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NS 세대를 노린 역발상 광고의 힘 - 월드비전 '초즌(Chosen)' 캠페인 [문화 전반]

후원이 하나의 경험이 되도록
글 입력 2024.06.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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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즌' 광고의 개요와 역발상의 힘


 

‘해외아동 후원 광고’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들이 생각나는가? 해외아동이 살아가는 열악한 삶의 환경을 강조한 이미지, 보는 이의 연민과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가난을 자극적인 방식으로 비추는 영상이 먼저 생각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는 이러한 광고를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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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코리아(@worldvisionkorea)가 게재한 인스타그램 스토리 광고

 

 

광고의 대상인 <초즌(chosen): 아이의 선택>(이하 ‘초즌’)은 한국 월드비전이 2020년 처음 시범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부터 미국의 월드비전과 협업하여 올해까지 주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캠페인이다. 기존 후원은 후원자가 해외아동 정기 후원을 신청하면 월드비전 측에서 1:1 매칭 될 아동을 선택해주거나, 후원 아동의 사연과 인적 사항을 보고 후원자가 직접 아동을 선택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초즌’의 경우 역으로 후원자가 자신의 사진을 월드비전을 통해 특정 국가로 보내면, 해당 국가의 후원 아동들이 그 사진을 보고 후원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무심결에 넘기다 보면 ‘왜 후원자만 아이의 사진을 볼 수 있을까요?’ 또는 ‘요즘 후원할 때는 내 사진 보낸다던데?’ 라는 의문형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보는 이가 익숙함 속에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부분을 새롭게 지적하며 이전까지 알아 온 후원 체계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또는 ‘요즘 후원’이라는 말을 통해 지금까지 알고 있던 후원 방식이 구시대적인 것이 아닌지를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초즌’ 광고는 ‘지금까지 최선이라고 믿었던 것 이상의 것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호기심을 이용해 해당 후원 캠페인의 긍정적인 차별성을 강조하며, 보는 이에게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특히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의 특성상, 광고를 접하는 이들은 이미 월드비전이나 타 기관의 아동 후원에 관심을 갖고 검색해보던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다수는 기존 후원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기에 기존의 후원과 대비되는 ‘초즌’의 차별성에 주목하기 유리할 것이다.

 

기존의 제도를 뒤집어 보는 역발상, 반전은 ‘초즌’의 차별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살면서 선택의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삶의 변화를 시작한다’는 선한 메시지와 결합 되어 ‘월드비전’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타 단체에 비해 앞서나간 생각을 가진 단체’처럼 인식되게 한다. 후원은 후원자에게 직관적으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물질적 부분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단기간에 아동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후원 단체의 사고방식에 대한 신뢰와 긍정적 평가는 후원자의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미칠 수밖에 없다.

 

광고에서 신뢰성 있는 단체의 태도를 드러내기 위한 월드비전의 또 하나의 전략을 발견할 수 있다. 좌측부터 첫 번째, 두 번째 사진에 드러난 연속된 광고의 경우 일반적인 인스타그램 스토리 광고와는 다르게 화려한 이미지 없이 흰 톤의 바탕에 비교적 공적인 발언의 느낌을 주는 폰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사뭇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태도를 보이고, 이미지가 아닌 글의 내용을 읽기 위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오랜 시간 집중해서 광고 페이지에 머무르게 한다. 타 인스타 스토리 광고들 사이에서 보이는 이 작은 독특함은 월드비전이라는 단체 역시 아동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하는 데 진중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도 같다.


