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같은 취향 아래 행복한 너, 나, 우리 –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17

서일페라는 보물섬에서 나만의 원피스 찾기
글 입력 2024.07.1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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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언니의 선물이었다.

 

언니는 어느날 혼자 집에서 일기를 쓰며 구석탱이에 다이소 스티커를 마구 붙이는 동생의 취미를 알아차린다. 서일페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나가지 않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이 세상 구경을 좋아하는 밖순이 언니가 집순이 동생에게 알려준 신세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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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언니가 내게 준 것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스티커 5장, 그리고 귀여운 애벌레 캐릭터 두 마리가 서로 위로하는 그림이 함께 그려진 글귀 카드였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지만 ‘힘들 때도 있지만 언젠가 해가 뜨는 날이 분명 올 거야’라는 말은 당시 취준생이었던 마음을 크게 울렸다. 지금까지도 부적처럼 지갑 맨 앞칸에 자리잡아 있다. 언니에게 이런 것들을 어디서 났냐 급히물어, 코엑스에서 일러스트 작가들이 모여 스티커, 엽서, 포스터 같은 작품들을 판매하는 전시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작년 서일페를 지인과 직접 다녀온 뒤 눈이 뒤집혔다. 아기자기한 잡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천국 같았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방식으로 귀여움을 뽐낼 수 있구나 알게 된 순간이었다. 2시간 만에 쿼카 인형 한 개와 온갖 스티커, 엽서로 양 손이 가득 찼다. 집으로 돌아와 정산하니, 귀여움에 정신 못차리는 사이 통장을 텅장으로 만드는 무서운 곳이니 몇 년 동안은 쉬어야겠다 다짐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나. 10주년을 맞이한 17번째 서일페 포스터를 보고 홀린듯이 다시 가기로 했다. 전시회 주제는 ‘THE ORIGINAL’으로 1천여 부스에서 드로잉, 그래픽, 스토리, 모션 분야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어느덧 두 번째 방문이라고 첫 방문보다 노하우가 생겼다. 규모가 방대한 만큼 모든 작품을 섭렵하겠다는 욕심은 내려놓고, 크게크게 둘러보면서 자신의 취향인 부스를 주위깊게 보는 것이 지구력에 좋다.

 

첫 줄을 둘러보며 각자 멈춰 서던 부스가 달랐는데, 멈춤이 3번 정도 이뤄지니 취향이 눈에 그려졌다. 친구는 색연필로 직접 그린듯한 느낌을 좋아했고, 나는 초록과 파랑이 가득찬 자연 혹은 곰 같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좋아했다.

 

유리구슬 마냥 투명한 취향에 부스를 구경하는 내내, ‘어? 저거 너 감성 아니야?’라고 먼저 맞추며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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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일페에서 눈에 띄는 점을 몇가지 꼽자면, 첫 번째는 단연 ‘럭키드로우‘였다.

 

초등학교 문방구에서 연예인 포토카드를 뽑을 떄 봤던 뽑기판이 부스 곳곳에서 확인됐다. 뽑기판도 부스마다 달라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나는 당근이 심어진 텃밭 뽑기판에서 첫 뽑기를 했다. 꼴등 쪽지였지만, 서일페는 꽝이란 없다. 작은 스티커라도 챙겨주는 시골 푸짐한 인심에 올해에도 두 손 가득 무거운 구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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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부스를 구경하다 보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다른 방문객의 ‘정말 팬이에요. 작가님 보러 서일페 찾아 왔어요‘였다. 공통의 취향 아래 먼 거리에서 단 하루 만나는 일이 새삼 운명적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경우에는 방문 전에 따로 이 분을 봐야겠다는 작가님은 없었다. 하지만 구경하다가 며칠 전 덕통사고를 당한 웹툰 작가님이 부스를 연 걸 우연히 발견하고 아드레날린이 폭발했다. ’팬이에요‘라고 즐거워하던 사람들의 감정이 이런 거였구나 깨달았다.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를 핸드폰 안에서 픽셀로만 보다가 눈앞에서 카드, 스티커로 직접 만질 수 있게 되는 일은 꽤나 짜릿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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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다양한 일러스트 스타일‘이었다.

 

수채화 같은 일러스트, 컴퓨터로 그린 깔끔한 느낌, 흑백으로만 그려진 그림, 풍경, 음식, 동물 등등. 그림의 주제도 느낌도 제각각이었다.

 

특히 웹소설 표지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엄청난 미모의 캐릭터들도 곳곳에 보여 이 곳이 웹소설 전시회였나 착각이 들기도 했다. 평소 내가 좋아하던 느낌의 일러스트 작품들을 굿즈로 사는 건 물론 새로 만나는 느낌의 그림 계정들을 이벤트를 통해 팔로우해 내 세상이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오프닝 대사가 떠오른다. 내 보물말이냐, 원한다면 줄 수도 있지, 찾아봐라! 이 세상 전부를 거기에 두고 왔으니! 나만의 일러스트 취향이 있다면 보물섬 같이 느껴질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서일페에서 자신만의 원피스를 찾을 수 있길.

 

 

[이도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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