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모임] 글 너머로 닿는 것을 넘어, 이어진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시간
글 입력 2024.07.0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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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에서나 글을 쓰지만 그 글 밖의 누군가와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다듬고 써내려간 어느 날의 생각을 누군가는 읽을 테고 내가 담고 싶었던 진심이 글 너머로 닿는다면 참 좋겠지만, 그 뿐. 마치 불특정 다수가 존재하는 허공에 외치는 듯한 기분이랄까. 가끔 내게 다시 되돌아와 닿는 ‘글이 참 좋았어요, 잘 읽었어요’와 같은 댓글들은 나를 설레게 했지만 그건 나 자신이 아닌 내 글에 대한 감상이라는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가끔은 글 뒤에 숨을 수 있는 익명성이 좋았다. 나에게 글이란 그런 것이었다.

2024년이 되고, 에디터 활동을 한지도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을 때 오프라인 모임을 모집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된 순간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기억한다. 2월의 나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새해의 여운으로 조금은 들뜨고 의욕이 넘치는 상태였다. 사실 그게 아니면 파워 집순이에 내향형인 내가 오프라인 모임을 가겠다는 용기를 낸 것이 설명이 안된다. 다이어리 맨 앞 장에 적어둔 ‘마음을 활짝 열고 살자’라는 나만의 올해 좌우명과 눈이 마주쳐서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톡방이 만들어지고, 첫 인사를 나누고, 첫 오프라임 모임 장소를 정할 때까지도 큰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새로 맡게 된 업무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니 어느새 첫 모임날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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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라는 주제로 모인 우리는 3월의 어느 토요일 대학로에서 ‘브론테’라는 연극을 보러 처음 만났다. 영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샬럿, 에밀리, 브론테 자매의 이야기였는데 생각보다 뭉클하고 흥미진진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었다. 안녕하세요,로 시작된 첫 인사와 연극에 대한 감상으로 자연스레 이어진 이야기는 공연 이후 같이 저녁을 먹고, 카페에 갈 때까지도 이어졌다. 마침 비슷한 또래였던 우리는 인생에서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통하는 구석이 많았다. 취향, 관심사, 좋아하는 것과 마침 하고 있는 고민까지도. 그렇게 우리는 흘러가는 이야기 끝에 아쉬운 마음 반, 다음 모임을 기대하는 마음 반으로 인생네컷에서 사진을 찍으며 모임을 마무리했고 이건 암묵적인 우리 모임의 루틴(?)이 되었다.

공연, 전시, 도서, 영화 중 ‘공연’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사실 그리 거창하진 않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하면서 내 안에 가장 큰 여운이나 감상, 아무튼 무언가를 남겼던 장르가 공연이기 때문이다. 내게 익숙한 도서나 영화보다 새롭고 상대적으로 정적인 전시보다 조금 더 격동적인, 그래서 더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연에 매료된 시기가 있었다. 특히 무대 위에서 주인공을 비추는 선명하고도 다채로운 조명의 색감에 매력을 느꼈다.

마침내 종장에 다다른 주인공을 비추는 따스하고 환한 조명에 ‘자신의 삶에서 진정한 주인공이 된 순간은 저렇게 아름답게 빛나는구나’, 감탄하곤 했다. 모든 불이 꺼진 깜깜한 어둠 속에서 무대 위 불이 켜지고 공연이 시작될 때마다 어둠 곁에서 빛이 가장 선명하게 빛난다는 걸, 그렇게 우리의 삶은 빛나고 있다는걸 깨닫곤 한다.

