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든 날이 완벽한 것이었다 - 퍼펙트 데이즈

'코노레비' 같은 우리의 날들
글 입력 2024.06.2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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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이란 무엇일까?

 

오래도록 바라던 것을 이룬 날, 그리웠던 누군가를 만난 날, 이상하리만큼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날. 이런 날들을 우리는 완벽한 날들이라 한다.

 

그러나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는 모든 날이 완벽한 것이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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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쓰는 소리에 잠을 깨어 화분에 물을 주고, 짐을 챙겨 집 앞 자판기에서 항상 같은 커피를 뽑아 마신다. 트럭 안에서는 아날로그가 되어 버린 카세트테이프로 노래를 듣는다. 공중화장실 청소부 일을 하는 그는 다른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화장실 청소를 수행한다.

 

점심시간에는 비슷한 메뉴를 먹으며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구경한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카메라로 담기도 한다. 퇴근 후에는 항상 가는 가게에서 저녁을 먹고, 목욕을 한 후 귀가한다. 책방에서 싼 값에 구해 온 책을 읽으며 잠에 든다. 이것이 주인공 히라야마씨의 하루이다.


그리고 그 하루는 지겨울 정도로 반복된다. 관객들 역시 전에 나오는 장면을 통해 다음 장면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빗자루 소리가 들리면 그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임을 알 수 있고, 히라야마씨가 자판기 커피를 깜빡하고 트럭에 타면 괜히 아쉽기도 하다. (물론 히라야마씨는 다시 트럭에서 내려 결국 같은 커피를 뽑아 마신다.)


지루함과 알 수 없는 연민은 잠시, 영화 중간 지점이 지날 때쯤에는 그의 삶이 퍽 부러워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로 가득 채운, 즐거운 루틴이 완벽히 지켜지는 하루. 그것이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을 완벽한 하루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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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집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식물이나 카세트테이프에는 기꺼이 자리를 내어 주고, 꼭 해오던 저녁식사와 목욕을 하지 못한 날에는 유난히 지쳐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삶과 삶을 구성하는 것들을 오롯이 사랑하는 히라야마씨의 삶은 그 자체로 빛나 보였다.


물론 그의 삶이 안정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중간 중간 타인에 의하여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히라야먀씨는 평온한 삶 위해 다채로운 감정과 경험을 남긴다. 말이나 감정표현을 전혀 하지 않던 그는 조카를 살뜰히 챙기기도 하고, 여동생을 마주했을 때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한다.

 

마지막 즈음 단골 가게 주인의 전남편의 사연을 들었을 때는 오히려 적극적이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히라야마씨의 삶은 타인들에 의해 끊임없이 자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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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그는 이러한 자극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こもれび‘라고 한다. ‘코모레비’는 항상 같은 모습을 할 수 없지만 항상 아름답다. 매일 다른 모습을, 매일 다른 사진에 담는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각자의 삶은 당연히도 너무나 다르고, 개인의 삶 속에서도 하루 하루가 동일한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르면서도 비슷한 우리의 날들은 모두 아름답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히라야마씨의 날들을 관찰하며 충분히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제목이 ‘퍼펙트 데이’가 아닌 ‘퍼펙트 데이즈’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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