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프카는 누구의 것인가 - 베냐민 발린트

글 입력 2024.06.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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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표지.jpg

 

 

문화는 소통이다. 창작자가 작품에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면 감상자는 이를 받아 해석한다. 그 후 자신의 메시지를 다시 창작자에게 전달한다.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고, 그 반복이 쌓이면서 문화는 더 나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이것이 이상적인 문화/예술의 순환 구조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상이다. 우리는 분명 그것이 올바른 모습이지만 지켜지지 않기에 이상이라고 부르는 모순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국어 문학 지문에 나온 작품의 작가분께서 ‘나는 그런 의도를 담은 적 없다’라고 했음에도 출제자들은 ‘이게 정답이다’라고 말 한 사건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그분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사건만은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쌍방향 소통은커녕 한 방향의 왜곡까지 더해진 소통이다. 원작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제삼자가 맞다고 우기는 기이한 모습이다. 이건 수신자도 불분명하고, 미디어도 제 기능을 못 하는 노이즈로 뒤범벅된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렇다면 왜 카프카는 자기의 마지막 부탁을 하필 브로트에게 들어달라고 했을까? 자신의 미완성 작품이 저자인 본인 허락 없이 출간되기를 바라서였을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자기가 불태워 없애고 싶어 하는 문서들에 접근할 권한을 가진 사람이 브로트밖에 없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을 가능성도 있다. […] 결국 브로트는 유고 처형자라는 주어진 역할을 따르기보다는 유고 관리자라는 역할을 스스로 떠맡는 편을 선호했다. 그는 카프카의 명시적 지시를 어기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의 지시를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이중적 의리─후대 독자들에 대한 의리와 카프카의 진정한 유지遺志에 대한 의리─에 호소했다."] (8. [카프카의 마지막 부탁, 브로트의 첫번째 배신], 186~87쪽)


카프카도 그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전락했다. 모든 것을 불태워달라는 마지막 부탁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고서는 저들끼리 이게 내 것이라며 싸우고 있다.

 

심지어는 카프카가 남기고 떠난 이들조차 아니다. 그동안 입을 닫고 눈먼 자로 서성거리던 무리가 인제야 내놓으라며 달려든다. 아가리를 열고 침을 흘리는 하이에나와 다를 게 없다. 숭고한 의식 같은 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저 치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굶주림에 이성을 잃은 짐승이 짖어대는 모습을 보고서 괜찮다고 한들 누구도 믿지 않는다.

 

["브로트는 카프카의 글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기가 그 글의 저자였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을까? 브로트는 다작의 작가였음에도 스스로에 대한 의심, 취향과 안목이라는 재능은 있지만 진짜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창조할 능력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브로트는 카프카의 천재성에 의지하는 관객, 자기의 바깥에 있는 무언가에 의지한다는 의미에서의 관객이었다. 예술가가 아닌 사람들은 자기가 진짜로 소유할 수 없는 예술을 물질적으로 소유하려고 애쓰는 것 같기도 하다. 뒤에서 더 보겠지만, 브로트는 카프카가 손댄 모든 것을 강박적으로 모아들였다. 반면에 카프카는 모든 것을 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2. ["광신적 숭배"], 42~43쪽)

 

세상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분명히 있다. 그리해서는 안 되는 일은 존재한다. 카프카는 일그러진 영웅을 넘어 일그러뜨려진 영웅의 말로를 따라 한 줌의 재로 사라졌다. 아니다. 욕심에 눈먼 무뢰배들이 그 재를 긁어모아 단상에 올려두고서 피를 토한다. 내가 저것을 가져야겠다며 아우성친다.

 

나는 모르겠다. 야욕인지, 물욕인지, 소유욕인지. 권력에의 의지인지 힘에의 의지인지, 삶에의 의지인지.

 

카프카는 참으로 부끄러운 생애를 살았을지, 살고 있게 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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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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