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도서관 이야기 [문화 전반]

도서관에 대한 짧은 러브레터.
글 입력 2024.07.1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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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여행을 가서도 가장 먼저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갈 만큼 좋아한다. 규모와 관계없이 공간을 통해 동네의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고, 잠깐이나마 주민처럼 행세할 수 있다. 어제도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기고 슬쩍 사람들을 관찰하는 순간 나는 쉽게 행복해진다.

 

 

 

도서관을 좋아하게 된 순간들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곳에서 느낀 안전함 때문인 듯하다. 점심시간에 학교 도서관으로 오는 아이들은 무척 조용했고 무리 지어 오는 경우도 적었다. 암묵적으로 한 칸씩 띄어 앉는 지하철처럼 아이들은 서로 보이지 않는 자리를 속속 찾아 앉았다.

 

나 역시 좋아하는 서가 옆에 몸을 구기고 책을 읽곤 했다. 불안정한 시기에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건 자주 힘이 됐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힘이 들 때 도서관으로 향하고 좋아하는 자리에 주인이 있으면 아쉬워한다.

 

 

 

나의 첫 도서관


 

어린 시절 살던 마을에 생긴 첫 도서관을 기억한다. 그곳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놀이터 앞에 있어 아이들이 한바탕 놀다 물을 마시러 오거나 간혹 낮잠까지 잤기 때문이다.

 

졸고 있는 친구 옆에서 책을 읽을 때 나까지 나른해지던 공기가 생각난다. 도서관에 대한 추억을 꼽아보면 감명 깊게 읽은 책보다 먼저 이런 귀엽고 황당한 것들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모여 나는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들이 물만 마시고 가도 환대받는 곳. 친구들이 있는 곳.

 

나의 첫 도서관은 따뜻했다.

 

 

 

도서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현재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3년 강남 유일 도서관인 대치도서관은 폐관 위기를 맞았다가 주민들의 항의로 운영을 연장했고 같은 해 서울시는 작은 도서관 예산을 전액 삭감해 논란을 빚었다. 거센 반대에 약 6개월 뒤 추경에서 예산 확보를 했지만, 한차례 고비를 겪은 상태라 앞으로의 도서관 정책에 걱정이 앞선다.

 

도서관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도서관이 겪는 현실에는 마음이 아프다. 공공공간이 그렇듯 도서관 또한 뚜렷한 결과를 내기 어렵기에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자주 잊힌다. 도서관은 하나의 공간이 다양한 역할을 하는 다변화 공간이다. 상황에 따라 문화센터가 되기도 하고 작은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즐기는 시작이 되는 것이다.

 

도서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서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슬프면서도 힘이 난다. 모두가 같은 추억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도서관에 대한 애정은 같다는 것을 감각한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마음을 2023년 나는 느꼈다.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


 

도서관을 이야기할 때 현장에 가장 닿아 있는 사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서들의 업무는 방대하다. 장서 관리뿐 아니라 이용자 등록 관리, 도서 대출 및 반납, 예산 및 회계 관리, 행사 기획 및 운영 등….

 

그러나 대부분의 사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일반 봉사활동으로 노동 인력을 대체하거나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해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주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수많은 일을 해내는 것에 비해서는 너무 열악한 대우이다.


그럼에도 사서들은 다양한 시도를 한다. 동네 도서관을 가면 그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 있다. 책 큐레이션 코너나 이달의 강연, 특화 자료들이다. 이용자들을 위한 선물이자 사서의 마지막 한 끗이라 할 수 있는 코너들은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부디 이런 노력이 이용자가 도서관에서 받는 에너지만큼 충분히 대우받았으면 한다.

 

*

 

도서관은 모두가 있는, 평범한 곳이다. 누구나 있을 수 있고 어떤 대가도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나는 도서관이 한 번 더 좋아진다.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도서관은 넉넉한 인심을 가진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도 도서관이 안식처로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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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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