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영원히 유영 [음악]

글 입력 2024.07.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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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루어진 글입니다.

 

 

쓸쓸함을 노래하는 이들은 많다. 꼭 음악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다. 둘러보면 삶의 장르마다 상실이 제 색감을 드러내며 칠해져 있다.

 

그런 분위기에 질려버린 적이 있었다. 나에게도 가라앉다 못해 내일이 간절하지 않은 시기가 꽤 자주 돌아온다는 걸 알면서도, 보여지는 측면에서 희망 위주로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잿빛을 걷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가린다고 가려지지 않는 것들이 있더라. 겹겹이 포장한 가짜 환희는 오랫동안 드리운 안개를 다 걷어내지 못하더라.

 

그럼 우리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무너지고 약화되었던 관계, 지금 나를 아프게 하는 필연들, 빛 한 줄기 통하지 않을 것만 같은 미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 그 마음을 갖는 작업. 이 작업에 배경음악을 설정할 수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그의 곡들부터 새겨넣고 싶다. 손으로 써야 한다면 연필이 좋겠다. 그러나 만년필이어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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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 새벽이 되어준 현창의 세계. 어쩌면 이 글을 읽는 그대의 새벽이기도 했을.

 

 


나의 친애하는 감정의 숲


 

음악을 빌려 울음을 토해내는 습관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나는 울고 싶어질 때마다 그의 앨범을 찾았다. 한참을 울고 가사를 곱씹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앨범은 고요한 숲과 같아서, 이 새벽의 나처럼 아프고 외로웠던 이들이 수도 없이 다녀가는 공간이었겠구나. 바라든 바라지 않았든, 잠시 기대었다가 파랑을 찾으려 다시금 떠나가는 영혼들을 매일같이 목도했겠구나.

 

우리의 눈물이 그가 지닌 나무들의 거름이 될 수 있었을까?

 

마음을 보듬어준 것에 대한 보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출석하듯 그의 숲을 방문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퍽 아파졌다. 지금이라도 감사의 답장이 허락된다면, 그렇게 쓰고 싶다. 누군가는 당신의 노래들이 어둡다고 표현할지 모르겠으나, 결국 노랫말을 쓰고 부르는 것은 우울의 바탕에서 한 걸음 나아갔기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행위라는 것을.

 

물론 푹 가라앉은 곳에서도 노래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넘어진 이를 그저 통과하지 않는다. 여기 머물러도 된다 다독이다가도, 또 다른 세계를 기대하게 한다.

커튼 뒤의 햇살이, 마침내 화원이 되어서, 살아서 슬퍼하고, 선명히 사랑하며.


청자들이 불안정한 새벽마다 셀 수도 없이 그 악장들을 찾은 이유는 더 아파지고 싶어서가 아닌, 괜찮아지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내게 현창의 음악은 어둡지 않다. 어둡다가도 결국 거기 박힌 별일 것이다.


 

하나둘씩 모든 별을 세다가

깜빡 잠에 들어 버린 우리는

집에 돌아가는 법을 몰라서

밤새도록 떠들었네


긴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숨이 차올랐을 테니까요

또 굳이 숨죽여 울지 않기로

나랑 한 번만 약속해줘요


- Joshua, 김현창

 

 

눈가에 피어 마주 보는 날이 있어

이름이 불려 살아지는 날도 있어


- 화원, 김현창

 

 

선명히 혼자인 날에는 많이 시려서

나는 가끔 살고 싶어

여긴 항상 겨울이니까

이런 노랠 해야 했어

답장을 바래볼게요

사랑한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뒤척이면 손닿을 거리에 있어줘요


- 사랑한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김현창

 


 

 

 

사랑을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사랑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자주 슬프다. 끌어안으려니 가득 차게 담기지 않아서 슬프고, 내가 보낸 만큼 밀려오지 않아 슬프고, 영원하지 않아 슬프다.

 

이렇게 성실히 사랑했는데 왜 나에게 성실한 이는 없는 건지, 미움이 온 세계에 닿았다 결국 자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사랑이 다시 우리를 일으킨다.

 

사랑을 아는 사람들의 순환은 강하다. 끝없이 무너지나 그마저 품고 일어선다.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들은 더 강하다. 목소리를 빌리는 순간 마음이 더 짙어진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창은 사랑을 아는 필자로 느껴진다. 노래에서 사랑이 삶의 파장이자 열쇠임을 말해주는 것도 같다.

 

 

어떤 날에는 사랑을 등지고 누운 내가 있어요

웃고 싶어서 다시 돌아누운 그런 적도 있고요


- 예쁜 문장을 앞에 두고, 김현창

 


 

 

 

흐르는 메마름 가운데 춤추자


 

우울이라는 감정의 미묘함은, 그 원인의 농도가 극과 극에 모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분명 바싹 말라버린 상태를 정의하는 말 같은데, 그 감정의 출력은 촉촉하게 이루어지니까 말이다.

 

무엇이 우선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메말랐든, 흘러넘쳤든 충만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충분히 누리고 다음 걸음을 내딛으면 된다.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을 때 그 속을 누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현창의 음악으로 실감한다.


 

마음은 너무 많아

넘쳐버렸고

눈빛은 머물 곳을

잃어버렸네


- 중략 -


얼마만큼의 마음들이

멀리도 흩어질지

뜬눈으로 꼬박

밤을 새웠대도

공들여 슬퍼할 시간도 없어서

나는 그냥 집으로 돌아갈래

 

- Lullaby, 김현창

 


 

 

내가, 우리가, 그가 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대의 음악으로 우울을 유영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러니 당신도 파도에 온전히 맡겨지다 잠깐씩은 시선으로 주변을 품어주길. 현창을 사랑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그 헤엄에 동행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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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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