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solo album] track17.

글 입력 2024.06.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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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Yang EJ (양이제)]


 

[NOW PLAYING: Ziggy Stardust - Bauhaus]


저는 이제껏 둘 이상의 인물을 서로 충돌시켜 보거나 인물과 주변 환경, 갈등을 충돌시켜 보았습니다. 인물이 외부 요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다 보면 인물을 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시도였지요. 그런데 지난 과정을 훑어보던 중, 아차 싶더군요. 타인, 환경, 외적 갈등. 모두 인물의 바깥에 위치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시도할 거리가 남아있지 않나요? 바로 인물의 내면요소'끼리' 충돌시켜 보는 것 말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특징과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를 보셨을까요. 이전 시리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인데요. 즐거움, 통증, 슬픔 등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했던 게 유년기라면, 사춘기는 섬세하고 다양한 감정과 발달한 사고 능력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그에 따라 라일리의 자아는 전보다 더 복잡해지고, 의심 없이 분명했던 주관은 흔들리기 시작하죠. 굳이 영화 내용을 언급하지 않아도 나이를 먹으면서 확신이 줄어들고, 고민과 걱정·염려가 느는 건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경험한 일입니다. 세상을 흑과 백으로 정확히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자신부터가 저지르는 자기모순을 보며 깨닫게 되지요. 세상도, 자아도 간단히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상의 인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물론 실제 사람보다야 단순하겠습니다만, 최소한 두세 개 이상의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인물이 생동감 있게(사람답게) 느껴지겠지요. 그럼, 최소 두 개 이상일 복수의 내면 요소들을 한번 충돌시켜 보겠습니다. 최근 제가 겪었던 경험을 공유해 볼게요.


저는 모 캐릭터에게 '무엇이든 자기 혼자서 해결하고자 한다', '집(건물)을 싫어한다'는 두 가지 특징을 심어주었습니다. 앞의 특징은 인물의 열등감과 드센 자존심을 강조하기 위해, 후자는 집과 관련하여 인물이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음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설정했습니다. 인물은 '집'을 과도하게 싫어하기 때문에 항해를 할 수 없는 겨울을 제외하곤 좀처럼 건물에서 자는 일이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두 요소를 각각 개별된 것이라 여기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서로 독립된 요소들이 연결되기 시작하더군요.


이 인물이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이유에는 '집'이 있었습니다. 집은 인물에게 있어서 자기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존재하던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날 때부터 하늘을 덮어줄 지붕이 있었고, 바라볼 천장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노력하지 않아도 집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인물은 자신이 나고 자란 집으로부터 좋은 추억이 없습니다. 이 인물에게 집은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촉발제입니다. 자신을 답답하고 괴롭게 만듭니다. 결국 인물은 너무 괴로운 나머지 집은 물론이거니와, 집의 '선택할 새도 없이 강제로 나에게 주어짐'이라는 속성까지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것이 인물이 어떤 일이든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고, 해결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었지요. 인물은 다른 사람이 도와주는 것조차도 내 선택권을 앗아가는 것이라 여기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내가 선택하고, 오직 내 손으로 이룩한 것만이 인물을 안심하게 합니다.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은 집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렇듯, 제가 각기 구별되는 요소라 여겼던 '무엇이든 자기 혼자서 해결하고자 한다', '집(건물)을 싫어한다'는 특징은 둘끼리 부딪치고 얽히며 연결되었습니다. 내면의 요소들이 서로 맥락을 형성한 겁니다.


 

 

양은정 에디터태그.jpg

 

 

[양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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