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이러니 끝에 얻은 깨달음 - 리얼 뱅크시

모순을 그려내는 작가 뱅크시
글 입력 2024.07.15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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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큰 관심이 없는 자일지라도 ‘뱅크시’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얼굴 없는 작가’로 알려진 뱅크시는 세계 곳곳의 건물 혹은 골목 담벼락에 사회적 모순을 풍자하는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그라운드 서울에서 열린 ‘리얼 뱅크시’ 전시에서 이러한 뱅크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뱅크시는 익명의 예술가이기 때문에 뱅크시가 직접 기획한 전시로 알려진 CUT&RUN 외에 뱅크시가 공식적으로 인증한 전시는 없다고 알려진다. 따라서 뱅크시 전시는 뱅크시가 직접 설립한 회사인 페스트 컨트롤의 인증 작품 전시 여부가 핵심이다.

 

이번 리얼 뱅크시는 페스트컨트롤 정식 인증 작품 29점을 포함하여 약 1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 - 뱅크시 

 

그가 작품을 남기는 방식은 전통적인 미술의 방식과는 어딘가 다른 점이 존재한다. 그는 그래피티라는 거리 예술의 형식을 활용하며 공공장소 혹은 사유지를 넘나들며 자신의 메시지를 남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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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거리에 남겨두는 메시지는 주로 ‘사회적 모순’이다.

 

2003년 ‘Love is in the air’라는 작품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이 일어나는 장벽에 꽃을 던지는 시위대의 모습이 담겨 있다. 또한 방탄조끼를 입고 뛰어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그린 ‘Jack & Jill’, 폭탄을 안은 순수한 소녀를 그림 ‘Bomb Love’ 등의 작품에 담겨있는 시각적인 역설은 전쟁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독재를 비판하고 사랑과 평화의 힘을 강조한다.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역시 창조의 욕구다.”] -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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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3층 전시장에서는 ‘풍선과 소녀’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언제나 사회의 모순을 짚어내는 뱅크시이지만 그의 작품 자체가 어떤 모순이 되기도 한다. 2018년 ‘풍선과 소녀’라는 작품은 런던 경매장에서 16억 원에 낙찰이 되는 순간 파쇄기로 잘려 나가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반쯤 파쇄된 작품이 2021년 경매에서는 3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낙찰되었다는 점이다. 캔버스가 아닌 거리에 그림을 그리며 자본주의 시장을 비판하는 그의 작품이 오히려 자본주의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의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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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지하 2층 전시장에서는 ‘진짜 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뱅크시라는 이름 뒤에 있는 ‘진짜 그’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진짜 나’는 어떠한가. 뱅크시는 관객에게 작품을 판매할 때도 투자를 목적이 아닌 좋아하는 작품을 사라고 조언한다고 전해진다.

 

뱅크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갈망하는 순수한 마음, ‘돈’이 아닌 ‘가치’를 좇는 통념을 되찾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그래피티를 통해 자신을 지배하는 외부 통제에 더 예민해질 것, 차별과 폭력을 반대하고 고유한 자신에게 집중할 것을 말하고 있다.

 

["요즘 내 작품이 가져다 주는 돈이 나를 좀 불편하게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죠. 징징댈 것 없이 그냥 모두 나눠주면 돼요. 내가 세상의 빈곤에 대한 예술을 만들면서 그 돈을 혼자 다 쓸 수는 없다고 봐요. 그건 내게도 너무 아이러니한 일이죠."] -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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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시장인 지하 1층에서는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신념까지 엿볼 수 있다.

 

그는 그가 가지게 된 천문학적인 돈에 대하여 ‘불편’하다고 표현한다. 그는 빈곤에 대한 예술을 하며 자신이 그런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생각하여 작품 수익을 자선 단체나 인권 단체 등에 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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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뱅크시’는 뱅크시만의 강렬한 메시지를 풀어내는 위트와 표현력 그리고 그의 신념까지 알아볼 수 있는 전시였다.

 

그가 추구하는 예술은 미술관에 아름답게 포장되어 전시되어 있는 작품 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번잡한 곳에서 그려진 그의 작품은 사랑과 평화의 힘을 상기시키고 있다.

 

 

[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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