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에스프레소 바, 좋아하시나요?

잠들지 못할 거야, 그래 그게 나야 에스프레소
글 입력 2024.07.0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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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할 거야, 그래 그게 나야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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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스타 겸 배우 사브리나 카펜터(Sabrina Carpenter)가 싱글 '에스프레소(Espresso)'로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100에서 처음 정상에 오르며 “에스프레소”라는 제목의 노래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잠들지 못할 거야, 그래 그게 나야 에스프레소”라는 가사가 카페인처럼 중독적이다.


카페인은 우리가 충분한 잠을 자지 못했을 때도 정신을 깨어있게 하고 더 즐겁고 활기찬 기분이 들게 한다. 계속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심장 박동이 빠르게 뛰는 듯한 기분은 꼭 사랑에 빠졌을 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들지 못한다는 것은 적어도 나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침에 한 잔, 점심에 다시 하나, 그리고 일단 가득 채워진 컵이 빌 때면 다시 바로 아메리카노를 채운다. “너는 하루에 도대체 아메리카노 몇 잔을 마시는 거야?“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답한다. 몇 잔을 마시건 나는 항상 꿀잠 자는 체질이야.


그렇다고 내가 정말 아메리카노의 맛을 좋아해서 커피를 마시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직장인들이 생명수를 수혈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듯이, 나 또한 맛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건 아니다. 카페를 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즐거움보다는 잘 꾸며진 장소에서 커피를 마시기 전의 순간이, 내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자체가 나를 설레게 하고 머릿속에 계속 남아서 기대감이 들게 한다. 그런 맥락에서 내 머릿속에서 내보낼 수 없는 풍경 중 한 곳은 나의 발길이 닿았던 에스프레소 바다.

 

 

 

에스프레소 바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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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당 일 년 동안 400잔의 커피를 마시는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이 수치가 대다수의 한국 소비자들이 커피 애호가 또는 전문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힘든 학교, 직장 생활을 버티게 하는 마법의 음료로 아메리카노를 구비하거나, 일상에서 평안함 또는 색다름을 겪고 싶어 여러 카페를 방문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거의 생존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이탈리아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취급받는다는 점은 매우 유명한 사실이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바 형태의 공간에서 따뜻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이 커피를 즐기는 일상적인 방법이라는 것도 역시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간단하고 신속하게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카페라는 공간에서 여유를 가지며 일상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다.


그러나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넘어서서 특별한 것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공간을 찾고자 하는 건 당연할 것이다. 내 경우도 그랬다. 새롭게 커피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찾았던 에스프레소 바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커피 자체보다도 더 기억에 짙게 남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카페와 에스프레소 바,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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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바’를 내세우는 카페를 방문할 경우 의자가 없는 곳이 많다. 이탈리아에서처럼 일렬로 늘어선 바 형태 또는 서서 살짝 기댈 수 있는 테이블이 몇 개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현지에서처럼 손님이 커피를 빨리 즐기고 떠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서서 마실 수 있는 곳을 갈 때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탈리아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카운터 맞은편에서 주문하고 다른 손님들 옆에 서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에스프레소가 나온다. 설탕을 처음부터 에스프레소에 넣어주는 곳도 있고 또 어디는 예쁜 티스푼에 각설탕 하나를 얹어서 대접한다. 자그마한 잔의 모습을 살펴본 후, 따뜻함을 넘어서 때론 뜨겁기까지 한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잡는다. 그리고 먼저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을 맡아본다. 그러면 피부로 느껴지는 컵의 온도보다도 더 따뜻한 온기가 향과 함께 빠르게 퍼진다.


보통 함께 서빙되는 탄산수로 입을 상쾌하게 하고 에스프레소 한 모금을 천천히 머금어본다. 따뜻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입에 가득 머무를 때면 응축된 카페인으로 어지럽다가도 더 큰 만족감이 마음속에서 피어오른다.

 

 


잠들지 못하게 하는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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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한 조각으로 저장한 사진들을 보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있다. 어쩌면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맛도 향도 아닌 그 장소와 그곳의 에스프레소라는 잔상이 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라서가 아닌가 싶다.


커피에 익숙해진 나로서도, 아메리카노를 떨어트릴 수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지라 아직도 에스프레소만을 즐긴다는 것이 그렇게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여전히 내게는 더 이국적으로 여겨지는 에스프레소 바를 그리며 나는 다시 잠들어보려고 애쓴다. 내 발길이 닿았던 에스프레소 바들을 어떻게든 머릿속에서 떨쳐 보려고 애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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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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