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름밤, 심야괴담회와 함께 하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드라마/예능]

MBC <심야괴담회>라는 공포 엔터테인먼트
글 입력 2024.06.3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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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프로그램 <심야괴담회>가 어느덧 시즌 4를 맞이했다. 2021년 1월 7일부터 9일까지 파일럿으로 2회가 방송되었던 이 프로그램은 같은 해 3월 정규편성되어 시즌 1이 시작되었다. 약 1년 정도 진행되었던 시즌 1이 종료되고, 22년 여름 시즌 2가 시작된 후 이 프로그램은 여름마다 돌아오는 시즌제 프로그램이 되었다. MC들이 모든 사연을 읽었던 파일럿과 달리 MC 여러 명 중 2명 이상이 사연을 담당하고 게스트가 출연해 그 게스트가 사연을 읽어준다. 시즌 1부터 MC로 등장하는 출연자들 중 시즌 1부터 출연한 김구라와 파일럿부터 출연했던 김숙을 제외하고 MC는 시즌마다 바뀌게 된다.

 

<심야괴담회>는 MC들과 그 회차의 게스트(애칭 ‘괴스트’)들이 시청자로부터 사연을 읽어주고 ‘어둑시니’라는 애칭을 가진 녹화의 참여자인 판정단에게 촛불을 많이 받으면 우승하여 우승 상금 444,444원에 촛불의 개수만큼 상금을 더해 받게 된다. 시청자 판정단 전체가 44개의 촛불을 켠다면 그 경우는 ‘완불’이기 때문에 완불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시청자 판정단이 온라인 미팅을 통해 녹화에 참여하는 이유는 코로나가 심했던 2021년 이 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간혹 실화를 다룬 사연의 경우 사연만 소개하고 시청자 판정단에게 촛불을 받는 과정이 진행되지 않기도 한다.

 

 

 

공포 컨텐츠로서의 <심야 괴담회>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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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심야괴담회>가 다루는 공포 컨텐츠의 특징은 그 장르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공포라는 상위의 분류 속에서 미신과 무속, 그리고 이와 관계된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 슬래셔, 그리고 실화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일제강점기나 세계대전 시기 같은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괴담도 등장하기도 하며, 귀신의 존재를 통해 연쇄 살인마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는 사연처럼 한 사연 내부에 여러 주제가 혼합되어 있기도 하다. 사연 이외의 시간에도 게스트들이 귀신을 보았거나 기이한 사건에 대한 경험담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떠도는 이야기나 괴담을 사연과 사연 중간 혹은 MC들과 게스트들의 시간에 언급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일본인인 빌리(Billlie)의 츠키가 일본의 괴담이자 도시전설인 ‘키사라기 역 괴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점점 시즌이 반복될수록 그 퀄리티가 높아지는 실감나는 재연과 그림들을 들 수 있다. 게스트나 MC가 사연을 읽어주면서 중간중간 나오는 리액션이나 게스트의 음성을 제외하면 마치 같은 방송사 <서프라이즈>와 비슷한 재연 화면이 등장해 화면 상으로 그 상황을 실체화해서 보여준다. 너무 잔인한 장면처럼 재연하기 어려운 장면의 경우 기존에 방송된 드라마나 영화 같은 매체의 짧은 화면과 일러스트가 한 사연에서 교차해서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한 회차에서 사연이 세 개라면 약 2개가 재연 영상, 다른 1개가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실감나는 재연 영상과 일러스트는 사연을 소개하는 음성 해설과 함께 시청자의 몰입을 높이고 시각적 공포를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심야괴담회, 공포 마니아들에게 왜 인기인가?


