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주인공이 카프카였다면 -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글 입력 2024.07.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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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소설 <변신>으로 유명한 그의 이름을, 정말 오래간만에 다시 만났다. 그의 이름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한 번 들으면 쉬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이름이기에. 다만 그의 다른 작품을 탐닉할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에게 카프카는 딱 그 정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카프카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삶, 아니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의 일부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그의 일부였던, 사후 원고와 관련된 소송의 형태로, 제3자의 입을 통해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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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은 카프카가 생을 마감하며 남긴 원고를 둘러싼 이야기이다. 그는 세상을 뜨기 전, 생전에 그와 가깝게 지냈던 작가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원고들을 전달하며 태워달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카프카의 글을 천재적이라 칭송했던 브로트는 차마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결국 살아남은 원고는 그의 비서의 손에 넘겨졌고 그의 비서 역시 세상을 뜨며 그녀의 딸에게로 상속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독일의 마르바흐 아카이브가 상속 과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항의를 한 것이다. 이스라엘 측은 카프카의 존재론적인 정체성을 근거로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 그의 작품을 다른 유대인 작가들의 것처럼 국립도서관에 보관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상속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데, 브로트가 비서에게 원고를 잠시 맡겼을 뿐이지, 아예 증여를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독일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이미 문학 연구의 틀을 견고하게 갖추고 있는 독일이 카프카의 원고를 소장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며, 브로트가 생에 마르바흐를 방문해 본인의 유산을 그곳에 두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스라엘 측의 주장은 국민의 사유재산을 압수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비서의 딸, 에바 호페에게는 이것들이 전부 다 무용한 핑계일 뿐이다. 그녀는 그저 어머니에게 카프카의 원고를 상속받았을 뿐이다. 이는 자명한 사실이며, 중요한 증거이다. 다른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그녀에게 원고는 어머니와 자신을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로서 소중히 보관하고 싶은 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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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 세 측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단지 이러한 충돌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카프카의 소송이 왜 세간의 관심을 끌었는지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카프카의 생애를 소개한다. 카프카가 어떠한 인물이었는가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카프카의 원고가 지니고 있는 무게감과 가치를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따라서 길고 어려운 글로 구성된 책이었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의 구성이 단지 소송의 전 과정만을 단조롭게 나열했더라면, 실은 금세 책을 덮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니 책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을 읽어라...라고, 나는 이렇게 책 소개를 끝내고 싶지 않다. 사실 여기에는 빠진 인물이 한 명 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프란츠 카프카이다.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한 남자의 입장을 아무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란츠 카프카는 생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눈에 띄거나, 무언가를 표출하는 법이 없었던 사림이었다. 외면보다 내면의 세계가 훨씬 깊고 넓은 사람. 게다가 완벽하기는 또 얼마나 완벽한지,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면 아무리 열심히 쓴 글이라도 출간을 원치 않았다. 그가 눈을 감기 전, 브로트에게 원고를 태워달라 부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보기에 너무도 부족하고 아쉬운 글이라 생각했기에, 결코 출간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브로트는 그의 부탁을 거절했고, 결국 그의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힘썼다. 궁극적으로 '카프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결말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카프카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명성을 택했을까? 사라짐을 택했을까?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원고가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에 기뻐했을까? 혹은 절망했을까? 이 관점에서 원고 소송의 흐름을 다시 읽어보면, 사실 그 누구의 이해관계도 관심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모든 원고가 프란츠 카프카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에서도 이와 같은 관점을 얼핏 내비친다. 다만, 워낙 방대한 책인데다 그 안에 품고 있는 또 다른 질문들이 많아 이 관점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감히 문제를 제기하는 바이다. 카프카의 입장에서, 자신의 원고의 행방은 어디를 향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너무도 쉬운 답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묻고 싶다.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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