력으로 인한 걱정과 불안으로 불면증에 걸려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만흠' 등이 등장하고, 초능력 집안의 기록들을 통해 여러 교훈을 준다. 이 교훈들은 대체로 유치하지만,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결정적 그림>에는 뭉크 외에도 권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혼을 다 바쳐 역작을 완성한 '미켈란젤로', 왕실화가였지만 약자들의 목소리를 그림으로서 전한 '벨라스케스', 병마와 역경 속에서도 화폭에 인생의 환희만을 담아낸 '르누아르' 등 역경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극복한 이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사실, 최근 원인 모를 전신 염증 질환으로 고생을 했다. 특히, 관절염이 심해져 대부분의 시간을 무기력하게 누워있었다. 그러나, 두 콘텐츠를 통해 내 삶의 '순간'들을 돌아보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오늘 밤에는 외출해서 다시 한 번 걷는 연습을 시작해야 겠다.

 

 

[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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