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더운 여름밤 찾아보는 뱀파이어! [영화]

여름맞이 뱀파이어 영화 걸작선 3
글 입력 2024.07.1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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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밤에도 푹푹 찌는 더위에 온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여름이 왔다. 최고 기온이 32도에 육박하는 어느 오후라면 상냥한 미소를 지닌 채 밖을 걸어 다니는 것이 어떤 과업보다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밤은 어떠한가? 눈을 감으면 들리는 모깃소리에, 자꾸만 뒤척이게 되는 후덥지근한 침대에... 잠을 제대로 청할 수조차 없다. 이렇게 끈적끈적하고 무더운 여름밤에는 생각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공포영화! 머릿속에 떠올렸던 달콤한 아이스크림, 수박이나 탄산음료도 물론 좋지만, 우리의 뼛속까지 짜릿하게 만들어줄 '공포영화'는 여느 공식처럼 '여름밤'과 떼 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주위의 공기까지 싸해지는, 팔뚝에 닭살을 돋게 만드는 그런 공포영화 말이다.

 

그렇다면 왜 뱀파이어 영화인가? 뱀파이어를 다룬 영화는 소위 "갑툭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장면으로 놀램을 주는) 공포영화들과는 다르다. 뱀파이어 영화는 무려 영화사의 발전과 함께 진화해온 오랜 역사와 계보를 가지고 있다. 흑백 무성영화에서부터 풍부한 편집기술이 돋보이는 현대의 영화로 도달하기까지, 뱀파이어 영화는 한 장르로서의 자리를 지키며 영화 그 자체와 함께 발전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피와 고딕을 다루는 장르 특유의 화려한 미장센, 웅장한 클래식 음악과 약간의 뜨거운 로맨스까지 삼박자를 갖춘 독특하고 매력적인 장르이다.


따라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무더운 여름밤, 더운 날씨 탓에 왠지 모르게 답답한 마음도, 머리를 지끈지끈 아프게 하는 세상 일도 저 멀리로 날려버리는 달콤 쌉싸름한 뱀파이어 영화 3편을 소개하겠다.

 

 

 

1. <노스페라투> (1922, F.W.무르나우) : 공포의 교향곡, 노스페라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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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스페라투> 스틸컷 이미지

 

 

<노스페라투>는 1922년 개봉한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브램 스토커 원작의 소설 <드라큘라>를 각색한 작품이다.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다르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병을 옮기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노스페라투 '오를록'이다. 자신을 돕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아내인 '엘렌'에게 반해 그녀의 피를 마시기 위해 행해지는 일들과 그 사이에 선 '후터'와 '엘렌'의 여정, 그리고 오를록에 의해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이 등장인물들의 주위에서 전개된다.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을지도 모를 사진 속 '오를록'에 대하여 얘기해 보자. 창백한 얼굴, 들쥐같이 튀어나온 뾰족한 앞니, 긴 손톱과 매부리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뱀파이어의 매력적인 외형과 반대로, 영화 속 오를록의 생김새는 정말 당장이라도 병을 옮길 것만 같이 혐오스럽고 불쾌하기만 하다.

 

이렇게 눈을 마주치면 오싹한 '오를록'의 모습을 통해 1922년 당시의 흡혈귀에 대한 인식은 현재와 사뭇 달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런 '오를록'의 모습은 현재의 뱀파이어 형상이 확립되기까지 굉장한 영향을 미쳤다. '햇빛에 타는 뱀파이어'의 형상이 이 영화에서 처음 창작되어 드러난 것처럼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몇몇 장면들이 훗날 개봉한 뱀파이어 영화에서 수차례 오마주 되기도 했다는 사실은 <노스페라투>의 장르적 센세이션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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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스페라투> 포스터 이미지

 

 

그림자를 활용해 표현한 기형적인 형상들, 가히 어느 장면에 비교할 수 없는 관에서 깨어나는 신(scene)은 특히 무성영화라는 환경에서 공포스러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인물의 대사 대신 들려오는 심각한 사운드의 교향곡들과 그 음악이 자아내는 오싹한 분위기는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깊게 끌어들인다. 더불어 영화 가운데 불쑥불쑥 나타나는 인터 타이틀은 공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만약 이 영화가 당신이 처음 접하는 무성영화라고 하더라도, 필름을 사용한 실험적인 편집 방식과 감동적인 사운드에 흠뻑 취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 <드라큘라> (1992, 프란시스 코폴라) : LOVE NEVER 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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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라큘라> 스틸컷 이미지

