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모임] 독서모임이 남긴 의미

신사역 근처 카페에서 진행되었던 한 독서모임의 이야기
글 입력 2024.07.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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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했던 겨울을 지나 따뜻해진 봄 그리고 무더워진 여름. 다섯 번의 독서 모임과 네 권의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세 개의 계절이 지나갔다. 한 달에 한 번, 약 두 세 시간 가량 정도로 이어진 짧은 만남 그리고, 이들과의 좋았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글로 남겨본다. 그래서, 이 글은 신사역 주변 카페에서 진행되었던 한 독서모임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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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던 2월의 어느 날, 첫 독서모임 만남을 가졌다. 원래는 3월부터 시작할 모임이었지만 진행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조금 앞당겨 2월에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첫 독서모임은 특정한 책 한 권을 놓고 말하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책을 가져와서 소개해보기로 했다. 책을 주제로 모인 만큼 대화 주제 또한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이어졌다. 또한, 평소 선호하는 책 장르나 작가에 대해서도 말하게 됐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공통점이 보이다가도 취향의 차이도 보였다. 그런데, 오히려 각자마다의 색채가 드러나서 이 모임의 새로움을 느꼈다. 새롭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랬다. 모두 소설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지면서도 선호하는 장르는 다양했다. SF, 로맨스, 판타지, 추리 소설 등이 그랬다. 특히, 한 분은 SF 소설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주시기도 했다. 평소 잘은 보지 않았던 장르였는데 대화를 듣고 난 후 솔깃해져서 간혹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SF 소설도 들여다보기도 했다.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이 재미를 단숨에 알았을까 싶다. 책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창구 하나가 생겼고 때로는 새로운 자극제가 되었다는 점은 그 의미를 두기에 충분했다. 각자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모임이라 비슷하면서도 달랐지만 다르면 다른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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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했던 때를 지나 따뜻함에 이르다 꽤나 덥기도 했던 3월에서 6월까지는 본격적으로 한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때는 매 달 한 분씩 자신의 관심 또는 선호 분야나 소개하고 싶은 책 두 권을 골라 간략한 소개를 하고 두 권 중 한 권을 나머지 구성원들이 골라 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렇게, 3월은 셀리루니 저자의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를, 4월은 레이 브레드베리 저자의 『화씨 451』를, 5월은 이재박 저자의 『다빈치가 된 알고리즘』을, 6월은 김원영 저자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었다.


책마다 장르적 성격과 주제 또한 다양했던지라 첫 모임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여러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평소였다면 경험하지 못했다거나 읽더라도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지 못했을 책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 함께 읽고 대화하는 과정 속에서 책을 더 풍성하게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특히, 함께 읽은 책을 넘어선 이야기로까지 대화가 연장되는 경우가 그랬다. 영어 원서라든지, 소개한 책의 작가와 연관된 또 다른 책이나 영화 등으로 뻗어나간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때로는 개인적인 경험과 일들을 넘어 연관되는 여타의 이야기들을 얘기했던 것도 기억난다. 이러한 대화가 가능했던 것은 독서모임 자체의 특성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이러한 대화가 개인적으론 좋아서 달을 거듭할수록 모임에 다가오는 시간들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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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눈 대화의 단편적인 부분일지도 모르겠지만 기록하지 않고 지나가기에는 아쉬워서 기억을 더듬어 함께 했던 이야기와 생각들을 남겨본다. 우선, 3월에 읽었던 소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로 자본주의 시대에 살아가는 젊은 남녀의 사랑과 불안을 담은 로맨스 계열의 소설이었다. 모임에서는 소설을 놓고 다양한 얘기를 나누다 이 소설이 과연 로맨스 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대화 끝에 남은 것은 다소 감각적인 묘사로 로맨스 소설로 보여지긴 했지만 그보다 인물 간의 대화 속에서 또 개인적인 서사를 사회과 철학, 종교와 정치 등 다양한 분야로 더 큰 세계로의 확장까지 아우르고 있어 단순히 로맨스 소설로 단정짓기엔 애매하다는 결론을 남기기도 했다.

 