 

공포 토크쇼를 표방하는 <심야괴담회>는 호러 영화나 드라마 같은 ‘극 형식’이나 공포 게임 같은 요소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극적인 형식에 맞추거나 장르 문법이라는 틀 속에서 해석되는데, <심야괴담회>는 이러한 기존의 다른 공포 컨텐츠의 장르 문법을 참조하지만 ‘토크쇼’라는 형식 속에서 독특한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심야괴담회>가 호러 컨텐츠를 좋아하던 마니아층에게 어필되는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지상파 공포 컨텐츠가 사라져버렸던 상황 속에서 다시 등장하는 ‘예능’의 형식을 가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여름이 되면 ‘납량특집’으로 <스펀지>, <해피투게더>,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공포 특집을 편성하거나 <런닝맨>의 ‘귀신 특집’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가 나는 회차를 구성하고는 했고, 아예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는 고정 프로그램을 방송했지만 2010년대 중후반부터 이러한 경향이 사라졌기 때문에 보기 힘들어졌다. 공포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프리한 19> 같은 케이블 방송이나 유튜브 채널이 있었지만 지상파 공포 프로그램 같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심야괴담회>가 등장해 지상파 공포 컨텐츠의 끊겼던 맥을 잇고 공백을 채우고 있다. 물론 지상파 방송이기 때문에 여러 검열과 같은 제약이 있어서 무속이나 ‘확인할 수 없는’ 영역과 관련된 컨텐츠가 나오는 경우에는 ‘쿠션’의 역할을 하는 경고 자막이 같이 나가기도 하며, 시즌 1의 MC였던 곽재식 교수나 메인 MC 김구라에게 ‘괴심파괴’라는 역할을 부여하여 사연 속 미스터리한 일을 과학적 현상이나 현실적인 이유로 설명하도록 하기도 했다. 지상파 공포 컨텐츠에서 접근성과 그것이 수반하는 화제성, 그리고 현실적인 제약은 일종의 상충관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방송에서 다뤄진 사연을 편집한 10분에서 20분 사이의 영상이 MBC 계정에 업로드되는데, 방송 전체를 ‘본방사수’하는 시청자들과는 다른 짧은 영상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만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 전체 방송을 보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밥을 먹거나 나갈 준비를 하면서 방송의 클립을 보는 것을 생각하면 적절한 길이이고, 출연자가 사연을 읽어주는 형식을 통해 영상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심야괴담회> 사연 클립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선택지다.

 

 

 

주관적으로 꼽아 본 인상 깊은 사연


 

<심야괴담회>의 애청자로서 흥미로웠거나 인상 깊은 사연 몇 개를 소개해보자면, 먼저 시즌 1의 게스트 김윤아가 소개했던 <살목지> 에피소드 1과 그 후속편인 시즌 2의 게스트 츄가 소개했던 <살목지> 2편이다. 그 이전부터 귀신이 많이 나오는 장소로 꼽히던 ‘살목지’에서 기존의 내비게이션 괴담과 교통사고라는 소재에,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환각인지 구분되지 않는 1편의 미스터리함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2편으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레전드 에피소드로 이 사연을 뽑을 만큼 유명하고 인상 깊은 사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재연 영상의 흥미로운 형식적 실험이 돋보이는 사연은 1인칭 시점이라는 특이한 영상 활용을 사용한 시즌 2의 <마지막 배달>과 <심야 배달> 에피소드이다. 시즌 2 MC인 이이경이 소개한 이 사연들 속 재연 화면은 모두 배달원 시점으로 촬영되었는데, 사연을 읽어주는 MC의 음성이 일종의 ‘나레이션’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기존의 카메라와 화자의 시선이 분리되어 있었던 다른 재연 영상과는 달리 청각과 시각이 형식적으로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더 몰입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다음으로, 시즌 3의 MC인 김아영이 소개한 <이키닌교> 사연이다. 보거나 들은 사람에게 그 화가 미친다는 ‘클리셰’를 다루었지만 이 사연의 큰 특징은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 개인 역시 그 저주의 이야기를 ‘듣는 자’이기 때문에 오른쪽과 관계된 저주를 겪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을 연루시키는 공포의 형식이라는 기본적인 설정은 미국 공포 영화 < Truth or dare >과 대만 공포 영화 <주>를 연상시킬 정도로, 기존의 시청자와 컨텐츠가 분리되어 있던 사연과는 다른 형식을 가졌기 때문에 공포가 증폭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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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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