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모든 시간 속의 내가 나였음을 [영화]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발견한 노하우
글 입력 2024.06.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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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2>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법한 '불안이'의 등장으로 시즌1에 버금가는 명작이 탄생했다 생각합니다. 저 또한 불안이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비단 사춘기 시절의 감정 소용돌이뿐 아니라 성인이 된 현재까지도 그와 비슷한 흐름의 감정 변화를 느낄 때가 있으니, 저를 포함한 다 큰 성인들도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릴만합니다.


오늘 그중에서도 라일리가 다양한 모습의 자기 자신을 수용하기 시작한 지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자아'가 시각화되어 표현된 어느 빛의 줄기는 라일리의 신념 보관소로부터 형성됩니다. 영화 초반 라일리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처한 친구를 거리낌 없이 도와주거나, 가족과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주 당연했습니다. 왜냐하면, 라일리는 좋은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불안이의 등장 이후로는 많은 것들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절친했던 친구들과 멀어지고, 해서는 안될 것 같은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됩니다. 이제까지 라일리가 쌓아온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이 와르르 무너지는 시기를 겪게 된 것이죠.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느껴지는 자괴감과 스스로를 향한 실망감은 라일리를 더 큰 불안감으로 몰고 갑니다. 그런데 '원래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늘 한결같은 사람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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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게 뭔데!"


오글거리는 청춘 드라마에 여러 번 등장했을 그 대사. 진부하긴 하지만 매번 회자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말로 꺼내 민망해서 그렇지, 사춘기를 거친 우리 모두 다 그런 고민은 안고 살아왔을 테니까요. 어쩌면 지금까지도 말입니다.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 여기며 살다가도 문득 올라오는 권태감과 짜증에 앞선 각오가 무너지기는 부지기수입니다. 대체 왜 이런 사소한 일에 감정이 요동치나 알 도리는 없는데, 그 와중에 또 무너지고 또 무너집니다. 지금 이렇게 흔들리는 '나'는 내가 아니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 그것이 바로 라일리가 느끼던 혼란스러움과 비슷할 것입니다.


저 또한 다른 여느 사람들과 같이 사춘기를 겪고, 20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다른 모습의 낯선 나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삶의 진리나 본질적인 목적을 깨닫기에는 아직 많이 미성숙하지만, 그런 마음속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하나의 노하우는 터득한 듯합니다. 그리고 그 노하우가 <인사이드 아웃 2>의 결말 부분에 등장한 해결책과 꽤나 유사하여서, 한번 다시 글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모두 인정하는 겁니다. 질투하는 나도, 분노하는 나도, 무기력한 나도 전부 나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 싱겁지만 그것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정리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시도해 보면 처음에는 그리 수월하게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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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찌질하니까요. 내가 바라던 나의 모습은 이게 아닌데, 남과 비교하거나 열심히 한 일에서 성과가 나지 않으면 억울하고 분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감정을 수용해 버리면, 진짜 그런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아 인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보여주듯, 그리고 저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듯 그 모든 순간의 모습들을 인정하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단단한 내면의 뿌리를 가지게 됩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정당합니다. 느껴서는 안 될 감정은 없습니다. 그 모든 감정이 모여서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니, 아무리 불필요한 감정이라고 느껴져도 자신을 이루는 한 칸의 블록을 차지하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블록 하나를 빼면 견고해보였던 탑도 우르르 무너지듯이, 소중히 다루지 않아야 할 감정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건 시즌1부터 인사이드 아웃이 계속해서 강조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조언이기도 하죠.


나 다운 게 뭐냐고요? 나 다운 건 그런 겁니다. 내가 1년 365일, 매일 매시 매초 하는 생각과 느끼는 감정이 모두 나입니다. 삐딱하고 우울하면 어떤가요? 그것들이 나라면 그 반대의 것들도 내가 될 수 있는데요. 사랑을 주고, 기쁨을 받는 나도 지금 여기에 있는데요. 그러니 어두운 순간을 너무 미워하지는 맙시다. 그 또한 라일리입니다. 그 또한,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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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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