‘초즌’은 후원 아동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후원 방식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소통의 수단에도 강조점을 두고 있다, 광고에는 ‘사진’이라는 단어가 거의 빠지지 않으며, 직접적으로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되는 특별한 만남’ 등의 문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진을 통해 타인에게 자신을 공개하고, 선택받고, 관계 맺는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SNS, 특히 인스타그램 활용해 소통하는 데 익숙한 ‘Z세대’(20대-30대 초반 층)를 공략했다는 생각이 든다. 홍보 매체로 SNS 중에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피드를 활발히 활용하고 있고, 특히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판매 장소를 공지하는 의류 브랜드 ‘김씨네 과일’과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타겟층 설정에 대한 목표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사진을 통해 시작되는 후원 아동과의 교류 방식을 젊은 세대가 익숙하게 즐기는 인스타그램 소통 방식과 유의미하게 연관 지으려는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해외아동 정기 후원의 경우, 한 번 후원을 시작하면 후원자가 고객센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후원 중지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해가 바뀌어도 계속해서 유지된다. 또한 후원을 시작하면 후원 아동의 사진과 소식이 담긴 보고서, 아동의 친필 편지 등이 후원자에게 주기적으로 전해지므로 아동과 ‘관계를 맺었다’는 감각은 후원자에게 지속적으로 강조된다. 뿐만 아니라 후원 신청 페이지에는 아동과 아동이 사는 지역 발전을 위해 ‘최소 1년 이상’,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래 후원해달라는 조항이 제시된다. 그렇기에 후원자가 첫 후원을 결정한 프로그램 또는 기관을 이탈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따라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주체적 소비자로서 스스로 판단하여 첫 후원을 시작하게 될 20-30대 초반 후원자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일 것이다.

 

‘초즌’ 캠페인은 2021년 1022명, 2022년 8월 기준 2500명, 현재까지 약 5000명 이상의 후원자를 확보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후원자의 나이대 분포 역시 2022년 20대 37%, 30대 25%에서, 2024년 현재 20대 47.85% 30대 29.92%로 변화했다. 캠페인의 홍보와 진행 방식이 타겟층인 ‘Z세대’ 후원자 확보에 효과를 보이고 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즌’의 캠페인이 젊은 후원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전략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SNS 커뮤니케이션과 ‘초즌’


 

‘초즌’의 가장 큰 특징은 후원자들이 보낸 사진 한 장을 통해 후원 아동의 선택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후원자들은 마음에 드는 자신의 사진을 골라 월드비전 측으로 보낸다. 이후 월드비전은 특정 국가에서 한 달에 1-2회 후원 아동이 후원자들의 사진을 보고 자신의 후원자를 선택하는 ‘초즌 파티’ 자리를 마련한다. 이 관계 맺음의 방식은 인스타그램에서 이용자가 사진 연출과 선별을 통해 이상적인 방식대로 자신을 표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사적인 정보 공개에 대한 압력 없이 타인과 소통을 시작하는 ‘느슨한 관계’의 양상과 비슷하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SNS에서는 댓글과 ‘좋아요’ 등의 게시글 평가 시스템을 통해 각자가 얼마만큼의 관심과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가지를 높이 평가받고자 하는 열망과 인정욕구를 발생시킨다. SNS의 주 이용자인 Z세대를 고려할 때, 이러한 소통 방식은 중요한 요인으로 기능한다.

 

SNS 상에서 중요시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관계’이다. SNS 플랫폼에서는 각자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지와, 그 소통 과정이 24시간 노출된다. 이는 이용자로 하여금 소외에 대한 불안감과 동시에 관계가 주는 유대감, 소속감에 대한 욕구를 느끼게 한다. ‘초즌’ 광고의 경우 해당 캠페인이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소통 환경 속에서, 인스타그램 이용자로서 느끼는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음을 강조한다.

 

