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뱅크시의 모든 것을 파헤친 전시, 리얼 뱅크시 [미술/전시]

뱅크시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식 인증된 국내최대규모 전시
글 입력 2024.07.0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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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는 사회 문제와 파격적인 주제를 주로 다루는 작가다.  영국 브리스톨을 중심으로 시작해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 말리 등 세계 곳곳의 거리와 담벼락, 지하도 등에 그래피티 작품을 남기며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현재 뱅크시는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얼굴 없는 예술가가 되었다.

 

뱅크시의 공식적인 자료나 인증된 작품은 좀처럼 쉽게 볼 수가 없었다. 얼굴 없이 그림만으로 유명해진 뱅크시의 영향력과 예술세계를 알고 싶어 뱅크시의 모든 것을 담은 <리얼 뱅크시> 전시를 다녀왔다.


 

 

공식 인증된 뱅크시 전시


 

<리얼 뱅크시>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공식적인 실제의 뱅크시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뱅크시는 익명의 작가이기 때문에 뱅크시가 직접 설립한 회사인 '패스트컨트롤'의 인증여부가 중요하다. 이번 전시엔 패스트컨트롤에서 정식 승인한 29점의 작품이 있다.

 

또한 뱅크시 도서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뱅크시 연구에 권위 있는 큐레이터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기획된 총 130점의 국내 최대 규모의 뱅크시 전시이다. 충분히 인증되고 규모 있는 뱅크시 전시로 관람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여러분은 그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됩니다."

 

-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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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급하고 불법적인 예술로 폄하받던 그래피티를 대중적이고 이상적인 공공예술로 끌어올린 뱅크시.


그가 주로 택한 주제는 전쟁과 자본주의의 비판. 방탄복을 입고 해맑게 뛰고 있는 어린아이들.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소녀, 리본을 단 군헬기. 꽃을 화염병대신 던지는 남자같은 작품들이 있었고, 자본화되는 예술을 반대한 "풍선을 든 소녀". 젊은 비판적 에너지가 가득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얘들아 미안해.

의미 있는 일자리가 없는 것에 대해, 전 세계의 불의에 대해...


동화는 끝났어.

세계는 기후재앙을 향해 넋을 놓고 걸어 들어가고 있어. 

어쩌면 현실도피밖에 답이 없을지도 몰라."

 

- 뱅크시, 2015, 디즈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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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 낙찰되는 순간 파쇄되어 더 유명해졌던 <풍선과 소녀> 작품도 볼 수 있었다.

 

소녀에선 우리 모두가 갖고 태어난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풍선을 잡으려는 모습에선 미래를 향한 소녀의 희망을 볼 수 있다. 소녀는 풍선을 막 놓친 것 같기도, 날아가는 풍선을 잡으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풍선을 놓친 것이라면 소녀가 순수함을 잃고 있다는 뜻으로, 잡으려는 것은 손에 닿지 않는 큰 무언가에 매달리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뱅크시는 의도적으로 이런 두 가지의 해석을 가능하게 해, 관객 각자가 받아들이는 희망이란 개념의 차이를 끄집어냈다. 풍선은 행복을 의미하고, 뱅크시는 오직 풍선에만 색을 입혀 강조한다. 

 

풍선은 바람을 넣으면 떠오르지만 바람이 빠지기 시작하면 이내 다시 가라앉는다. 이는 피할 수 없는 결과다. 아이들은 자라며 상상력 역시 커지고 떠오르지만 결국 어른이 되고 나서는 바람이 빠지며 상상력과 순수함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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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풍선과 소녀>를 회화 작품으로 관람할 수 있고, 실제 런던에 그려진 워털루 브릿지의 한 폭을 구현하여 실제같은 느낌으로도 관람할 수 있었다.

 

뱅크시는 순수한 아이들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전쟁과 무기와 같은 군사적 이미지를 자주 결합시킨다. 그 대표적인 이미지가 전시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는 <잭앤질>이다. "폴리스키즈"로도 알려진 이 작품의 이름은 한국어로 철수와 영희처럼 흔한 남자 여자아이 이름이다. 

 

평범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군사적 이미지인 방탄조끼를 입고 있다. 파란 배경에서 해맑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과 군사적 보호장치가 대조되면서 묘한 긴장감도 감돈다. 전쟁과 각종 무기에 노출되어 외부에서 방탄조끼를 입어야만 하는 아이들인 것 같았다.

 

뱅크시의 관점으로는 '부모의 지나친 통제'라고 볼 수 있었다. 그의 책 Wall and Piece에서는 "많은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그들 자신이 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을 해줄 것이다"라고 남긴 바가 있다. 부모와 가족 혹은 사회라는 보호체제가 아이들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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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작품이 가져다주는 돈이 나를 좀 불편하게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죠. 징징댈 것 없이 그냥 모두 나눠주면 돼요. 내가 세상의 빈곤에 대한 예술을 만들면서 그 돈을 혼자 다 쓸 수는 없다고 봐요. 그건 내게도 너무 아이러니한 일이죠."

 

- 뱅크시, 뉴요커와의 인터뷰 중

 

 

이곳에서는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신념까지도 볼 수 있었다. 뱅크시는 명성과 많은 인기를 누리면서 얻게 된 천문학적인 돈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는다. 빈곤에 대한 예술을 하면서 자신이 그 돈을 갖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라 생각하여, 그는 경매 등 작품으로 얻은 수익을 NHS(국민보건서비스)를 지원하는 자선단체, 장애인재활을 돕는 자선단체, 무기 거래 반대운동 인권단체, 난민피난처 설계처 등 사회적 약자에게 모두 나눠줘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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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가 메시지를 풀어내는 표현력과 아이디어에, 그가 추구하는 예술과 삶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남다른 천재성과 그만의 가치와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굵직한 행보와 전 세계 흩어져 있던 그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리얼 뱅크시>. "그라운드 서울"은 지하 4층부터 지하 1층까지 특별한 전시 공간을 구성하여 협소한 공간을 감각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굿즈 제작의 센스와 퀄리티에 놀랐다. 인기 있는 작품들을 활용하여 실용성 있고 이쁜 디자인으로 제작된 굿즈들이었다.

 

정말 다양한 제품들이 있었는데, 후드티, 노트, 필기구, 마그넷,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 L자 파일, 엽서, 포스터, 에코백, 발닦개,폰케이스 등등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이쁜 제품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의미 있는 작품도 많고 규모가 커서 2시간 동안 즐겁게 관람한 전시였다.


익명의 예술가 뱅크시를 공식적인 전시로 알고 싶다면 <리얼 뱅크시> 관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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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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