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춘 한가운데 서 있는 건 마냥 달지는 않잖아 [만화]

힙합신선의 웹툰 <썩은 핑크의 법칙>
글 입력 2024.07.12 17:3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0. 가끔은 매캐하고 마냥 붉고 달지는 않았던


 

쓴맛 감성, 힙합신선의 웹툰 작품 <썩은 핑크의 법칙>이 이틀 전 완결을 맺었다. 초입에서는 전형적인 캠퍼스 로맨스물인가, 하고 여겼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랑으로부터 창출되었으나, 결국은 각 개인의 깊은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대학교 신입생 금주와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 금주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금주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작품 속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이야기는 우리의 것과 매우 유사하다.

 

물론 돌이켜 본다면 모두에게 아름답겠지만, 청춘에는 어디에서도 절대 들키고 싶지 않던 나만의 어둡고 축축한 비밀들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청춘이란 가끔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한여름을 매서운 추위를 가진 마음으로 살아내는 것. 새파랗게 질린 마음은 가족 때문일 수도,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의 소리 때문일 수도, 혹은 타인과의 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푸를 청이 이 때문에 청춘이란 말에 사용된 건 아닐 텐데. 푸른 마음이란 건, 어떨 때는 가장 진한 색으로 파래진 멍보다도 아프다.

 

 


1. 나처럼 빠그러진 사람은 연애 못 해



 

언제 어떻게 남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대를 좋아하는 거. 무섭지 않나? 마지막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건 자기 몫이잖아. 내가 원하는 건 잠깐의 열정이나 재미 따위가 아니라 내 손에 온전히 쥐고 있을 수 있는 안정감이란 말이야.

 

 

금주의 상처는 아픈 동생으로 인한 부모님의 부재와 동생에 대한 자신의 양가적인 마음에서 출발한다. 부모님의 애정을 조금이라도 가져보려면 자신만의 조용하고 자그만 방식을 지켜야 했던 금주, 언제라도 금방 죽을 것 같은 동생을 볼 때면 느껴지는 동생에 대한 연민과 미움으로부터 중간 지점을 찾아 헤매던 금주. 그녀는 결국 동생의 죽음 이후 사랑과 애정이라는 걸 믿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자신을 '빠그러진 사람'이라고 부르면서.

 

그런 금주는 어른이 되어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고 목놓아 우는 사랑을 동경하게 된다. 금주에게 사랑이란 가볍지 않은 것. 언제든지, 누구든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것 말고, 나를 모두 내려놓아도 좋을 만큼 무거운 사랑을 금주는 꿈꿨다. 금주가 경험했던 사랑은 언제나 눈치가 보이고, 입을 다물게 되던 것이어서 그녀는 다른 형태의 사랑을 바랐다. 그런 게 아니라면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나눠주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되뇌면서 말이다.

 

 


2. 흐르는 세상 속 그저 부유할 뿐인 우리



 

어쩌면 사람 사는 게 다 이런 거 아닐까? 모순적이고, 복잡하고 잘 하려고 할수록 이상하게 꼬여가는 거. 생각해 보니까 새삼스러운 것도 없잖아. 난 항상 애쓸수록 결과가 안 좋았는걸. 나도 모르게 한울이와 잘 해보려고 노력해서 심란해진 걸지도 몰라. 그냥 거스를 수 없는 세상의 흐름에 내 몸을 맡겨보자.

 

 

한울에게 이성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어쩌다 걸산의 비밀을 알게 되며, 지유의 조언으로 조금씩 사람들과 어우러지면서 금주는 보편적인 삶에 대해 고민한다. 내가 모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사실 모두 조금씩은 뾰족한 부분을 손으로 가리고 살고 있다는 것. 금주는 어느 순간 그것을 체득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가만히 과거에 앉아 있는 스스로를 보채기 시작한다. 이제 그만 일어나. 당장 일어나서 지금 네가 마주한 행복과 청춘의 싱그러움을 목도해.

 

삶이라는 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잘하고 있어도 외부의 무언가 때문에 잘 안되기도 하고, 외부의 모든 게 나를 도와주어도 내가 준비가 안 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모두의 탓이 아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흐른 것뿐. 나의 상처가 없어지지는 않지만, 가끔은 그게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될 때가 온다. 금주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았으나 결국은 사람들 덕분에 상처를 치유한다. 후반부에 금주는 자신 역시도 불안할 정도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자기도 그렇게, 평범한 청춘 속 한 사람이라는 것을.

 

 

 

3. 적당히 따뜻한 청춘



 

막연하게 사랑이 가진 힘을 동경했다. 가족 간의 사랑도 배신을 하는 마당에 완전한 타인에게 마음을 주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기만 한다면 이 칙칙하고,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인생에도 아주 약간의 색이 입혀지지 않을까?

 

 

작가는 '사랑'이라는 공통의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갔지만, 나는 이 작품이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청춘'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경험한 사랑과, 그 사랑을 토대로 어른이 된 각자의 청춘이 푸른빛으로 적어 내려가는 이야기 말이다. 여전히 새파래질 때도 있겠지만, 차츰차츰 더욱 성숙해질 청춘을 걷는 우리는 적당히 따뜻한 청색으로 우리의 청춘을 기억할 것이다.

 

쓴맛 감성의 <썩은 핑크의 법칙>. 하지만 사랑과 삶이라는 건 원래 그런 거 아니겠나. 적당한 미움과 적당한 용서를 녹이고 더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 성숙한 삶이라는 건 달고나를 만드는 것과 비슷해서, 달콤해지려 너무 애를 쓰고 시간을 들이다 보면 오히려 쓴맛이 감돈다. 하지만 그런 실패도 감내하면서 성장해 가는 것이 청춘이라고들 하니까. 적당히 눅진하고 뜨끈해서 끈적거리는, 그리고 달콤한 맛 끝에 약간의 쓴맛은 어쩔 수가 없는. 그런 청춘을 만들어가려고 다들 열심히 사랑하며 사나보다.

 

 

* 글 상자 내부의 내용은 모두 <썩은 핑크의 법칙>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임을 알립니다.


 

 

황지은.jpg

 

 

[황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0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