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같은 장르, 다른 매력, 이것이 재즈 - Something About Us 2024

글 입력 2024.07.0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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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두운 바, 자유로운 연주 방식이 전부였던 내게, 퓨전 재즈 밴드 공연이란 그다지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장르를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에 설레는 마음 반, 나랑 잘 맞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되는 마음 반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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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omething About Us 공연은 한국 밴드 A-Fuzz와 일본 밴드 Chihiro Yamazaki + ROUTE14 Band의 합동 공연이었다. A-Fuzz는 재즈를 바탕으로 펑크 리듬과 록 사운드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여성 3인조 밴드이며, Chihiro Yamazaki + ROUTE14 Band는 트럼펫 연주자 치히로 야마자키를 중심으로 독특한 스타일의 퓨전을 추구하는 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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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A-Fuzz였는데, 오프닝으로 선보인 Drive through는 단숨에 공연장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들떠 있던 관객들은 밴드의 무겁고 강렬한 사운드에 잡아채듯 곧바로 공연에 몰입하게 되었다. 재즈보다는 앞서 언급된 펑크 리듬과 락 사운드가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만큼 관객들의 이목을 한데 집중시키기에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첫인상이 그들의 전부는 아니었다. 다음으로 연주한 What the Fuzz에서는 우주를 연상시키는 사운드가 독특한 느낌을 선사했다. 그리고 Highway star에서는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이 풍부한 사운드와 맞아떨어져, 무거운 사운드에 긴장되어 있던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마치 A-Fuzz가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지 그들을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듯한 라인업이었다.


11월에 신보 발매가 예정되어 있는 그들은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신곡도 함께 선보였는데, 앞서 연주한 곡들보다 귀에 들어오는 사운드는 편안했지만 그럼에도 악기 간의 조화는 여전히 밀도 있게 이루어지고 있어 말 그대로 듣는 맛이 있었다. 카타르시스는 없어도 오랫동안 귓가에 울려 퍼지며 기억에 남을 듯한 곡이었다.


공연 후반부에 연주된 파워풀한 곡들도 마음에 들었으나, A-Fuzz의 장점은 공연 전반부 선보인 라인업에서 더욱 돋보이는 느낌이었다. 일견 투박해 보이지만 귀 기울여 듣다 보면 가득 차 있는 사운드에 어느새 몰입되어, 일순간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입체적인 음악. 그렇기에 A-fuzz의 공연이 끝난 뒤, 그들이 만들어준 특별한 공간에서 그들의 음악과 함께할 수 없음이 아쉽게 느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chihiro yamazaki+ROUTE14 Band_1.jpg

 

 

한편, 다음으로 관객들을 찾아온 Chihiro Yamazaki + ROUTE14 Band의 음악은 한결 가벼웠다. 치히로의 트럼펫은 서정적인 선율에도, 두꺼운 비트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이 밴드만의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다채로운 트럼펫 사운드는 어떤 곡에서는 벅차오르는 청춘을, 또 다른 곡에서는 에너지 넘치는 소년을, 때로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부드러운 노을을 연상시켰다. 비슷한 느낌의 곡에서도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트럼펫의 매력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는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또한 밴드의 중심에 서 있는 치히로의 에너지는 보는 사람마저 함께 뛰게 할 정도로 기분 좋은 것이었다. 몸을 흔들고, 환하게 웃으며 무대 이곳저곳을 누비는 그의 모습에 공연장은 그가 발산하는 긍정적인 기운으로 가득 찼다. 단언컨대, 그 장소에 있는 많은 사람이 순간 그와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물론 트럼펫만 눈에 띄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키보드, 드럼, 베이스, 기타 각각의 기량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훌륭했다. 하지만 더욱 훌륭한 것은 그들 간의 조화였다. 다른 연주자가 두드러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뒤를 받쳐주고, 본인이 주목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각종 쇼맨십을 발휘하여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키보드와 기타가 서로 대결하다가도 조화를 이루는 진귀한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 좋은 긴장감을 유지한 채 앙코르까지 마무리한 그들의 무대는 말 그대로 축제였다. 노트에 빼곡히 준비해 온 한국어로 정성스럽게 멘트를 하는 모습까지도 관객들을 감동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대 자체로도, 무대 외로도 완벽했다.

 

*

 

이번 공연에서 A-Fuzz와 Chihiro Yamazaki + ROUTE14 Band가 함께 캐스팅된 이유를 내 멋대로 상상해 보자면, '재즈'라는 같은 장르로도 이렇게 다른 음악이, 무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A-Fuzz의 무거운 사운드에 압도되는 것도, ROUTE14 Band의 경쾌하고 가벼운 사운드에 몸을 흔드는 것도 모두 재즈다. 어떤 스테레오타입 이미지에도 국한되지 않는 재즈의 매력을 짧은 시간 안에, 그것도 한 번에 보여주고 싶다면 이보다 적절한 공연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 공연은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재즈의 매력을 십분 알리면서, 뛰어난 실력의 밴드까지 소개해 주는 값진 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의 노래가 내 이어폰 속에서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는 것이 방증이라고 소심하게 주장해 본다. 앞으로도 이런 밴드를 만나 재즈의 세계로 빠질 수 있는 기회가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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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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