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 나는, 여행 전 꼭 잘 찍혀진 여행지의 사진을 보는 편이다. 그러면서 여행지를 정하기도,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지 구상도 하곤 한다. 그리고 최대한 다양한 컷으로 이 풍경 저 풍경을 담아보려 한다. 예쁜 구도로 마음에 들게 찍힌 사진을 보면 다녀온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

그런 나의 마음과 똑 닮은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라는 책의 제목. 시간이 지나면 아무래도 그때의 풍경과 나의 감정은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보고 황홀해했던 그 풍경, 사소하지만 내겐 사소하지 않았던 곳,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모습은 꼭 사진으로 남겨두고 그 사진을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어 사진을 남긴다.

사진작가 서영길의 <남는 건 사진뿐일지도 몰라>는 국내의 이색 여행지 71곳을 소개한다. 그 71곳은 단순한 사진 나열에 그치지 않고 사진 장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 어떻게 찍어야 그곳을 더 아름답게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잘 담겨있다.

여행지와 사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어 저자의 가장 소중한 보물들을 건네받은 느낌이 든다.

내가 다녀와 본 곳 중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곳도 있었다. 바로 부산의 해동용궁사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바다와 어우러진 파랗고 초록빛을 띄는 풍경이 가득한 곳이다. 이 책에서도 해동용궁사가 소개되었는데, 그 아름다운 풍경이 사진에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다녀왔던 기억을 곱씹으며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철썩이는 파도의 모습과 새파란 하늘 그리고 고즈넉한 사찰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부산에 갈 때마다 종종 가곤 했던 곳인데, 책에서 만나니 더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사진첩을 뒤적거리게 되었는데, 나는 어떤 풍경을 담았었는지 비교해보기도 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나, 결과물은 각양각색이라 흥미로웠다.

사진을 보고 여기는 꼭 가봐야지 라는 다짐으로 접어둔 곳이 있는데 바로 단양의 이끼터널이다. 이끼로 뒤덮여 배경이 초록빛으로 가득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이 난다. 연인의 손을 잡고 끝까지 걸어가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까지 아름다운 곳이라는 느낌이 물씬 났다.

또 재밌는 건, 어떻게 찍어야 사진이 잘 나오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함께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풍경을 담고, 어떤 포즈로 서 있어야 풍경과 내가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터득하는게 참 재미있다. 이끼터널은 위쪽은 푸른 나무 외벽은 이끼로 뒤덮여 있어 사방이 초록빛이기에 긴 구도로 담아내는 것이 좋다는 팁도 이 책의 재미이다. 단순히 사진을 전시하는 것보다 이런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즐거움의 포인트다.

그리고 이 책의 또다른 재미는 계절별로 가기 좋은 곳을 정리해둔 점이다. 계절은 사진과 여행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방문하기 가장 적합한 월을 지역마다 정리해두어서 선뜻 여행을 떠나기에 편할 것 같다. 다가오는 7월에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경주 황룡원, 단양 이끼터널, 경기 남한사성 서문전망대를 추천한다. 여름 휴가를 앞둔 시점, 이 책이 내게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웬만한 국내의 여행지는 많이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다니 정말 놀라웠다. 이곳은 꼭 가봐야겠다 라고 다짐한 곳이 10군데가 넘는다. 저자가 애정을 담아 찍은 만큼 그 애정이 독자인 내게도 전달된 것 같다.

가볍고 행복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