더불어, 인물 내면의 심리 묘사나 감정 표현, 이야기 전개 방식 등 작가만의 서술 방식에 색다름을 느껴 작가에 대한 매력을 느끼면서 이야기 나눈 것도 기억난다. 세상은 예전보다 기술력도 발전되고 좋아졌지만 왠일인지 마음 속 불안은 더 커져만 가는 시대 속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상황을 가진 인물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연대하는 내용들은 인상적이었던 책이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 시대를 사는 이들이 한 번 쯤은 생각했을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어떠한 책은 읽을 때마다 그 의미가 달라지거나 더해지기도 하는데 이 책이 나중에는 그러한 부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남는다. 한 인물 마다의 행동과 생각, 고민들이 이 글을 다시 쓰는 지금에는 좀 더 이해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 모임이었던 4월에는 소설 『화씨 451』로 가까운 미래 내지 지금도 있을 법한 내용의 디스토피아적 소설이었다. 책이 금지된 세상과 매스미디어에 중독된 사회. 1953년에 출간된 소설이나 지금의 모습과 가까운 미래를 정확히 간파했던 책으로 기억한다. 독서모임에서는 『화씨 451』과 닮은 『1984』나 『멋진 신세계』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도 했고, '만약,'으로 시작하며 마치 밸런스 게임처럼 영상 매체만 있는 세상 VS 문자 매체만 있는 세상에 대해 막간의 열띤 토론(!)을 해보기도 했다. 나의 경우에는 이분법적으로 나누기가 애매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야 말았는데 다른 분들은 한 쪽으로 의견이 나누기도 하면서 꽤나 흥미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다가도, 역시 독서모임인 만큼 귀결되는 의견은 책만이 주는 가치라는 점이었는데 즉, 책을 꼭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그 필요성과 여타의 매체와는 다르게 책만이 가진 특성과 장점들에 대해서도 얘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모임이 끝나고도 소설에 대한 인상은 한동안 남아서 감명 깊은 책 중 하나로 두기도 했다. 또한, 관심을 가진 것만큼 세상이 보인다는 말처럼 최근 들어 대중교통을 타며 책을 읽는 사람을 볼 때가 많아짐도 느꼈다. 나 또한 그러한 편에 속하지만 가끔 어느 날은 책 읽는 사람을 보는 것에 그치기도 했는데 뭐랄까 소설을 읽은 후에는 독서의 중요성을 잊지 않으려는 나름의 행보에 의미가 더해진 기분이었다.


다음, 5월에 읽었던 책은 『다빈치가 된 알고리즘』로 예술 일반/예술사로 분류한 도서였다. 음악을 공부하는 중인데 인공지능과의 연결성에 또한 이슈가 되는 요즘이라 궁금증이 생겨 꺼내본 책이었다. 특히나,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에 까지 들어와 때로는 그 자리를 대체할 것처럼 보이는 현 상황들은 위협감 내지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해서 였다. 독서모임에서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실생활과 밀접하게 사용한 경험은 있는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의 한계점이 눈에 보였던 탓에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때론 여타의 이야기들로 채워졌던 시간이기도 했다. 저자가 책에서 사용한 용어 설명은 나름의 이유가 있겠으나 와닿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점이 그랬고, 서론과 본론에 비해 결론이 빈약해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실지 못했다는 한계점 또한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저 그렇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 모임으로 6월에 읽었던 책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로 사회과학으로 분류되는 특히, 장애학과 인권문제 등을 두루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장애인으로서의 삶과 개인의 정체성 등에 대한 경험적 서술과 사례로 언급된 주된 내용들이 장애와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들이 겪는 삶을 내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던 여러 사례들과 '잘못된 삶'이라는 즉, 존중받지 못하고 개별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격당한 자들의 이야기는 꼭 장애가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쉽사리 낙인되고 배제되는 자들의 이야기를 내포되어 생각해볼 거리를 주었다.

 

독서모임 분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장애뿐만 아니라 쉽사리 주류의 의견에 의해 낙인 받거나 배제되는 사례들 그리고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자기 서사가 무너지는 것들에 대해서 또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읽을수록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책이였다. 그래서, 앞으로 작가의 또 다른 책들을 살펴보면서 나의 관점들을 조금 더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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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대게 책을 추천하는 정도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독서모임을 통해서는 그 내적인 아쉬움 또한 해소할 수 있었고, 이러한 점에서 독서모임의 매력을 느꼈던 시간들이었다. 가끔은 함께 다뤘던 주제말고도 또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해본다면 어떠한 이야기가 나올까하고 생각해보기도 했던 모임이었다.


언젠가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쓰는 분들은 어떤 분이실까?’ 내심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이들이지만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서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고유의 성격과 색채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만나보니 그러했고, 유사성과 다양성을 오고가는 여러 대화 속에서도 그 색채를 느낄 수 있었다. 또, 타인의 세계를 통해 나의 세계를 넓히는 경험 또한 하게 되어 참 뜻깊었다. 덕분에, 새로운 책들도 영화들도 알게 되었고 보기도 했다. 또 최근 열린 도서전도 가보는 등 다양한 경험들을 했으니 말이다. 아마, 이 기억들은 앞으로의 독서생활에 좋은 영향을 또 이어질 모임들에서는 기대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이렇게 글로 독서모임을 정리하는 시간까지 왔다. 그동안의 만남들을 정리하고 보니 괜히 아쉽고 또 고마운 마음들이 남는다. 처음 경험했던 독서모임이었던 만큼 개인적으로는 이야기 나눴던 시간들이 한 켠의 좋은 기억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다음 독서 모임에서 또 나중에라도 만나자고 했다. 다시 만나는 그 날, 함께 또 다른 책으로도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함께했던 분들 모두 삶의 순간에서 크고 작은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건강하기를 바란다.

 

정말 재밌었어요. 다음에 또 봬요!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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