 

 

1992년 개봉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이다. 영화 속 드라큘라 백작 역으로 게리 올드먼이 출연하였으며, 조너선 하커 역에는 키아누 리브스, 미나 하커 역으로는 위노나 라이더, 반 헬싱 역으로 앤서니 홉킨스 등,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 뱀파이어 영화는 특히나 화려한 미장센이 돋보이는데, 사방으로 튀는 붉은 선혈과 시대를 철저히 고증한 의상, 이전 뱀파이어 작품을 오마주한 다양한 소품과 조명으로 65회 아카데미 의상상과 분장상을 받았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 '미나 하커'의 집이나 마당, '드라큘라'의 과거 전쟁 회상 장면 등, 잔인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지 못하게 만드는 화면 구성이 인상적이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라고 하면, 상징을 가득 담은 편집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다른 두 장면을 이어붙이는 '매치 컷'의 사용을 중점적으로 편집의 미학을 보여준다. 등장인물 '루시' 목에 남겨진 흡혈의 상흔이 늑대의 눈으로 바뀌는 화면 전환이나, '루시'의 목이 날아가는 장면에서 '반 헬싱'이 고기를 마구 먹는 장면으로 바뀌는 화면 전환은 장르 특유의 기괴함과 등장인물의 미치광이적인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한 피를 상징하듯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는 붉은색 미장센과 어딘가 선정적이고 불쾌한 연출들은 영화의 오싹함을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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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라큘라> 포스터 이미지

 

 

각색된 코폴라의 <드라큘라>에서는 약간의 로맨스를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달리 '드라큘라 백작'과 '미나 하커'의 로맨스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LOVE NEVER DIES"라고 영화의 표지가 말해주듯, 죽은 아내를 위해 400년을 살아온 '드라큘라 백작'과 영국 런던에서 환생한 그의 연인 '미나 하커',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이 둘. 코폴라의 <드라큘라>는 어떠한 뱀파이어 영화보다도 '사랑이 모든 것을 구원한다.'라고 외치는 판타지적 사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드라큘라 백작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는 '식어있는 심장의 냉혈한' 이미지를 과감하게 부수고, 새로운 뱀파이어 캐릭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다소 고어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연출과 로맨스에 눈을 뗄 수 없는 코폴라의 <드라큘라>. 오늘 밤 등골까지 시원해지는 오싹함과 동시에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3.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1994, 닐 조단) : 영생은 축복, 또는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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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스틸컷 이미지

 

 

1994년 개봉한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등장인물은 당시에도 출중한 외모로 유명했던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가 각각 '루이스'와 '레스타'를 연기했다. 영화는 제목처럼 뱀파이어 '루이스'를 인터뷰하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끝이 난다.

 

'루이스'는 '레스타'의 피를 마시고 뱀파이어가 되었지만, 다른 뱀파이어들처럼 충분히 폭력적이고 잔인하지 못해 살인을 거부하는 특이한 뱀파이어의 전형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끊임없이 죽여야만 한다는 고통스러운 사실에 반항하며 죽은 이의 피나, 동물의 피를 마시며 생명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나타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루이스'는 인간의 신선한 피만 있다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영원한 젊음을 살 수 있는 뱀파이어지만, 이것이 진정한 축복인지 의심한다. 자신의 인간성이 죽지 않길 바라는 뱀파이어의 사정과 서사를 드러낸 주목할만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소개했던 다른 뱀파이어 영화들과는 달리, 인간성을 가진 뱀파이어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루이스'의 캐릭터는 비교적 정적이고, 회의적이며 '자극적이지 않은' 뱀파이어 캐릭터이지만, 진솔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선한 뱀파이어'였다. 이런 뱀파이어의 등장은 이후 많은 영화나 작품에서 인간을 돕거나 더불어 살아가는 한 캐릭터의 전형으로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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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스틸컷 이미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역시 출중한 미장센이 돋보인다. 화려한 중세 시대 복식과, 레스타의 기괴한 분장, 선혈이 꾸미는 잔인하고 고어적인 장면 또한 관객들의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 또한, 영화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엄숙하고 진지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는 자신의 메시지를 신중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끊임없이 지켜봐야 하는, 자신의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살인이 불가피한 영생을 산다는 것은 정말 축복일까?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이전까지 수면 아래 감춰두었던 뱀파이어의 인간성을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인간성에 대한 굵직한 질문을 선사한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뱀파이어와 만나보는 것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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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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