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느슨한 여행의 만족 [여행]

글 입력 2024.06.2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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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이른 여름 여행을 다녀왔다.

 

일주일 동안 1박 2일로 강릉과 3박 4일로 제주도를 다녀왔다. 어쩌다 보니 여행을 연달아 떠나게 되었는데, 충분히 좋은 선택이었다. 여름의 초창기라고 하지만 햇볕은 뜨거웠다.

 

 

 

강릉


 

강원도는 참 익숙하다. 어릴 때 여름, 겨울 휴가 가족여행을 거의 강원도로 계절마다 왔기 때문에 큰 감흥이 사실 없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다 하나를 보기 위해서라도 가는 곳이기 때문에 항상 매력적인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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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간 곳은 강릉 중심 시내에서 살짝 위로 올라간 사천진 해변이었다. 많은 일정보다 여유롭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에 집중했기에 큰 계획을 짜고 가지 않았다.

 

이젠 여행을 떠날 때 엄청난 계획을 사전에 짜는 것보다 최소한의 일정만을 정해두고 가게 된다. 여행은 휴식과 힐링을 위해 가는 것인데, 여행 계획을 짜다 보면 일정 정리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이를 방지하고자 요즘 여행을 생각할 때는, 일정 계획보다 여유로움을 추구하고 조금 놓아보니 더욱 행복하게 지내고 올 수 있게 된 것 같다.


KTX를 타고 강릉역에 도착해 시내에서 밥을 먹었다. 주중의 강릉은 사람도 적고 한적하다. 맛있게 꼬막과 육회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를 가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해변에 여행 온 것을 체감했다.

 

짐을 풀고 나와 사천진 해변을 따라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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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덥지도 않고, 바람도 조금씩 부는 날씨에 그저 해수욕장 그네에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조그만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고 있는 중년 부부, 커플, 모래로 소꿉놀이하는 아이들까지 모든 게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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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택시 기사님이 추천해 주신 카페에 우연히 들르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에티오피아 드립 커피를 주문해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카페에서 노을을 보았고 주황빛 가득한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숙소에 돌아와 야간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까지, 어느 것 하나 모난 곳이 없는 흐름의 여행이었다.

 

거창한 계획 없이도 충분히 시간을 소중히 보낼 수 있었다.


다음 날은 강릉 시내를 둘러보고, 단오제가 진행되던 주간에 마침 여행을 오게 되어 단오장과 강릉 중앙 시장을 구경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KTX를 탔다. 평화로운 여행의 순간들을 오랫동안 기억에 남겨두고 싶다.

 

 

 

제주


 

오랜만에 간 제주는 습한 여름 날씨 그 자체였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습한 기운에 이번 여름은 더 덥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보다 하루 먼저 내려간 이유가 있었다. 바로 제주도 요가원 원데이 수련하기다. 요가를 시작한 지는 2년이 넘었지만, 중간에 쉬기도 해서 제대로 임한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목표 중 하나가 제주도에 가서 수련하는 것이었기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계속 미뤄질 것 같아 도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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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훈 요가원에 방문해 수련하였다. 배우고 보는 게 더 많았다.

 

요가를 짧게 할 것도 아니니 하나씩 정진해나가는 것에 집중하자. 숙련자, 달인의 아사나를 보면서 그에 하고 싶다는 의지를 느끼고 길게 보고 성취해 나가면 된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꼭 내 마음에 들어왔다.

 

할 수 있다. 몸을 솔직하게 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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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해변에서 물놀이를 했다. 그동안 제주 해변은 그저 바라보고 지나가기만 했다. 온다면 주로 겨울에 왔었기에 그렇다 할 기회가 없었다.

 

설렘을 안고 아베베 베이커리의 도넛을 사 들고 해변으로 향했다. 6월의 제주 바다는 차갑지만 들어가니 금세 적응이 되는 정도였다. 바다 색깔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적당히 태양을 가려주는 구름 덕분에, 더 편하게 수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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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오겹살과 목살을 먹고, 제주도민들의 후식 1순위라는 빙수도 먹으니, 여름휴가에 온 사실이 와닿았고 행복했다. 그리고 산책하다가 우연히 밴드 넬의 공연을 볼 수도 있었다. 몇 주전 페스티벌에서 본 밴드를 다시 봐서 반갑기도 했고,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잘 마무리하게끔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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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의 여행의 기쁨은 모두 우연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연히 단오제 기간에 강릉에 방문했고, 우연히 아티스트의 공연도 볼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 몇 가지만 정해서 시작하는 여행의 만족도가 오히려 작정하고 계획한 여행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여행으로 기억에 남겨두고자 한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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