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카고 공립 도서관 여정의 서막 [도서/문학]

시카고와 도서 ‘앵무새 죽이기’
글 입력 2024.07.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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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는 미국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다. 시카고라는 지역 하면 떠오르는 단 3가지를 묻는다면 사람들은 시카고 피자, 윈디시티, 오바마, 마이클 조던을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하퍼 리 작가의 책 ‘앵무새 죽이기’ 망설임 없이 이야기 할 것이다.

 

시카고의 또 다른 이름은 마피아 도시이다. 마피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대부의 배경 또한 시카고이며 실제로 1990년대 후반 높은 범죄율은 시카고의 고민거리였다. 공공정책 차원에서 시카고는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바로 시카고 공립 도서관의 독서 운동, ‘한 도시 한 책 운동’이다. 마피아와 높은 범죄율을 극복하려는 해결책이 바로 독서 활성화 운동이었다.

 

이 운동의 원형은 1998년 시애틀에서 시작된 ‘시애틀 시민이 책 한 권을 같이 읽는 다면’이다. 공공도서관이 책을 선정하면 그 정해진 책 한 권을 지역주민이 읽고 지정된 장소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책 한권으로 결집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를 모티프로 시카고 공공도서관은 ‘한 도시 한 책 운동 (one book one chicago)’을 2001년 부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운동은 현존하는 독서 운동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시카고는 이 운동을 통해 성공적으로 도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고 미국 전역으로 이를 확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 운동은 그 후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갔다. 우리나라 또한 서산, 순천, 부산시 교육청이 2003년부터 차례로 ‘한 도시 한 책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시카고의 공립 도서관이 선정한 책으로 지역 전체가 단 한 권의 책을 한 달간 읽는다. 그리고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도서관에서 모여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더 나은 도시를 만드는 데 강력한 해결책이 된 것은 형벌도, 경제 정책도 아니었다.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악명 높은 도시의 부정적인 별명들을 벗겨낼 수 있었을까?

 

나는 그 힘이 첫 번째로 선정된 책에 있다고 믿는다. 시카고가 ‘원 북 원 시카고’를 전개하며 처음으로 선정한 책이 바로 ‘앵무새 죽이기’였다. 현재는 필독서이자 인지도가 높은 책으로 꼽히지만 ‘앵무새 죽이기’는 ‘원 북 원 시카고’ 캠페인을 통해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었다. 앨러바마 주에서 있었던 실제 재판을 바탕으로 집필된 이 책은 인종차별의 진통을 겪고 있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성장기 아이의 시점으로 보게 했다. 편견으로 얼룩진 사회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풀어낸 책이라는 점에서 독서 운동의 첫 도서로 선정된 의미는 더 크다.

 

미국이란 나라의 특성 중 살펴봐야 할 것은 지역별로, 구역별로,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공교육의 질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또한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교육의 지역격차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단순하지만 파급효과가 컸던 시카고의 독서 운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교육 사업 ‘It takes a village’를 전개하며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가 어떤 환경을 만드느냐가 한 사람의 성장을 좌우한다는 시사점이 있다. 어떠한 아이 한 명도, 지역주민도 소외되지 않고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게 하려는 생각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미국이 선진국일 수 있었던 그 힘의 뿌리도 책 읽는 힘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원형이자 뿌리로서 문학이 자리 잡고 있어야 그 문화적인 힘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영문학이라는 근간이 없었다면 미국은 할리우드의 화려한 콘텐츠로 얻은 주목과 관심을 지속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군사력과 경제력과 같은 자원의 차이에서 상대방을 압도하고자 하는 힘이 하드 파워라면(Hard Power), 소프트 파워(Soft Power)는 물리적인 힘이 아닌 문화적인 영향력으로 앞서나가는 것을 말한다. 한류, 즉 미디어 콘텐츠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늘어가는 것 또한 소프트파워의 일례이다.

 

책 한 권이 갖고 있는 사회적 힘을 그동안 우리는 간과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것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 홍수 속에서 우리의 속도에 보폭을 맞춰줄 수 있는 책, 즉 슬로우 미디어이다. 우리는 공공도서관을 얼마나 이용하고 있는가? 책 한 권을 읽고자 하는 욕구가 다른 바쁜 일들로 우선시 되지 못하고 있는가?

 

시카고에서 약 10개월간 머무르며 공립 도서관 곳곳을 누비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앞으로 그 여정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신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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