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프카는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글 입력 2024.06.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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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는 누구의 것인가

 

카프카 원고의 마지막 소유주가 결정되는 과정을 담은 책의 부제는 ‘카프카는 누구의 것인가’이다. 책을 읽는 내내 ‘카프카는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사건의 주요 인물은 셋, 소유권 분쟁에 관련된 기관은 둘이다. 카프카의 유언을 무시하고 그의 작품을 세상에 소개한 브로트, 브로트의 친구이자 비서인 에스테르, 그리고 에스테르의 딸 에바로 소유권이 이전된다.

 

브로트는 카프카의 천재성을 알아본 동료 작가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다. 카프카와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브로트는 카프카를 알리려고 했고 그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카프카가 브로트에게 원고를 몇 편 선물한 적도 있었으며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그는 원고, 편지, 일기를 모두 없애라는 카프카의 마지막 지시를 받는 동시에 유언을 따르지 않고 그의 글을 지켜낼 수 있었다.

 

브로트 사후 카프카의 원고를 포함한 유산은 친구이자 비서였던 에스테르에게 넘어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상속되었다. 이때도 이스라엘 정부가 에스테르를 고소했는데 에스테르가 상속의 수령자가 아니라 집행자라고 주장하였으나 유산에 대한 권리는 에스테르에게 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리고 에스테르 사후 유산을 상속받은 에바. 쟁점은 브로트가 에스테르에게 유산을 상속한 건 유산(카프카와 본인의 원고 등)을 어느 기관에 어떤 조건으로 넘길 것인가 하는 권한을 넘겼지만 에바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는 것.

 

그리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두 기관 중 하나인 이스라엘 국립도서관. 명분은 브로트가 유언장에서 본인의 문필 유산이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이나 그 외 이스라엘의 공공 아카이브 기관에 소장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전에 국립도서관을 방문해서 기술적인 면을 확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마르바흐 독일 문학 아카이브. 독일어 문학에 정통한 해당 기관은 유명 작가들의 원고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소장, 보관하고 있는 기관으로 이미 카프카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브로트가 증여받지 않은 카프카의 원고에 대한 소유주 역시 논쟁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결말: 브로트는 에스테르에게 유산에 대한 관리권한을 넘긴 것은 원고가 연구 목적으로 쓰이길 바랐기 때문. 실제로 에스테르가 연구 목적으로 자료를 제공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에스테르는 원고 원본을 소더비 경매에 내놓은 적이 있으며, 마르바흐 아카이브에 고액에 서명본 판매를 시도했다. 에스테르는 점유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판단하에 문필 유산은 상속되지 않고 국립도서관에 양도된다는 판결이 내려진다. 다행스럽게도 국립도서관이 디지털화된 원고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마르바흐 아카이브가 우려한 것처럼 연구진이 없더라도 그의 원고는 연구 대상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방대한 정보량이 함축된 이 책과 카프카 원고의 소유주에 대한 쟁점을 이 정도로 요약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이 책은 사전 정보가 있는 상태로 읽는 것과 아닌 것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알고 있던 이야기에 책에서 읽은 내용을 덧붙여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


마지막 소유주였을 뻔한 에바가 말했다. “피카소 작품을 유산으로 상속받은 사람이 그 작품을 팔고 싶다는데, 그 사람이 피카소와 모르는 사이니까 못 팔게 금지하겠다고?” 언뜻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브로트가 선물 받지 않은 문필 자료는 소유주가 애매하다. 그리고 에스테르가 유산으로 모든 것을 상속받았다고 단언하기 어려우며 브로트의 유지가 명확했기 때문에 원고를 판매하려는 행위 역시 나중에 문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카프카의 원고가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이스라엘의 국립도서관은 권한이 있을까? 카프카의 허락 없이 카프카의 원고의 소유주가 되어 처분할 권한이 있으며 이를 이스라엘의 아카이브 기관에 소장되길 원했다는 유지만으로 국립도서관은 소유주가 되어야 마땅할까? 물론 유대인인 카프카와 유대인이기 때문에 가스실과 수용소에서 스러져간 카프카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독일 문학’을 이유로 마르바흐 아카이빙에 카프카의 원고가 넘어가는 것도 탐탁지 않다. 이스라엘에는 카프카를 연구할 인력과 기관이 없다고 하지만, 카프카가 독일어로 작품을 썼기 때문에 가장 연구를 잘할 수 있는 독일 기관의 소유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딱 떨어지는 결론은 아니다.


카프카가 생전에 브로트에게 본인의 작품을 불태워달라고 했지만, 브로트 본인이 절대 그러지 않을 것임을 당사자에게 주지시켰기 때문에 카프카가 본인의 원고와 자료에 대한 처분을 브로트에게 맡겼다는 추측이 있다. 이상하지 않나, 결론적으로는 브로트의 유지에 따르게 되었다. 어쩌면 카프카가 전혀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카프카를 생각해서 한 행동이라는 것도 맞고, 세상에서 그의 작품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문학적으로 큰 손실인 것도 맞다. 나 역시 카프카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알았고 그의 작품을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에 카프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모두의 욕심 때문인 것 같다. 카프카를 위해 그의 원고에 불을 질러줄 이, 세상에 있을까? 이제 와 모든 걸 없앤다고 해도 이미 너무 늦었고 너무나도 멀리 왔다.


카프카의 것으로 남겨두지 않고서는 카프카가 누구의 것이어야 하냐고 묻는다니 아이러니하다. 카프카를 소유하려고 하는 사실, 어쩌면 모두 욕심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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