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4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영화들 [영화]

<도와줘, 외계인을 임신했어>, <미트 퍼펫>
글 입력 2024.07.1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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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여름의 느낌을 잔뜩 품고 있는 영화제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은 쨍한 햇빛에 어지러울 정도지만, 어떤 날은 장맛비가 주룩주룩 오는 한 여름에 더위와 비를 뚫고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향하다니! 이러한 계절감을 지니고 호러, 고어, sf 등 독특한 장르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튀는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영화제라는 점이 더욱 나에게 “여름 영화제”라는 이미지를 각인하게 된 듯하다.


부천영화제를 처음 방문했던 여름 방학을 잊지 못한다. 여러 의미에서 나에게 부천영화제는 여름 그 자체였으며, 현재도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관람한 영화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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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을 방문하여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영화는 <도와줘, 외계인을 임신했어>라는 단편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영화제에서 관람한 영화들은 보통 장편이 더 인상 깊은데, 이번에는 단편영화가 더 인상 깊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영화의 스토리나 설정, 소재가 마음에 들어 그랬나보다.


영화는 한 여성이 산부인과에 내원하여 검사받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여성은 몸 상태가 이상하다며 자신과 잠자리를 한 남성이 외계인인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지만, 의사는 별문제 없다며 평범한 반응일 확률이 높다고 반응한다. 영화 내내 여성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품지만, 의료진은 여성이 직접 물증을 제공하기 전까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1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여성이 느끼는 임신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여성이 직접 느끼는 증상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의학계의 반응 등을 압축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의학계의 많은 연구는 남성의 신체를 중점으로 진행되어 왔기에, 여성에게 내려지는 진단 또한 남성의 신체에 맞춰진 진단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인공 여성이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과 불편감은 전문의가 진단을 내려주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 없고, 그 증상 또한 깊이 있게 연구된 역사가 없어 ‘모든 여성이 느끼는 증상’으로 축소되기도 한다. “여성의 몸은 여성 자신의 것”이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며, 여성이 직접 느끼는 몸의 고통에 대한 연구가 더욱 본격적으로 진행되길 바라게 되는,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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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소개할 영화는 <미트 퍼펫>이다.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바깥세상으로 잘 나오지 않는 주인공은 여자 친구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졸업식에 참여하지 못한다. 주인공에게 배송되어 온 손인형에 영혼이 갇혀 버렸기 때문이다.

 

영화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외엔 관심 두고 싶지 않아 스스로를 외부와 단절시키지만, 모순되게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독특한 청소년기의 감정을 녹여낸 성장 서사를 표방한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만의 방을 허물고 새 마음과 태도로 다시 태어난다. 단편이지만 코미디적이고 고어한 요소를 포함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볼거리까지 제공하는, 잔혹하지만 귀여운 성장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편만이 표현할 수 있는 통통 튀는 감성을 이번 여름에도 부천에서 다시금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달까.


올해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14일을 폐막으로 끝을 맺지만,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부천영화제는 언제나 기대된다. 내년에는 또 어떤 소위 “골 때리는” 영화를 만나게 될지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하는 영화제를 언제나 응원하는 마음으로, 올해의 여름도 영화제와 함께 채워 나가본다.

 

 

[이선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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