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뉴질랜드 여행 기록 - 둘. 퀸스타운과 벤 로몬드 [여행]

글 입력 2024.07.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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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글에서 언급되었다시피, 퀸스타운은 뉴질랜드의 가장 유명한 휴양도시 중 하나다. ‘뉴질랜드 관광’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백이면 구십 정도의 블로그 후기들은 퀸스타운에서 쓰인 글이다. 뉴질랜드의 느긋한 대중교통 연결망 탓에 내가 다녀온 곳들은 모두 유명한 관광지들이지만, 아마 개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곳이 아닐지 싶다.

 

직접 마을을 둘러보니, 과연 사람들이 찾을 만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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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타운의 아름다움은 공항 밖을 나와 버스를 탈 때부터 느낄 수 있었다(현금으로 10달러를 내면 공항버스를 탈 수 있다). 남섬을 관광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여름이라지만,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4월 또한 정말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뉴질랜드의 산은 한국의 산과 퍽 다르게 생긴 탓에, 같은 단풍이어도 나에게 주는 그 느낌이 조금 달랐다. 창밖으로 보이는 반삭의 단풍산이 이국적이었다.

 

여름이 끝난 탓에 야속했던 것은 날씨가 오락가락했던 것뿐이었다. 퀸스타운에 머무른 3일간 하루의 반절은 흐리고 반절은 맑았던 기억이 난다. 햇빛이 조금이라도 내리쬔다 싶을 때마다 친구들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자갈과 모래가 예쁘게 깔린 와카티푸 호숫가를 산책하고, 정원을 걸으며 놀이터 미끄럼틀을 탈 기회를 엿봤다.

 

퀸스타운의 정원은 이곳 하나뿐인지 지도상의 이름이 단순히 Queenstown Gardens였는데,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했다면 아침마다 조깅을 해도 괜찮을 정도로 잘 꾸며진 정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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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로몬드


 

날이 맑은 어느 날엔 등산을 가기로 했다. ‘액티비티’의 천국 퀸스타운에서 웬 등산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산등성이에서 퀸스타운을 내려다봤던 그 순간이 내가 뉴질랜드에서 보낸 4개월의 시간 중 손에 꼽히도록 환상적인 순간이었다. 만약 당신이 맑은 날의 퀸스타운에 가게 된다면 벤 로몬드 산을, 아니 적어도 퀸스타운 케이블카는 탑승해 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같이 여행 중이던 네 명 중 두 명은 이미 등산가의 마음가짐을 하고 왔기에 (뉴질랜드에서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벤 로몬드 정상에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꼭두새벽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벤 로몬드 정상으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케이블카를 타고 어느 정도 올라가 시작하거나 아예 산의 입구부터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 등산가 친구들은 초입부터 시작했고, 나는 다른 한 친구와 함께 10시쯤 케이블카를 타고서 벤 로몬드를 올랐다.

 

산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조금 평탄하다 싶으면 어느새 가파른 오르막이 나를 맞이했다. 적당히 산책하듯 오를 심산으로 입고 왔던 통 넓은 청바지가 미친 듯이 후회됐다. 호스텔에서 잠자고 있었을 운동용 레깅스가 너무나도 입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오르기 시작한 것을 어쩌겠는가. 친구와 나는 연거푸 쉬어가며 천천히 산을 올랐다. 오르면 오를수록 더 넓어지는 시야와 신기한 모습의 산이 큰 도움이 됐다. 목표는 ‘Viewpoint’였다.

 

적어도 다섯 번의 휴식 끝에, 마침내 Viewpoint, 전망 좋은 곳에 도착했다. 산에서 바라보는 벤 로몬드 산과 퀸스타운은 평화로웠다. 머리 바로 위에 있는 것만 같은 흰 구름과 저 멀리 보이는 The Remarkables 산맥, 햇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는 호수의 윤슬, 미니어처같이 작게 보이는 마을의 정경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이 있어 정확한 색을 보기 힘든 내 안경을 원망하며 안경을 벗었다 썼다 했다. 산을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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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그만 바람은 어찌저찌 이루어졌다. 같이 산을 오르던 친구가 뭔가에 홀린 듯 산등성이까지만 가보자고 말을 꺼낸 것이다. 분명 적당히 오르다 내려가자고 했는데…. 몰랐던 친구의 면모를 알게 되는 것 또한 함께하는 여행의 묘미겠지? 결국 볼멘소리를 해가며 산등성이까지 간신히 오르게 되었다. 평소에 전혀 운동하는 기색이 없어 안심하고 있었건만! 그 친구가 등산에 취미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구름을 마주하며 올랐던 산길은 꿈만 같았다. 산등성이에 오르고서부터는 힘든 것도 싹 잊혔다. 퀸스타운이 한눈에 들어오는 호숫가 쪽의 경치, 등지고 돌아서면 보이는 거대한 산맥의 조화가 너무 아름다워서 꼭 환상 같았다. 산등성이에서 햇볕을 쬐며 산을 내려다보던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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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렬했던 경험은 등산이었지만, 퀸스타운은 그 외에도 볼 게 참 많은 도시다.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 근사해 보였던 쇼핑센터, 유명한 아이스크림 카페와 환하게 웃는 여행객들의 얼굴까지. 좋은 여행의 시작이었다.

 

챙겨가면 좋을 것들

 

강변에서 깔고 누울 수 있는 비치타월 혹은 소풍 매트

물병

 

추천하는 활동

 

곤돌라, 루지

벤 로몬드 산

정원 걷기

 

 

[박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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