공연이라는 장르를 이게 막 접하고 좋아하기 시작한 나같은 사람도 공연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해도 될까, 하는 고민이 조금 있었지만 다행히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모인 사람들은 푹신푹신하다고 느낄 만큼 다정하고 따뜻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겐 오히려 쉽게 꺼내지 못하는 어떤 순간의 감상까지도 솔직하고 편안하게 털어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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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첫 만남 이후로 4월, 5월, 6월, 매달 한 번씩 총 4번의 공연 오프라임 모임을 가졌다. 매번 모임마다 서로 향유했던 공연, 추천하고 싶은 작품들을 나누곤 했다. 공연 추천으로 이어진 이야기는 영화 추천이 되었다가, 책 추천이 되었다가, 재미있게 보았던 예능 이야기에서부터 일상 이야기, 그리고 다시 공연 이야기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이 한 바퀴가 끝나면 공연을 즐기고 사랑하는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 모임이었던 6월엔 4개월동안 봐왔던 서로를 작품 속 캐릭터로 생각해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언제나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이 익숙했던 내게 바라봄을 ‘당하는’ 일은 꽤 쑥스러웠지만 그만큼 신선하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다정하고 사려깊은 에디터분들의 시선 속에서 바라본 서로가 그만큼 멋지고 좋은 사람들이라서, 그 안에 나 자신도 몰랐던 나의 괜찮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서 참 따뜻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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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경우는 요즘 자주 보는 귀여운 리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로 에디터분들을 떠올려봤다.

 
L 에디터 - 리틀 제이지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습에 떠올렸던 캐릭터
흥이 많은 작은 가수, 음악만 있다면 어디나 제이지의 무대가 되고 잘 살펴보면 항상 친구들 주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캐릭터로, 노래를 좋아하고 직접 무대에서도 부르는 멋진 L의 모습에 떠올림
특유의 밝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즐거운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멋진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
 
 
H 에디터 - 리틀 어피치

웃는 모습이 닮아서 제일 먼저 떠올렸던 캐릭터
어피치는 카카오프렌즈 사이에서도 정이 많은 캐릭터로 다정하고 따뜻하게 주변을 아끼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
가끔은 온갖 창의적인 장난을 떠올리기도 하는 캐릭터인데 H가 에디터로 작성한 글 속에서 때론 진솔하고 새롭고 창의적인 시선들을 많이 발견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전하는 모습이 닮았다고 생각

 
Y 에디터 - 리틀 라이언

의젓하고 든든하며 귀여운 이미지로 떠올렸던 캐릭터
언제나 주도적인 조력자로 모임을 이끌어주는 모습에 부드럽고 책임감 있는 리더 라이언이 떠오름
원래는 아프리카 둥둥성 왕위 계승자였지만 자유로운 삶을 동경해 탈출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로, 자신이 사랑하는 창작, 뮤지컬, 이야기 분야에서 멋지게 일하고 있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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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월, 2024년도 절반이 지나갔다. 마지막 오프라인 모임을 끝내고 내게 남은게 있다면,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과 소중한 인연들이다. 이런 모임이 처음이었던 내게 이번 오프라인 모임은 글 너머로 닿는 것을 넘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모임에서 만난 에디터분 중 한 분은 평상시에도 틈틈이 아트인사이트 글을 자주 읽으시는 분이었는데, 내 글도 읽으셨다고 하셔서 신기하기도하고 처음엔 쑥스럽기도 했다. 알고보니 나 또한 그분의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글 너머로 느꼈던 단단한 다정함과 차분함을 직접 만나 느낄 수 있어서 더 반가웠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보면 강렬했던 어느 날의 다짐도 흐려지고 희미해지는 순간이 온다. 때론 무언가를 사랑하고 꾸준히 좋아하는 것도 노력의 영역이라 느껴지는 날이 있다. 더 이상 전처럼 순수하게 무언가가 좋아지지 않고, 무뎌진 어떤 부분을 느낄 때엔 슬픔마저 느껴진다. 매달 이어졌던 만남을 통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단조로움이 환기되고 잊고 있던 열정이 되살아나서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함께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사랑했고, 좋아하고 싶은 반짝임을 잊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반짝이고 즐거운 2024년 상반기를 보냈다. 마음을 활짝 열고 용기를 냈던 2월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을만큼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연들을 알아갈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다. 한명한명 다정하고 따뜻했던 모두에게 참 감사하다고, 덕분에 행복했다고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앞으로의 길을 멋지게 걸어갈 우리를 응원하며, 좋은 날 또 좋은 공연 보러 만날 그날까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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