2020년과 2021년, ‘초즌’이 도입된 초기 유튜브 광고에서는, ‘오늘 나는 [ ]에게 선택받았습니다.’라는 문구가 인스타그램 광고 이미지에, 유튜브 홍보 영상의 첫 부분 또는 끝부분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후원자의 ‘선택받음’을 강조하는 것은 현재의 광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송출된 ‘초즌’의 인스타그램 광고에서도 아동의 선택으로 후원을 시작한다는 건, 후원자가 타인에게 교류의 대상으로 선택받을 만한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걸 의미함을 직,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광고들에서 덧붙여 강조하는 지점은 후원 아동과 매칭되고 나면 아동의 첫 서신을 통해 아동이 사진의 어떤 점을 보고 후원자를 선택했는지, 사진과 후원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이유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초즌'의 유튜브 또는 인스타그램 광고는 ‘미소가 예뻐서 선택했다’, ‘후원자님이 Handsome(잘 생겼다)’과 같이 후원 아동이 후원자에게 보낸 실제 서신의 문구를 인용한다. 후원을 시작하면 자신이 보낸 사진과 자신에 대한 후원 아동의 긍정적 피드백이 주어지고, 그로써 관계 맺음의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후원자를 인터뷰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살면서 받아 본 선택이 많지 않은데 (후원을 통해 선택받으며)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와 같은 소감을 후원자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후원 참여가 SNS 세상 속 ‘Z세대’의 인정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초즌’ 캠페인 광고는 더 나아가 후원 참여가 유대감과 소속감을 불러일으키는 ‘관계’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후원 아동이 후원자를 선택한 이유를 언급하는 데 있어서 ‘가족’ 또는 ‘친구’라는 범주화를 사용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에서 드러난다. 이는 평소에 SNS를 기반으로 하는 소통에서 관계에 대한 불안을 겪는 이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세대에게 호소력이 있는 전략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 여성 후원자의 사진을 든 후원 아동이 ‘우리 언니 같아서 (해당 후원자를) 선택했다’고 하는 장면은 물론, 중장년층 후원자가 ‘후원자님이 저희 할아버지와 닮아서 선택하고 싶었다’는 후원 아동의 말을 듣는 장면 역시 광고에 사용되고 있다. 이는 ‘가족’이라는 폭 넒은 구성원을 포함하는 관계 개념을 강조하며 젊은 후원자 유입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연령층 후원자도 배제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일부 광고에서는 부부가 서로를 선택한 것과 후원 아동이 후원자를 선택한 것을 연결 지어, ‘초즌’ 광고는 현재에도 여전히 후원 아동과 후원자의 관계를 끈끈한 가족관계로 비유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유입된 후원자의 후원 지속성을 이끌어내는 데도 중요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 보자면, ‘초즌’ 광고는 ‘Z세대’에게 친숙한 SNS에서의 소통 유형을 후원 방식에 적용하며, 후원 참여가 그들이 가진 ‘인정욕구’, ‘관계와 유대감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연령층의 잠재적 후원자가 완전히 소외되지 않도록 ‘가족’이라는 폭 넓은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음이 인상적이다.

 

 

 

후원자의 미션 수행과 경험


 

‘초즌’ 캠페인이 언론을 통해 해외 아동 후원에 관심이 있지 않은 이들에게도 알려지게 된 건, 2022년 8월 의류 브랜드 ‘김씨네 과일’과 협업한 첫 번째 팝업스토어를 통해서이다. ‘김씨네 과일’은 과일 사진이 프린트된 옷을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로, 실제 과일을 판매하듯 트럭을 몰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티셔츠를 판매한다. 중요한 것은 판매 장소를 당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항상 ‘완판’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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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네 과일' 인스타그램(@kimsfruits)에 게시된 의류 판매 현장

 

 

이러한 브랜드와 협업했다는 것은, 인스타그램에 익숙한 세대를 타겟으로 삼겠다는 캠페인의 명확한 목표지점을 나타낸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해외아동 정기 후원을 신청한 이에게는 김씨네 과일의 ‘과일 티셔츠’를 제공했고, 티셔츠를 입은 후원자의 ‘인증샷’을 찍어 이를 후원 아동의 국가로 보냈다. 또한 초즌 후원으로 연결되는 아동들 역시 ‘과일 티셔츠’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씨네 과일’ 브랜드의 독특한 점은 소비자의 ‘미션 수행’이다. 티셔츠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당일 판매 장소가 공개되면, 제한 시간 내에 장소에 도달하여 구매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티셔츠를 구매해 인증하는 자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미션 성공자’가 된다. 또한 과일 티셔츠를 구매하는 일은 단순히 돈과 물건을 교환하는 소비 행위가 아니라, 장소에 직접 찾아가는 소비자의 일련의 경험이 채워지는 일이다, 소비자는 온전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구매 ‘경험’을 만든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이와 비슷한 ‘초즌’의 특성이 부각된다. ‘초즌’은 후원자의 ‘미션 수행’으로 이루어지는 ‘경험 중심적 후원’이다. 후원 아동에게 선택을 받아야 후원이 시작된다는 것은 일종의 ‘미션 설정’ 이다. 후원을 하기 위해 후원자는 아동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구현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최종적으로 선택받음으로써 ‘미션’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실행 가능한 미션’으로 인식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월드비전 홈페이지의 <초즌> 질의응답에서는 ‘후원자 수와 아동 수를 일치시키고 있으므로 신청하면 후원을 받지 못할 일은 없다’고 공지한다.) SNS를 통한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젊은 세대의 소비자, 후원자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제공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 창출에 직접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욕구를 발전시켜왔다.

