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에게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문화 전반]

주인공을 지켜보는 관객이 되는 것
글 입력 2024.06.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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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매일 보고 싶은 것,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 좋은 곳에 오면 그 사람이 생각나는 것. 사랑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저는 오늘 그중에서 '관객이 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관객은 앞에 무대가 있을 때 존재합니다. 그 무대 위에는 어느 멋진 주인공이 서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주인공도, 관객이 있을 때 주인공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없다면 이 둘의 관계는 성립하지 못합니다.


관객은 눈앞의 주인공을 지켜봅니다. 그의 서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서 바라봅니다. 주인공이 실패를 하거나, 고난을 겪는다고 객석을 이탈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의 해피엔딩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주인공은 극 속에서 모험을 계속합니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무대 뒤에 숨어버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자신을 지켜보는 관객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사랑을 그러한 관계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꺼이 관객이 되어주는 그런 관계 말입니다. 상대가 어느 길에 놓이든, 어떤 과정을 지나치는 그저 관객으로서 곁에 머무는 관객으로서의 역할. 그런 형태의 관계가 깊은 사랑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무대 위 당사자는, 그러니까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만 보이는 자기 자신은 본인이 어느 서사로 나아가는지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오직 바라보는 관객만이 그의 서사를 알고 믿어줄 뿐입니다. 그러니까, 그의 옆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사람이 곧 관객이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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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아이유의 노래 중 <관객이 될게>라는 제목의 팬송이 있습니다. 팬송으로 제작되었지만, 관객이 무대 위의 가수에게 보내는 애정도 사랑의 일부이니 더 넓은 범위의 사랑에도 적용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그런 것입니다. 상대의 관객이 되는 것. 무대 위 아름다운 한 쌍의 연인도 물론 좋습니다. 사랑의 한 과정에는 나란히 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극이 끝난 뒤 궁극적인 사랑의 모습은, 그 너머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관객이 되겠습니다. 당신이 살아갈 모든 날들에 함께 울고 웃을 관객이 되겠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사람의 모든 면을 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데에 있습니다. 상대가 어떤 일에 상처받고, 지치고, 힘들어할 때에도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 일어서라고 보채지도, 섣부른 위로의 말을 건네지도 않고 묵묵히 함께하는 것. 그것이 바로 관객이 하는 역할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당신을 결코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주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상대도 당연히 알고 있는 것. 관객이 관람 중 객석을 이탈하는 일은 드무니까요. 그것이 관객이 주인공에게 줄 수 있는 확신입니다.

 

 

어둡거나, 눈부시게 밝을

소란하거나, 아득히 고요할

그 모든 날들의 어느 열렬한

관객이 될게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상대역에 머무르는 것도 좋지만 잠시 객석에 앉아보기를 바랍니다. 무대 위가 아닌 아래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면 느낌이 또 다를 수 있습니다. 무대에선 보이지 않던 땀방울이, 눈물이 보일 수도 있고 다가오는 고난의 서사에 대한 두려움의 눈빛 목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저 자리를 지켜주세요. 그렇게 관객이 되다 보면, 어느샌가 그런 날이 올 겁니다. 맞이한 해피엔딩에 함께 감동하여 일어서 박수 칠 날이, 분명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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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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