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모임] 이 작은 부분을 우리는 행복이라고 불러요

글 입력 2024.06.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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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쌀쌀해서 겉옷을 입지 않으면 안 됐었던 3월부터 너무 더워서 손부채를 부치던 6월까지, 총 4개월간의 오프라인 공연 모임을 진행했다.


이 모임을 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강제성이 부여되면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을 보고 리뷰를 써야 하는 것의 부담을 좀 더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나의 경우 이동시간이나 자투리 시간 혹은 자기 전에 틈틈이 아트인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읽는 걸 즐기는 편인데, 그래서 글에서 보이는 사람의 이미지와 실제의 느낌을 확인하고 싶었고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고민 끝에 이 모임을 신청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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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동안 우리는 많은 걸 함께 했다. 함께 공연을 보고 그에 관해 이야기했고, 한 달 동안 각자가 향유한 공연의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영화 모임은 아니었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를 함께 보고 감상평을 나누기도 했다.


공통점이 있는 사람, 좋아하는 것들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말 뜻깊은 일이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 함께 한 친한 친구여도 관심사가 다르면 특정 분야에 깊이 파고들어 대화하는 건 조금은 눈치가 보이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 모임에서는 공연에 관한 내용을 비롯해 읽은 책, 인상 깊게 본 것들에 대해 내 생각을 가감 없이 표출할 수 있었다.


매달마다 함께 하며 여러 공간을 체험해 본 일도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서울에 살면서도 가는 루트가 비슷해 안 가본 곳들이 많았었는데 이번 기회에 몰랐던 곳들도 알게 되어 새로웠다. 다양한 카페와 식당을 찾아보고 함께 가서 맛있는 걸 먹으며 즐겁게 웃었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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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임의 마지막 달에 조금 특별한 활동을 했다. 공연 모임의 취지에 걸맞게 마지막 달까지 서로에게 어울리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찾아오자는 것이었다. 6월의 약속 시간까지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고자 그동안 내가 본 많은 문화예술을 생각해내려고 노력했다. 역시나 이 글을 쓰는 취지에 맞게 내가 찾은 작품 속 인물들을 공개하도록 하겠다.


첫 번째 에디터님에게 어울리는 인물은 드라마 <굿 닥터> 속의 ‘차윤서’라는 인물이다. 이 인물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남자 주인공을 모두가 무시하고 외면할 때 먼저 손을 내밀어준 인물이다. 더불어 환자를 대할 때 단순히 의사로서의 의무감이 아닌, 진심으로 그 사람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인간애를 지닌 모습이 그분과 참 잘 어울렸다. 남들이 느리거나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항상 친절하고 따뜻한 말투로 알려주고 도와주는 드라마 속 인물이 4개월 동안 봐 온 에디터님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매번 우리 한 명 한 명을 챙겨주는 세심한 모습에 항상 따뜻함을 많이 느꼈다.

 

두 번째 에디터님은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주인공인 ‘크리스 가드너’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치열한 경쟁력을 갖춘 곳에 입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과 힘든 일들을 겪는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에디터님과 비슷하다고 여겨졌다. 또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진취적이고 실행력이 강한 모습과 누구에게나 당당하고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말하는 주인공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실제로 이분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말 많이 웃었고 즐거웠다. 항상 센스있게 이야기할뿐더러 다른 이들의 말을 다 받아주고 이끌어 가는 모습에 대단함을 많이 느꼈다.


마지막 세 번째 에디터님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의 ‘하일러’를 골랐다. 작품 속 하일러의 모습이 책의 제목인 수레바퀴의 상징적 의미와 맞닿아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남들의 시선에 억압되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모습, 자신만의 수레바퀴를 잘 굴려서 원하는 대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기개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동안 함께 대화하며 이분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동시에 부러움을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노력해나가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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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와 어울리는 작품을 찾고자 많은 작품을 찾아봤는데 이 글의 마지막은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대사 중 일부를 인용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결국엔 원하는 바를 이룬 주인공이 무수히 많은 사람들 속을 함께 걸어갈 때 나오는 말이 있다.


‘제 인생의 이 부분은, 이 작은 부분은 행복이라고 불러요.’


당장에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면 그들이 화려한 명품을 휘감고 있어서, 혹은 대단한 일을 하고 있어서는 아닐 것이다. 오늘 함께할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것을 볼 여유가 있고, 그것들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은 그리고 우리는 저마다 다 행복하다.


4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만났던 모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활동하는 내내 정말 즐거웠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부 고마웠다. 나는 4개월 동안 함께 하는 것의 의미와 행복감을 느꼈고 그래서 이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함께 했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를, 그리고 모두가 저마다 의미 있는 행복을 찾아서 앞으로도 이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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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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