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임윤찬의 음악 -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글 입력 2024.07.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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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은 전국 순회공연으로 진행되었으며, 나는 서울 마지막 공연(6월 22일)을 관람했다. 1막은 맨델스존의 무언가 마장조, Op.19-1, 무언가 라장조, Op.85-4와 차이코프스키 사계, Op.37b로 진행되었고, 2막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으로 진행되었다.


두 번째로 보는 임윤찬의 공연이었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충격적이었다. 처음 관람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여전히 그의 음악을 감히 나의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학자라면 음악의 언어로 그의 음악을 언어로 표현하고, 기존과 어떤 부분이 다른지에 관해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대신, 내가 주관적으로 느꼈던 그의 음악을 고심 끝에 나의 언어로 담아내 보고자 한다.


악보에 쓰인 수많은 음이 그의 손을 거치면 하나도 소실되지 않고, 각자의 고유한 존재감을 내보인다. 여러 음이 한 번이 눌리어도, 그 음들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 소리를 내며 하나로 합쳐진다. 그리고 그 음악이 나의 신체로 와 나의 신체를 감싼다. 음악은 생생하게 움직여 나에게로 다가오는 생경하면서도 소름 끼칠 정도로 행복한 순간을 선사한다.


임윤찬의 강약 조절, 그리고 하나하나의 음을 대하는 태도는 가히 경이롭다. 완벽한 강약 조절과 피아노 건반 터치. 미스 터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음악이 치닫는 순간조차 단순히 격정적이고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우면서 강하다. 특히, 그는 피아니스트이지만, 동시에 정말 완벽한 퍼포머(performer)라고 생각되리만큼 연주 중에 적절한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이러한 모든 행동은 계산되어 나온 행동이겠지만, 연주의 흐름에 맞게 정확하게 딱딱 떨어지고, 적절한 순간 더해지는 그의 퍼포먼스는 음악에 활기를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음악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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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론가가 쓴 글을 보니, 임윤찬의 음악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평이 있었다. 정말 그렇다. 클래식 공연을 보러 다니지만, 음악이 내 안으로 와 꽂히거나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나 임윤찬은 자신의 고유한 관점을 가지고 곡을 재해석한다. 들은 바로는, 강약 조절이나 음의 길이 등을 자신의 방법대로 바꾸어 새롭게 연주한다고 한다. 즉, 그는 악보를 보고 악보 그대로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해석을 첨가해서 자시만의 독보적인 연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치는 것은 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나폴레옹이 생각난다. 그는 혁명가처럼 연주한다. 누군가를 이런 연주 스타일을 싫어할 수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그의 스타일이 좋다. 아마도 그의 이러한 해석이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색다른 표현감으로부터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재해석할 정도로 뛰어난 그의 연주 실력도 물론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람마다 자신의 생각하는 예술의 아름다움의 이상향을 표현해 주는 예술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예술가를 만났을 수도, 아직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임윤찬은 음악에서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특히, 그의 <전람회의 그림>을 듣는 순간 이는 더욱 고조되었다. 이 곡이 연주되는 동안 수많은 음이 한순간에 해체되었다가 바로 합쳐지고, 다시 해체되기를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나도 찰나의 순간이라 쉽사리 인지할 수 없달까. 그의 연주는 그랬다. 해체와 통합을 수없이 왔다 갔다 하며, 마치 음악과 미술 사조의 전체를 빠르게 훑어내리는 듯했고, 그 속에서 나는 예술사조가 발전해 가는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거의 뛰다시피 입장해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숨 고를 틈도 없이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보통 다른 연주자들의 경우 인사를 하고 한 템포 정도 쉬고 연주를 시작하는데, 임윤찬은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마치 피아노밖에 보이지 않고, 연주 이외에 다른 생각은 전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물론 그가 등장하는 순간에도 그러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엄청난 환호 속에 그는 거의 커튼콜을 7~8번가량을 했고, 앵콜에 이어 리앵콜까지 진행했다. 앵콜곡은 차이코프스키의 Moment lyrique, TH 149와 리스트의 Liebestraum, S.541 No.3이었다.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도대체 얼마나 연습하면 저렇게 칠 수 있는 걸까? 그의 연주는 노력과 재능 중 어느 것에 더 많이 기대어 있을까? 완벽에 가까운 스킬로 자신만의 관점에서 곡을 해석하여, 곡을 다시 써 내려가는 임윤찬의 행보가 앞으로도 정말 많이 기대된다. 그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또 다음에는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말이다. 머지않은 시일에 다시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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