 

‘초즌’을 통해 후원한다면, 아동에게 보낼 사진을 찍고 고르는 과정에서부터 후원자의 경험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1:1 매칭 후원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진행되는 후원자의 준비 절차의 존재는 후원자에게 미션에 참여하고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경험을 쌓는 즐거움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실제로 ‘초즌’의 유튜브 광고에서는 후원자들이 직접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자신의 사진에 대해 평가하는 그 모든 과정을 노출해 보여줌으로써 후원자의 적극적인 참여에 해당하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제시한다. 이 부분은 보다 직접적으로 강조되기도 한다. 후원자를 인터뷰한 유튜브 광고에서는, 후원자가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 아이와 만남이 시작된다’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이는 ‘초즌’ 후원 절차 안에는 단순한 후원금의 송금뿐만이 아니라 후원자가 사진을 찍고 고르며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후원자 참여’는 후원자의 최초 후원 진입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후원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후원자들은 자신이 후원 시스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미션 성공 보상’으로써 얻은 ‘후원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게 됨으로써 오랫동안 적극적으로 후원에 참여하도록 유도된다. 월드비전 기존 후원의 후원 아동과 후원자의 편지 교환율이 9.76%였던 것과 달리, ‘초즌’은 2020년 50.85%, 2021년 49.5%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후원자와 후원 아동 사이에 존재하는 단단한 유대감과, 후원에 참여하는 후원자의 높은 적극성이 발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주체성에서 비롯되는 책임감과 아동과의 적극적 관계 형성을 통한 후원의 지속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후원자의 경험’을 광고의 주요한 요소로 사용한다는 것은 유튜브 광고들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화면에 담고 있는지에서도 드러난다. 월드비전의 타 유튜브 영상 광고의 경우 후원자의 서사는 아무것도 제시되지 않은 채, 후원 아동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래서 무엇이 필요한지, 후원 아동의 서사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초즌>의 광고, 특히 캠페인 도입 초기 광고의 경우 아동의 서사보다는 후원자의 서사에 집중한다. 영상 내용의 대다수는 후원을 경험한 후원자의 인터뷰이고, 후원자가 후원 아동의 영상편지를 보는 장면의 경우에도 후원 아동이 아닌 영상편지를 보는 후원자의 눈물과 표정을 클로즈업한다. 보는 이가 후원 아동이 아닌 후원자에게 공감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광고를 보는 이들이 <초즌> 캠페인을 어떤 태도로 인식해야 하는지를 지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후원을 통해 후원자로서 어떤 구체적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월드비전의 타 후원 광고는 아동이 살아가는 현재의 환경과, 후원을 하지 않을 경우 아동이 겪게 될 어두운 전망을 제시해 줌으로써 후원자의 공포감과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후원을 통해 특정 요소를 아동에게 지원해줌으로써 아동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뒤따른다. 이는 후원금이 없으면 아동이 실질적으로 잃게 되는 것, 또는 후원금이 있으면 아동이 실질적으로 얻게 되는 것을 강조하는 전략이었다. 광고는 후원 아동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통해 후원으로 아동이 잃거나 얻게 되는 요소의 지각되는 가치를 극대화시킨다. 실제로 광고의 끝에는 ‘(특정 아동 이름)에게 밝은 ‘세상’을 선물해 주세요.’ 등, 후원금으로 ‘세상’과 같은 거대한 것을 제공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문구가 사용되곤 한다. 이는 특정 금액으로 실질적으로 무엇을 아동에게 줄 수 있는지 그 가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가성비’의 영역을 자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초즌’의 경우, 주로 초기 광고에서 후원 아동이 얻거나 잃게 되는 구체적 요인의 언급 없이, 후원자의 경험에 집중하며 그들이 후원을 통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설렘’ ‘고마움’, ‘감동’ 등 정서적 만족감을 얻었다는 점을 그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통해 강조한다. 이는 후원을 통해 후원자가 받을 수 있는 정서적 이점을 강조하고, 자신의 신념과 심리적 만족도를 중시하는, ‘가심비’를 추구하는 Z세대에게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초즌>은 Z세대의 SNS 문화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이를 긍정적 가치로 환산시킨다. 기성세대의 비판점이 되곤 했던 부분들,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SNS에서 자신의 모습을 꾸며내는 것’, ‘트렌드에 참여하기 위해 인증과 과시 위주의 소비를 하는 것’등을 ‘기부’의 조건으로 연결지으며 Z세대에게 자신들의 문화가 긍정적 가치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변화한 광고: 후원 아동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현재의 ‘초즌’ 광고 트랜드는 ‘후원 아동의 목소리’에 중점을 두는 듯하다. 유튜브 쇼츠와 같은 더 다양한 플랫폼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초즌’은 ‘밸런스 게임’, ‘이상형 월드컵’ 등 ‘선택’과 관련된 오늘날 유행하는 방식의 숏폼 컨텐츠를 후원 아동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기록한다. 유쾌한 음악과 함께 콘텐츠 자체의 흥미를 끌고 있는 숏폼 영상들은 ‘선택’이라는 것이 후원 아동들에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또한 월드비전 홍보대사 최강희가 ‘초즌 파티’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후원자를 선택하는 후원 아동들의 모습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카메라에 담은 영상도 게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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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쇼츠 광고

