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화유산과 법적체계의 미묘한 관계를 다룬 책 -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도서]

글 입력 2024.07.06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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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문학에 깊이 빠져 있을 때, 프란츠 카프카는 나에게 영웅과 같은 존재였다. 그의 저서를 탐독하며, 그의 사상을 통해 내 삶을 되돌아보는 값진 경험을 이어갔다. 카프카가 한 말 중 가장 유명한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는 문구처럼, 그의 책들은 내 굳어 있던 사고를 깨부수는 도끼와도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카프카의 저서를 둘러싼 세기의 재판을 다룬 책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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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은 단순히 법정 드라마를 다룬다고 하기엔 매우 심층적이고 다면적으로 묘사된 작품이었다. 방대한 양과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완독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문화유산의 소유권’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문화유산’에 대해 더 깊이 있는 관점을 가지게 되었으며, 동시에 이 주제가 얼마나 명쾌한 답을 내기 어려운지 깨달았다.


베냐민 발린트는 카프카의 유산을 둘러싼 세기의 재판을 다루면서, 단순한 법정 묘사를 넘어 재판의 배경과 주요 인물들의 삶을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탐구했다. 그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막스 브로트와 에스테르 호페, 그리고 호페의 딸들을 조명하며, 법적 분쟁을 더욱 다채롭게 그려냈다. 발린트는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충실히 담아내어, 독자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했다.

 

 

 

과연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를 배신한 것인가?


 

가장 흥미롭게 여긴 부분은 막스 브로트가 카프카의 유언을 어기고 그의 유산을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카프카를 실존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만든 점이었다. 이는 음악 아티스트의 ‘유작 앨범’과도 유사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카프카의 상황과 다르게 대부분의 경우 유족들이 유작 앨범을 공개하지만, 결과적으로 아티스트가 유언을 남기지 않은 이상 동의 없이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데, 일부는 이를 아티스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비판하고, 죽음을 이용한 돈벌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한다.


우리는 막스 브로트 덕분에 카프카의 유산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브로트의 행동을 카프카의 의지를 거스른 배신 행위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인류가 카프카의 유산을 경험하도록 한 위대한 결정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책은 건전한 토론을 촉발시킨다. "브로트가 카프카의 개인적인 바람보다 인류를 위해 작품의 문학적 중요성을 우선시한 결정을 비난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국가 정체성과 문화유산의 역할


 

카프카의 원고들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단순한 원고 소유권의 싸움을 넘어서, 문화유산과 국가 정체성을 둘러싼 투쟁이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카프카의 작품이 유대인의 유산의 중요한 부분이며, 따라서 국가에 속한다고 주장했고 이러한 주장 때문에 카프카의 원고와 관련된 세기의 법정 분쟁이 발발했다. 반면, 독일은 카프카가 독일어로 글을 쓰고 프라하의 문화적 분위기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유로 그를 독일 문학의 일부로 보았다.


즉 문화유산이 어떻게 국가적 자부심과 역사적 서사와 얽혀 있는지를 강조한 책이었으며 읽는 도중에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문학과 예술, 그리고 법적체계와의 미묘한 관계


 

발린트가 전하는 이야기는 결국 책이라는 문화유산에 대한 도전적이고 복잡한 질문을 제기한다. 역사적 기록을 넘어서 문화유산의 보존을 둘러싼 갈등과 복잡성을 심도 깊게 탐구한 책이다.

 

그리고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누군가의 소유가 아닌 카프카는 카프카 그 자체로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의 문학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카프카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작가의 미출간 작품은 누구의 소유인가? 와 같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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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경우, 그의 작품을 불태워달라는 명확한 지시에도 불구하고 브로트는 이를 무시하고 보존하기로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카프카의 유산과 관련된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가 발생했다. 이는 문학의 가치와 개인적 유산, 그리고 문화적 역사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해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했다.


발린트의 철저한 연구와 흥미진진한 재판이 가득 담긴 책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을 프란츠 카프카, 문학사, 또는 예술과 이를 보존하는 법적 체계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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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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