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복잡다단한 레이어로 확보한 연출과 이야기의 깊이 – 4월은 너의 거짓말

글 입력 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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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공식 포스터_제공EMK뮤지컬컴퍼니.jpg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이 2024년 6월 28일부터 8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원작은 ‘아라카와 나오시’의 만화로 사람들에게 꾸준한 호평과 사랑을 받아왔고, 일본에서 상을 받기도 한 유명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있어, 관심이 있다면 각종 OTT 프로그램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한국에서 개막하는 이번 뮤지컬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곡가 중 하나인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맡았고, 스튜디오 지브리의 제67회 칸국제영화제 출품작 <가구야 공주 이야기> 각본 등을 맞았던 ‘사카구치 리코’가 극작을 맡았다. 또한 뮤지컬 <프리다>, <루드윅>, <스모크>, <인터뷰> 등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사로잡고있는 ‘추정화’가 연출을 담당했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이범재’가 음악감독을 담당하여 수준높은 음악과 연출실력을 보여준다.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공연사진_제공EMK뮤지컬컴퍼니 (4).jpeg

 

 

뮤지컬은 장르의 특성 상 퍼포먼스에 치중하기 쉬운 면이 있다. 잘 짜여진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 적절한 타이밍에 삽입되는 넘버들은 잘 활용되면 작품의 몰입도를 올려주고 관객들을 다른 장르와 비교하기 어려운 즐거운 세계로 이끌어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연출이 조금이라도 매끄럽지 못해 뜬금없이 노래하고 춤춘다고 느껴지면 서사의 전달력은 훨씬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오랜 시간동안 여러 매체와 장르를 통해 검증된 서사인만큼 그 완성도가 높았고, 3시간에 달하는 긴 시간동안 진행되는 뮤지컬임에도 서사가 틀어지거나 전개가 느슨해져 지루해지는 일이 없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가족끼리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청춘 드라마 정도로만 생각했으나 훨씬 짜임새 있게 짜여진 성장 서사에 가까웠다. 그것은 원천 소스로 활용된 좋은 서사의 힘이기도 했으나 작품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연출의 힘이 작품에 살아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는 여러 층위로 얽힌 서사가 존재했고, 공간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한 연출들은 복잡다단한 레이어를 통해 주-조연 모두를 포함한 인물들에게 충분한 수준의 입체감과 깊이를 부여하는데 성공했다. 이렇듯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자신만의 역할을 해주며 작품의 깊이감을 만들어주니 그저 서너명의 주연인물, 중심인물 위주로만 흘러가는 여타의 이야기와 달리 <4월은 너의 거짓말>은 흥미로운 뮤지컬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뮤지컬은 워낙 애호가들 사이에서 다회차 관람이 권장되는 작품 형태이다. 같은 작품이더라도 일자에 따른 캐스팅 라인업에 따라 캐릭터와 작품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현장 공연의 특성상 해당일의 배우 컨디션이나 공연장의 컨디션, 관람객에 따라서도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을 통해 느낀 것은 공연장의 장소에 따라 드러나는 연출의 특성을 바라보는 것도 뮤지컬을 즐기는 유의미한 방식이라는 것이었다.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공연사진_제공EMK뮤지컬컴퍼니 (2).jpeg

 

 

<4월은 너의 거짓말>이 언제쯤 재연을 결정할지는 아직 알 수 없고, 어느 공연장에서 재연을 하게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의 공연을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공간의 특성에 따라서 연출의 폭과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은 다른 공연장에 비해 무대의 깊이가 굉장히 깊은 공연장이었다. 그만큼 다양한 장치를 활용할 수도 있었고, 무대의 x축 뿐만 아니라 y축을 적절하게 활용한 연출을 준비할 수 있었다. 배우들을 y축으로 적절히 배열함으로써 무대 위에 여러 가지 공간이 병존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거나, 무대바닥에 설치된 회전장치 등을 활용해 다양한 연출적 시도를 할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마치 무대 위 다른 공간에서 조연들의 이야기가 동시상영되는 느낌도 들었다. 주연 외에 함께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메인 서사를 위해 일회성으로 소비되거나 배경으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각각의 서사들로 느껴졌다.

 

조연의 이야기들을 적절히 짚어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공간의 깊이에 의한 특성과 그것을 충분히 활용한 연출들이 서사 전반에 깊이감을 부여하고 전체 인물들을 매력적으로 발돋움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인물 하나하나를 조명하기보다는 퍼포먼스에 보다 치중하기 쉬운 대형뮤지컬의 특성상 그저 가족끼리 보기 좋은 단순한 서사로 치부될만한 작품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했으나, 이런 부분들이 이야기를 훨씬 풍성해보이도록 기여했다고 느꼈다.


그 외에도 회전하는 바닥 장치를 이용해 등장 인물을 팬닝하는 연출, 가운데에 불투명 막을 활용해서 직관적으로 회상장면임을 강조하는 연출, 두 개의 원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며 속도감과 이동감을 더하는 연출, 전경-중경-후경을 적절히 사용해 극과 인물에 깊이감을 더하는 연출 등 살펴볼만한 것들이 정말 많다고 느껴졌다. 연출의 방식이 다양했고 효과적으로 유의미하게 다가와서 중반부터는 여러번 감탄하면서 공연을 관람했다.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공연사진_제공EMK뮤지컬컴퍼니 (1).jpeg

 

 

등장인물의 이름을 ‘아리마 코세이’, 미야조노 카오리‘등 일본 원작 그대로 사용했는데,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고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측면이 있으나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 몰입하다보니 큰 불편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연령층에 따라서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줄 수는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억지로 한국이름으로 변경했다면 작품의 매력이 흐려졌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7월 12일 금요일 저녁 공연으로, 코세이 역에 김희재, 카오리 역에 케이, 와타리 역에 조환지, 츠바키 역에 박시인 캐스팅으로 관람했다. 그 중 김희재는 미스터트롯으로 최근에 큰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지만 뮤지컬 배우로써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어떤 식으로 작품을 표현할지 기대와 궁금증을 가지고 공연장을 찾았다.


이 날 공연에서는 배우들의 캐릭터에 대한 표현력이 뛰어나서 극이 진행되는 초반 이후부터 강력하게 이입되는 경험을 했다. 완성도와 관계없이 배우에 대한 인지도와 배경지식이 공연 관람에 주는 영향도 적지 않은데,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기로 공연에 빠져들게 만들어 관심이 갔다. 캐스팅에 따라 작품의 매력이 달라지니 다양한 조합을 고려해서 공연장에 찾는다면 더욱 재미있을 듯 하다.


청춘 드라마 장르의 특성상 감성이 맞지 않거나 표현이 과하면 부담스럽게 다가오기 쉬운데,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일본/대만 풍의 청량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우리 정서에 어울리도록 해석한 연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의 표현들이 사랑스러웠고, 유머요소들도 많아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이처럼 적절히 표현된 배우들의 연기에 깊이있는 이야기 구조와 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연출이 더해지니 훌륭한 뮤지컬이 또 하나 탄생했다는 감상을 주었다. 여름에 맞는 청량한 청춘 느낌과 4월 봄의 아련한 멜로감성이 더해져 애니메이션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너의 이름은> 같은 작품들도 떠올려볼 수 있었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만 시도해볼 수 있는 독특하고 깊이감 있는 연출과, 검증된 서사를 통한 몰입감과, 사랑스럽고 매력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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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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