 

 

뿐만 아니라, 후원자들이 ‘초즌’후원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에 후원 아동이 직접 답하는 영상이나, 반대로 사진처럼 후원 아동이 후원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상, 또는 후원 아동들이 직접 ‘후원자들이 ‘초즌’을 통해 후원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영상 등 역시 후원 아동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영상을 시청하는 후원자와 대면한 채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듯한 효과를 주기 위해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는 후원 아동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더 나아가 후원 아동이 후원자에게 질문하는 형식의 영상의 경우 ‘직접 대답해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후원 아동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영역을 시청자에게 맡기기도 한다. 직접적 대면 소통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며 한국의 후원 행위와 후원하는 마음이 후원 아동과 후원 아동의 국가에 직접적으로 닿고 있음을 체감하게 하는 것이다.

 

‘초즌’을 통해 ‘Z세대’ 후원자의 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증명되었다. 월드비전은 여전히 유튜브 쇼츠의 추가적 사용과 같이 광고 형식 확장을 통해 노출을 증가시켜 광고를 통한 새로운 후원자의 유입을 유지하려고 하는 듯하다. 동시에 이미 유입된 인원에게 자신이 하고있는 일이 선한 일이며, 후원이 누군가에게 진짜로 닿고 있다는 것을 행복하고 밝은 후원 아동의 표정과 목소리라는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제시함으로써 후원이 지속되도록 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광고가 ‘초즌’이라는 특정 단일 캠페인에 많은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이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월드비전’이라는 브랜드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후원을 통해 ‘후원자’가 얻을 수 있는 측면을 강조해 온 만큼, ‘후원자의 이익’과 ‘후원자와 후원금을 많이 모으려는 목표’ 뿐만이 아니라 후원 아동에 대한 ‘이타심’과 ‘봉사’라는 브랜드의 핵심적 가치가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 초점의 변화는 이 캠페인이 궁극적으로 후원 아동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며, 실제로도 그러고 있다는 것을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월드비전의 '초즌' 캠페인이 이룬 성과를 통해, SNS 문화와 쌍방향 소통 양상 속에 '참여'를 중요시하는 광고 문화가 이루어 나가는 성과의 일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광고가 단순히 상품 판매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즐길거리와 문화로 점점 더 자리잡는 만큼, 앞으로 그 의미와 즐거움을 창의적으로 연결한 다양한 광고를, 또 그 광고를 통해 장려할 수 있는 긍정적 행동들을 더욱 기대해 본다.

 

 

[박보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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